월평공원,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2007년 10월 11일 | 자연생태계

월평공원,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글 / 시민참여국 박은영 간사

지난 10월 7일 월평공원에서는 주민들의 축제가 열렸다. 맨발로 숲길걷기, 서예퍼포먼스, 숲 속 연주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고 약 2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아이들, 환한 웃음으로 숲길을 걷는 연인들 모두 월평공원에 발 디디며 삶을 살아가는 정겨운 사람들이다.


▲서예퍼포먼스

하얀 바탕에 검은 물방울이 모여 ‘월평공원을 살려주세요’라고 외친다. 송인도 님의 멋진 붓글씨로 흰 천위에 그려진 문장이다. 문장을 이루는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가 살아 외치는 것 같다. 그 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월평공원을 살려달라는 메세지와 각자의 소망을 적어본다. 그 소망이 어우러져 우리 월평공원이 부디 시민들의 편안한 안식처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해금연주

맨발로 숲길을 잠깐 걷는다. 발 끝 하나하나가 땅을 디딜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차가운 땅의 기운이 발바닥에 스며들 때마다 왠지 힘이 솟는 기분이다. 맨발걷기가 끝나고 신발을 신고 있으니 어디서 춘향가가 흘러나온다. 곱게 한복을 입은 가야금 병창 이유빈님이 계곡물 같은 목소리로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하고 구성지게 한 가락을 노래한다. 이 산중에서 듣는 소리는 참 맛깔스럽다.
이어진 김미숙님의 해금연주는 도시에서 정말 들어보기 힘든 ‘귀한’ 연주였다. 해금소리야 음반으로도 많이 들어 귀에 익지만, 숲 속에서 라이브로 듣기란 어렵지 않은가. 숲 속에 가느다란 해금소리가 울려퍼지자 자주 쓰지 않았던 ‘청아하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도시 속에서 자동차소리와 사람 소리, TV와 광고소리에 뒤섞여 살아온 몸 속이 해금의 청아한 소리에 맑은 물이 흘러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 오랫만에 느껴보는 싱싱함이다.


▲함께 한 시민들

월평공원이 아니라면 대전이라는 도시 속에서 이런 싱싱함을 맛 볼 수 있었을까? 해금은 그저 해금일 뿐이지만 자연과 만났을 때, 그것이 주는 감흥은 사람의 가슴 속을 파고들만한 무게를 갖게 된다. 월평공원은 대전 시민들과 만날 때마다 그런 감흥을 주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의 사소한 이기심으로, 좀 더 빨리가고 좀 더 이익을 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월평공원이 우리에게 줄 깊은 감흥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도로는 뜯어내고 다시 만들면 되지만 숲은 다시 만들기 어렵다. 한 번 없어진 생물종은 누구도 ‘창조’해 낼 수 없다.
자본주의를 우리에게 ‘이익’과 ‘가치’를 두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 고민에 부딪치게 될 때, 이 글을 읽는 우리는 ‘가치’를 선택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우리를 위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들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녹색가족들, 다함께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