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금남정맥] 백두대간과 금남정맥을 연결하는 금남호남정맥에 있는 주화산이 묘지 조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북정맥] 아산공원 묘지조성공사 현장.
충청권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 생태축인 금남정맥(금강 북쪽의 큰 산줄기)과 금북정맥(금강 남쪽의 큰 산줄기)이 위기에 처해 있다. 각종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훼손과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압력이 집중돼 있기도 하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5일, 지난해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금남정맥과 금북정맥을 조사한 실태보고서를 내놓았다. 금남정맥(130km)은 충남 5개 시군과 전북 2개 군에 걸쳐 있으며, 금북정맥(240km)은 경기도 안성, 충북 진천을 비롯해 충남 11개 시군을 잇고 있다.
조사 결과 금북정맥은 3.28km마다 도로로 끊겨 있었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를 포함해 모두 73곳이 마루금(산마루끼리 연결한 선)을 자르고 있었다. 이 중 충남 홍성(10곳), 서산(13곳), 태안(10곳) 등 세 지역에 도로가 집중돼 있다.
조사팀은 이 중 천안과 공주를 잇는 차령산맥 고개의 훼손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했다. 천안-논산 간 25번 고속도로로 이미 생태축이 훼손됐는데도 천안-연기-공주를 잇는 23번 국도가 확·포장된 때문이다.
▲금북정맥을 따라 경기-충북-충남으로 이어지는 골프장 열기. 사진은 충남 공주시 정안CC 공사현장.
금북정맥, 3.28km마다 잘려… 훼손 요인은 도로·골프장·묘지·송전탑
조사팀은 “직선형태의 도로가 신설됐는데도 수요가 적은 기존도로를 확·포장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중복투자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령고개에는 이외에도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2009년 12월 완공), 서산-예산-공주-대전 간 32번 국도(2010년 예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구잡이로 건설되는 골프장과 대규모 묘지도 생태축 파괴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금북정맥의 경우 경기도 안성에 2곳을 시작으로 충북 진천 3곳, 충남 천안 2곳, 충남 연기 1곳, 충남 태안 1곳 등 골프장이 마구잡이로 들어섰다. 그런데도 천안 북면 일대 3곳을 포함해 공주시 정안면 일대, 진천군 백곡면 일대 등에 대규모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묘지의 경우 마루금에만 214기가 있다. 각흘고개 맞은 편 능선에는 ‘아산공원’ 묘지(납골묘, 일반묘 포함 2000기 수용 규모)가 조성되고 있다.
정맥 허리마다 박혀 있는 송전탑에서 비롯한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북정맥 전체구간에서 조사된 고압 송전탑은 모두 35개. 충남 청양군 청양읍 청수리의 경우 22개의 송전탑이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은 “주민 100여명 이상이 암과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전하고 있다
조사팀은 이밖에도 모두 29개에 이르는 임업도로, 방치되고 있는 폐광,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산줄기와 등산로 등으로 마루금 훼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적절한 보전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 ▲중앙부처와의 협조체계 마련 ▲정맥 관련 보전법 제정 ▲정상 정복 및 능선 중심의 산행문화 개선 등을 제시했다.
계룡산 정상에 2000톤 폐기물 방치 추정… 늘어나는 광산
▲공사가 중단돼 절개 상태로 방치돼 있는 논산시 벌곡면 덕곡리 물한이재.
충남 부여 부소산에서 전북 완주를 잇는 금남정맥의 훼손 주범 또한 도로개설이 꼽혔다.
금남정맥엔 3.8km 구간마다 34개의 도로가 건설됐다. 68번 논산시 물한재 도로와 계룡산 고속철도 등 두 곳에서 추가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계룡산과 북서쪽으로 910m 간격을 두고 팔재산 구간을 지날 예정이어서 팔재산은 ‘제2의 천성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미 계룡산국립공원 안 반경 1km 거리에 기존 국도 1호선이 신설됐다. 하지만 교통량 분산을 이유로 기존도로 옆에 4차선 도로를 또 건설할 예정이다.
논산시 물한재 도로는 1996년 관광도로로 공사를 시작했으나 사유지 사용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때문에 마루금에 해당하는 물한이재가 약 20m 높이의 직사면으로 잘려 있다.
금남정맥 파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광산개발이다. 금산군 진산면 오항동 석산개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한삼천리 석산개발 등이다.
오항동 석회석 광산의 경우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개발하다 3년이 더 연장됐다. 규모는 1만5000평. 분진가루가 마을을 덮고 있지만 특별한 방지책이 없는 상태다. 백제와 나당연합군의 전투 때 세 개의 하천에 핏물이 흐를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전해지는 한삼천리는 오는 2010년까지 13년간에 걸친 쇄골재 채취가 예정돼 있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 종주 중심 산행문화 개선해야”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 사진은 대둔산 도립공원 낙조대 부근 산줄기.
계룡산에선 정상인 천황봉 부근에 설치된 각종 중계탑과 군사시설이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와 관련, 천황봉 부근에는 폐콘크리트, 철기둥 등 2000여톤의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가 만든 천황봉 지하벙커는 1984년 한국통신(현 KT)으로 넘어갔지만, 군 장비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
금남정맥 마루금에서 등산로를 지나치게 넓힌 곳은 17곳으로 폭이 최대 170cm, 깊이 70cm에 이른다. 계룡산은 금잔디 고개에서 관음봉으로 넘어가는 해발 755m 지점이, 대둔산 도립공원은 마천대-낙조대 구간과 피암목재-운장산 등산로 구간의 훼손정도가 극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둔산 해당 구간의 경우 나무뿌리 대부분이 드러나 있다.
조사팀은 적절한 보전 대책으로 개발 사업에 대한 ▲철저한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계룡산 정상부 통신시설 통폐합 및 이전 ▲폐기물 수거 ▲종주중심 산행문화 개선 등을 제시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금남·금북정맥은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꽃피웠던, 풍요와 생명을 잇는 산줄기”라며 “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훼손과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반시민은 물론 자치단체마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남금북정맥은?>
▲고랭지 채소밭을 만들기 위해 벌목한 금남정맥.
산줄기는 1개의 대간과 정간, 13개의 정맥으로 나눌 수 있다.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 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산줄기를 정맥이라 한다.
금북정맥은 한반도 13정맥 중 하나로 금강의 북쪽에 자리하는 240km의 산줄기다. 경기도와 충북, 충남의 3도에 걸쳐 있으며 안성, 진천, 천안, 연기, 공주, 아산, 예산, 청양, 보령, 홍성, 서산, 당진, 태안의 13시군에 이어져 있다. 주요 산으로는 ▲칠장산 ▲성거산 ▲백월산 ▲오서산 ▲수덕산 ▲가양산 ▲백화산 ▲지령산 등이 있으며 생태축이 연결돼 있다.
금남정맥은 금강 이남에 있는 정맥을 이루는 것으로 부여-공주-계룡-논산-금산-진안-완주로 이어지는 130km다. 주요산은 ▲부여의 부소산 ▲공주의 계룡산 ▲논산의 대둔산 ▲진안의 운장산 ▲완주의 주화산 등이다. 백제문화의 흥망성쇠와 동학농민군들의 최후의 항거지, 토속신앙의 요람인 계룡산 등 충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