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생태도시국 이상희 간사
4월 15일, 조금은 흐린 날이지만 여전히 화창한 봄날이다.
도롱뇽 보러 간다는 말에 전날부터 들떠있던 조카는 예정에 없던 친구 하나를 더 불러놓은 상태이다. 혹시나 소란스럽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도롱뇽선생님 말씀을 잘 듣기로 다짐을 받고 월평공원으로 향했다.
월평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1시 40분. 문광연 선생님은 벌써 와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공세에 정신이 없었지만, 먹을거리와 도감, 사진기를 챙겨들고 선생님이 계시는 곳으로 내려갔다.
간편한 복장과 가방, 그리고 피티병 하나를 들고 계시는 선생님께 경배와 민규, 선일이를 소개시켜 드린 다음, 드디어 도롱뇽이 있는 곳으로 출발하였다.
잎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는 버드나무에는 청람색잎벌레들이 짝짓기를 하느라 한창이었다. 경배를 주려고 새로 산 곤충도감이 영 손에 맞질 않아 불편했지만 남생이 무당벌레와 소금쟁이, 검은 물잠자리, 장구애비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곤충에 관심이 많은 경배는 “청람색잎벌레는 왜 짝짓기를 하는 거예요?” “장구애비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모기 같이 생긴게 왜 지금 나와요?” 라며 질문을 쏟아 놓는다. 내가 아는 것은 고작 생김새와 이름 뿐인데,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다.
▲메추리장구애비
월평공원은 숲과 습지, 하천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천혜의 자연학습공간이다. 더러워 보이는 물웅덩이에도 갖가지 생명체들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롱뇽선생님은 웅덩이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올챙이들을 피티병에 수루룩 담은 다음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두꺼비 올챙이들이야. 다른 올챙이들보다 조금 더 크지?”
아이들은 와~하고 함성을 지르면서 힘차게 꿈틀거리는 올챙이들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얘들은 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예요?”
“그건, 적들에게 굉장히 크고 무서운 존재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야”
올챙이 하나는 작고 여린 존재이지만 그들마다 살아가는 생존방법이 있다는 사실, 아이들은 또 한번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갑천자연하천구간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한 곳을 들여다보니, 튜브형의 도롱뇽알이 두 개씩 짝지어 있는 것이 보인다. 도롱뇽 한 마리가 꼭 두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신기하다. 아이들은 주춤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도롱뇽 알 하나를 집어든다. 탱탱하면서도 미끈거리는 감촉이 이상한지 금새 놓아버린다. 다른 양서파충류와 달리 도롱뇽의 알은 길쭉한 튜브에 싸여있는데, 어느 한 주민은 이것이 황소개구리 알 인줄 알고 건져서 뭍으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다른지역 이야기이지만, 비쩍 말라버렸을 도롱뇽 알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성충인 도롱뇽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유난히 걷기를 힘들어하는 선일이는 벌써부터 지쳐 ‘목이 마르다’, ‘가슴이 아프다’며 어리광이다. “그럼 선일이는 여기서 쉬고 있을래? 우리는 도롱뇽보고 올께”라며 장난을 걸어보니, 그건 또 아니란다. 힘을 내서 도롱뇽선생님 뒤를 바짝 쫓아간다.
10분 정도 올랐을까? 드디어 선생님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일주일마다 도롱뇽 성장상태와 개체수를 알아보기 위해 개천 주변에 작은 통을 심어놓는데, 도롱뇽 두 마리가 걸려들어 있었다. 혹시나 도롱뇽이 없어, 아이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하신 선생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띤다.
도롱뇽 한 마리를 조심스레 손에 들고 나오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은 함성을 지른다. 책과 사진으로만 보던 도롱뇽을 가까이에서, 그것도 만져볼 수 있다는 것에 무척 신이 난 모양이다. 도롱뇽과 체온을 맞추기 위해 손을 물에다 적신 후, 아이들은 신기 한 듯 등도 쓸어보고, 꼬리도 들어본다. 경배는 티비에서 봤다며 도롱뇽 옆구리에 있는 나이테를 알아맞힌다.
톡 튀어나온 두 눈과, 짧은 다리가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도롱뇽을 실제로 보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월평공원에서 만난 도롱뇽
▲도롱뇽을 관찰하는 아이들
민규가 관찰일지를 기록하기로 하고, 선생님은 자를 꺼내 도롱뇽의 머리 크기를 재어본다. 지난 주 보다 얼마나 더 자랐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물의 온도를 측정해, 도롱뇽의 서식환경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아이들은 무척 진지하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관찰은, 도롱뇽 알 세기! 튜브형의 도롱뇽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몇 개의 알에 들어있는지 세어보는 것이다. 어느 것은 올챙이들이 깨어나 조금씩 꿈틀거리기도 하고, 튜브를 뚫고 부화하기도 했으며, 간혹 썩은 알도 있었다. 경배는 다슬기가 붙어있는 튜브를 보고 알이 썩었다며 단번에 알아차린다. 알 만지기를 여전히 꺼려하면서도 ‘관찰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바치리라~’ 작정한 아이들처럼 덥석 알을 집어 들고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하다.
▲도롱뇽 관찰일지를 쓰는 아이들
도롱뇽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월평공원 지키기 주민대책위 분들을 만났다. 쓰레기를 한포대씩 들고, 월평공원 관통터널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에게도 서명의 취지를 설명했다. “월평공원에 도로가 뚫리면 우리가 오늘 본, 도롱뇽은 사라지고 말꺼야. 그래도 좋을까?” 아이들은 그러면 안된다며 난리다. “그럼, 도로가 뚫리지 않고 도롱뇽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곳에 서명을 해도 좋아.” 아이들은 서로 다투며 자기가 먼저 서명을 한다고 나선다.
대전에서 나고 대전에서 자란 우리 조카에게, 고향의 숲인 월평공원을 영원히 지켜주어야 할텐데…
오늘이 4월 중 최고의 날이었다며, 꼭 일기에 서두리라 다짐하는 아이들. 박물관 보다 월평공원이 훨씬 좋다는 아이들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작 데려왔더라면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고작 아파트 주차장이나 손바닥만한 놀이터에서 꿈을 키워갈 조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대전의 최고 녹지공간인 월평공원으로, 아이들을 자주 데려와야겠다며 나도 또한 깊은 다짐을 하고 돌아간다.
▲월평공원의 아름다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