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탐사>
백화산 절경 각종 개발로 훼손
12. 서산 수량재-태안 지령산
<글:이 용 대전일보 기자>
▲백화산은 각종 개발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산 수량재-태안 지령산은 이번 금북정맥 탐사의 마지막 구간이다. 수량재에서 팔봉산(362m), 오석산(169m)으로 이어진 정맥은 태안읍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백화산(284m)에서 제법 높은 봉을 이룬다. 백화산 이후로는 모래기재와 유득재, 장재 등 낮은 능선을 타고 태안 근흥면으로 진입한다.
금북정맥은 서해안의 끝자락 구간인 근흥면의 밤고개, 연포재, 죽림고개를 차례로 거쳐 서해바다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오른 지령산(220m)에서 멈춰 선다. 경기도에서 240여km를 달려 온 금북정맥이 마침내 그 수려한 기세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수량재의 북서쪽으로는 서산 팔봉면과 태안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팔봉산이 솟아 있다. 해발 362m로 이번 구간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름과는 달리 9개의 봉우리가 있지만 가장 작은 봉우리 하나를 제외하고 팔봉산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상에선 서해안의 넓은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숲이 때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8월, 한배달민족정기선양위위원회 쇠말뚝뽑기운동본부가 팔봉산 기슭에서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박아놓은 콘크리트 말뚝(일명 혈침)을 제거하기도 했다.
정맥은 팔봉산과 오석산을 거쳐 태안읍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백화산에 다다른다. 팔봉산과 오석산의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운하지인 굴포운하지(堀浦運河址)가 있다.
굴포운하지는 고려 인종 12년(1134년)부터 조선 중기 임진왜란 직전까지 400여년간 가로림만 상류인 팔봉면 이송리와 천수만으로 흘러드는 흥인천 사이의 좁은 목 3km를 굴착해 수로로 연결하기 위해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암반이 많은데다 조수에 밀리는 토사 등으로 인해 결국 실패한 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백화산은 각종 개발 행위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오석산을 지나 백화산 자락이 펼쳐진 상옥리마을에 들어서면 산기슭을 터삼아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다.
백화산의 끝자락인 동문리에는 태안문화예술회관이 건립돼 있다. 백화산에서 유득재로 이어지는 모래기재에는 교육청 건물 등이 들어선 탓에 금북정맥 능선은 제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백화산은 온갖 수석을 모아놓은 듯 기기묘묘한 바위가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지만 갈수록 훼손과 오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정맥은 태안 소원면과 근흥면의 경계인 유득재를 거치면서 선 굵은 산세는 자취를 감추고 야트막한 능선으로 펼쳐진다. 그 사이로 국도 32호선과 마을 도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지나고 있다.
금북정맥이 어디로 이어지는 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야 근흥면의 도입부에서 매봉산(101m)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603번 지방도를 따라서 양 옆으로 해발 100여m의 능선이 펼쳐진다.
200km를 쉼없이 달려 온 금북정맥이 잠시 숨을 고른 뒤 마지막 힘을 다해 서해바다 앞까지 달려가는 구간이다.
근흥면의 금북정맥도 개발과 훼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각종 위락시설들이 들어서는 등 서해안의 관광명소로 부상하면서 곳곳의 산이 파헤쳐지고 있다.
안기리마을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두 곳의 산자락이 잘려나가 있다.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흙을 파내가면서 야산이 형체를 잃은 채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공장을 짓기 위한 해 산자락을 깎아내는 부지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령산으로 향하는 603번 국도의 고개고개마다 2-3곳의 정맥 능선이 부지 조성을 위해 파헤쳐지거나 절개된 채 방치되고 있다.
밤고개, 연포재, 죽림고개를 차례로 지나자 마침내 금북정맥의 마지막 산인 지령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지령산도 개발행위로부터 위협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자락에는 군부대가 들어서 있고 산 아래로는 골프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령산과 마주하고 있는 무명산(143m)의 자락이 골프장 공사로 인해 황토흙을 드러내며 깎여나가고 있다.
골프장 공사장을 뒤로 하고 지령산 중턱에 올라서자 태안 앞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북서쪽으로 소원면 파도리의 뒤끈이산(90m)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가의도가 망망대해를 뒤로 하고 마주보고 있다.
칠장산에서 천안, 공주, 청양, 보령, 홍성, 예산, 서산을 거쳐 240여km를 거침없이 달려온 금북정맥의 기세가 다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