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해법없나]’주민없는 건립’ 안된다
⑤주민 희생만 강요해서야
전진식 회원(충청투데이 기자)
20여 년 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청수리에 전력소가 들어설 당시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용당리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송전탑이 마을 어귀에 세워지고 고압전선이 마을을 가로질러도 반발하지 않았다.
공익시설인데다 ‘나랏님’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히’ 반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청수리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지역발전을 기대하며 환영하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수십 기의 철탑과 거미줄 같은 송전선은 땅값을 떨어뜨려 심각한 재산피해를 낳았고,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잇단 암 발병은 주민들로 하여금 전자파 공포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 측은 ‘근거가 없다’며 주민 주장을 일축하고 있으며, 345kV급 고압 송전선로 증설공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양흥모 대전·충남 녹색연합 생태도시국장은 “스웨덴의 경우 엄격한 규제치를 설정해 감독하고 있고, 미국도 지자체별로 송변전시설 설치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인정, 학교와 주택단지 인근 고압송전선을 철거한 바 있으며 ‘현명한 회피’ 개념을 도입해 신규 송변전시설을 건설할 경우 학교와 거주지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 2002년과 2006년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립방사선방호학회는 1995년 고압선로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므로 전자기장에 대한 인체보호기준을 설정할 것을 세계 각국에 권고했다.
스웨덴은 발전소와 변전소 인근에 새로운 학교와 주택 신축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독일은 지난 1997년 송변전시설 인근 주민들의 전기장과 자기장의 한계치에 대한 규정을 제정키도 했다.
선진국들의 이 같은 송변전소 시설에 대한 조치 등은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주장을 일부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들이 주민피해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말로만 ‘무해하다’고 하지 말고 청수리 지역처럼 송전선로에 휩싸인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암 환자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앞으로 설치될 송전선로 등은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업 계획단계부터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노선 조정이나 보상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자인 한전이 산자부 장관의 승인만 받으면 전력시설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원개발촉진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게 지역 시민단체들의 의견이다.
현재 대전·충남지역에는 전력소 4개소와 63개소의 크고 작은 변전소, 5200개에 달하는 송전탑이 설치돼 있고, 이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며 현 시스템으로는 갈등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물론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일부 주민들의 양보만 강요하는 것 또한 문제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흥모 국장은 “송변전시설 등으로 인한 갈등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주민 피해 최소화 및 갈등 예방을 위해 투명한 사업추진과 함께 주거지역 송변전시설의 지중화 및 문제점을 드러낸 전력시설은 이전까지도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 활용 등으로 장거리 송전방식의 전력정책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