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되는 '먹기'

2007년 5월 27일 | 자연생태계

자연과 하나되는 ‘먹기’

글 / 시민참여국 박은영 간사

5월 23일, 오후 6시.
지하철을 타고 채식모임이 있기로 한 한울벗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모임이 모임이어서 그런지 식당들이 많았고, 그 중에 고기집이 많이 있었다. 벌써부터 술 한 잔 하는 사람들로 식당이 차 있었고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퍼지고 있었다.
고기냄새를 뚫고 한울벗에 들어오니, 김승권 회원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늦은 시간에도 몇 분의 회원과 함께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참 소박하고 정겹다.


▲아욱국 끓이는 방법 공부 중!

간단히 저녁을 함께 지어먹자는 김승권 회원의 제의에 밥과 아욱국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히 밥 짓고 국 끓이는 것이려니 하지만 천만에 말씀! 밥 짓는 법, 아욱국 끓이는 법 속에서 우리는 음식이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재료를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조화시켜서 먹어야 제대로 먹게 된다는 것이다.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쌀의 생기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쌀을 씻어서 물을 맞춘 뒤에 전기밥솥에 넣고 예약버튼을 누른다. 김승권 회원은 이런 밥짓기는 ‘쌀을 익사시키고 죽은 쌀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쌀이 아무리 오래되어도 쌀의 생기를 찾아준다면 얼마든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욱국은 소금 외에는 어떤 조미료도 넣지 않고 끓였다. 다시마와 표고버섯, 무, 빨간고추 1개 만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을 낼 수 있다.
여기서 재료에 대해 이해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음식맛이 틀려진다. 가령 국물을 낼 경우, 무는 파란부분을 이용해야 하고, 세로로 통째 잘라내야 시원한 맛이 난다. 그 이유는 무의 물관이 세로로 있기 때문이란다.
대부분 다시마를 넣고 한참을 끓이지만, 다시마는 물에 넣고 끓기 시작하면 바로 빼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시마는 오래 두는 것보다 살짝 우러난 그 때가 자기 역할을 다한 것이라 한다.
고추도 썰지 않고 통째로 넣었다. 이렇게 재료의 특성에 대해 하나하나 듣고 이해하며 요리를 하니, 요리가 참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아욱은 풋내를 없애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빨래 빨듯이 싹싹 비벼가며 씻어준다.


▲소박한 밥상’쌀밥과 아욱국, 채식김치

김승권 회원이 얼마전에 만들었다는 채식김치를 꺼내주었다. 채식김치는 마늘이나 생강, 육젓을 넣지 않고 단호박과 사과, 배즙을 조미료 대신 이용하여 만든 김치라고 했다.
약간 싱겁긴 하지만, 뒷맛이 깔끔하고 부드럽다. 김치가 조금 자극적이다 싶은 아이들에게는 채식김치가 제격일 것 같다.
이렇게 김승권 회원이 설명을 곁들여 가며 만들어진 소박한 밥상.
윤기나는 쌀밥과 시원담백한 아욱국에는 재료에 대한 이해와 우리 몸에 어울리는 ‘맛’이 있다.
김승권 회원은 먹는 다는 것은 우리 몸과 잘 어울리는 것, 우리 몸과 동화되는 먹기가 가장 좋은 먹기라고 말한다.
음식에 담긴 철학과 원리를 안다면, 재료를 하나하나 이해하고 먹을 때 먹는 것의 원래 목적인 ‘자연과 하나되기’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빠르고 바쁜 세상인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말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다.
밥을 먹는 것에서부터 우리는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먹는 것의 행복은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음식을 제대로 맛 볼 줄 아는 것이다.
오늘 만들어 본 음식을 집에서도 제대로 만들어보리라는 마음으로 고기냄새가 나는 골목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자연과 하나되는 ‘먹기’가 바로 행복한 생활의 기초일 것이다.
<맛있는 쌀밥>
1. 쌀은 씻어서 물에 담가두지 말고 체에 받쳐서 물기를 빼고 그릇을 덮어 냉장고에 둔다. 이렇게 하면 물을 먹은 쌀이 생기를 찾게 된다.
2. 아침에 밥을 꺼내어 미리 받아둔 물에 3초 정도 훌훌 씻은 후, 바로 압력솥이나 전기밥솥에 올린다.
3. 압력솥에 올릴 경우, 압력솥 종이 딸랑거리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종이 조금만 딸랑거릴 정도로 3분간 둔다. 3분 후에 불을 끄고 압력솥을 열기가 없는 다른 곳에 둔다.
김을 빼는데, 김이 다 빠진 후보다 그 전에 개봉하는 것이 좋다.
<아욱국 끓이기>
1. 아욱은 껍질은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썰은 뒤, 빨래하듯 싹싹 비벼가며 씻어준다.
2. 물에 다시마, 말린표고버섯 5개, 빨간고추 1개, 무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무는 세로로 썰어 통째 넣어주고, 고추도 통째 넣는다.
3. 물이 끓으면 재료를 건져내고 된장을 넣어 풀어준다. 맑은 된장국을 끓이려면 된장을 체에 받쳐 콩을 걸러내고 끓는 물에 풀어준다.
4. 된장이 풀어지면 아욱을 넣고 한 번 끓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