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규명없이 '말로만 안전'

2007년 8월 31일 | 자연생태계

전자파 규명없이 ‘말로만 안전’
[송전탑 해법없나]④ 외면하는 한전·뒷짐진 지자체

전진식 회원(충청투데이 기자)

전력·변전소, 고압 송전선로 등이 마을을 경유해 신설될 예정이라면 주민들은 일단 반대 목소리를 낸다.
공익시설일지라도 전자파에 대한 공포와 지가하락, 경관 침해 등 각종 피해를 우려해서다.
물론 추후 협의에서 마을 경유를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충남 청양 용당리처럼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거나 청수리처럼 한전 측과 주민 대표단 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도 있다.
합의가 공포심과 각종 우려를 해소시키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청양읍 청수리처럼 ‘전자파로 인한 인체 피해 가능성’에 있다.
송전선로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을 쉽게 넘길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대전·충남 녹색연합에 따르면, 미국 국립암연구소 자문위원회(National Cancer Institute Advisory Board)는 지난 1998년 송전선 주변지역의 전자장이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스웨덴과 덴마크, 프랑스 등 각국에서도 고압송전선로로 인한 피해를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는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 연구소와 한림대 의과학연구소가 1997년과 1998년 고압선로 주변지역 피해 가능성을 경고하는 결과물을 발표했다는 것이 대전충남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환경부와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송전선로 주변 거주 초등학생의 전자파 노출량이 송전선로 비주변 거주 초등학생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전은 송전선로 등으로 인한 암 발병 주장과 노선변경 등에 대해 외면하는 모습이며, 지자체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암 발병 주장에 대해 한전 측은 일종의 개연성이고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전 대전전력관리처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인용해 “낮은 수준의 자계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진 바 없으며, 소아백혈병과 관계되는 증거는 원인으로서 고려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 주장에 따른 역학관계 조사도 ‘송전선로와 암 발병은 관계가 없다’는 한전의 입장 때문에 전혀 진행된 바 없다.
주민들의 노선변경이나 이주대책 마련, 선로 지중화 등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산자부 승인이 나면 바꾸지 못한다” “유지보수가 힘들고 사업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며, 주민 설득이 미흡하지 않았냐는 주장에도 “지자체에 설명회 의뢰를 하고 신문 등에 공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말뿐이다.
지자체는 송전선로 노선이나 송전탑 위치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간 이해 관계가 맞물려 선뜻 나서지도 못하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