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개발로 부춘산 산림훼손 심각

2006년 5월 30일 | 자연생태계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탐사>

공원개발로 부춘산 산림훼손 심각

11. 서산 가루고개-수량재

<글:이 용 대전일보 기자>


▲대규모 골프연습장 조성공사▲

홍성의 홍동산에서 덕숭산, 가야산, 일락산, 서산의 상왕산으로 굽이치며 금방이라도 서해 바다로 뛰어들 것 같던 내포권 금북정맥의 웅장한 산세는 서산으로 접어들며 돌연 자취를 감춘다.
상왕산 자락의 명종대왕 태실을 지나면 가루고개. 여기서부터 서산종합운동장 뒤편의 솔개재에 이르기까지 20여km는 150-200m의 얕은 능선으로 금북정맥이 이어진다.
금북정맥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장난 완행버스를 닮았다. 산줄기 곳곳마다 도로와 철도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서산 운산·음암면 구간도 마찬가지. 상왕산을 지나 처음 맞는 고개인 가루고개 위로는 647번 지방도가 지난다.
불과 300여m의 거리를 두고 모래고개로는 서해안고속도로가 통과하고 그 아래로는 마을도로가 개설돼 있다.
동암산 자락으로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이 또아리를 틀고 있고 그 옆의 무루티고개로는 국도 32호선이 지난다. 불과 1km내에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로, 마을도로 등 4개의 도로가 경쟁이라도 하듯 금북정맥을 밟고 지나간다.
무루티고개에는 휴게소가 금북정맥을 짓누르고 있다. 휴게소에는 주유소, 음식점, 자동차정비소 등이 들어서 있다.
“금북정맥이 갈수록 제 모습을 잃고 있다”는 산악인들의 탄식이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온전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커녕 일제강점기 일인들이 쇠말뚝을 박았던 그 자리에 건물 기둥이 박히거나 아스팔트 포장이 깔리고 있다.
서산 음암면과 당진 정미면의 경계를 타고 나분들고개를 지나면 성연고개다. 성연고개 옆으로는 성연농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9만7000평 부지에 충남의 핵심산업중 하나인 자동차부품공장이 들어서 있다. 성연고개를 넘으면 성왕산(252m)이다. 10여km의 낮은 능선을 지나 제법 산다운 산을 만나니 반가움이 앞선다.
성왕산 아래 성황당고개를 넘으면 서산시가지가 시작된다. 성황당고개부터 부춘산(187m), 봉화산(201m) 등이 서산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부춘산과 봉화산은 개발로 인한 훼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두 개의 산자락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고 서산학생수영장, 서산교육청, 시립도서관 등도 건립돼 있다.
부춘산은 공원개발을 이유로 등산로 개설이 잇따르면서 산림도 크게 훼손되고 있다. 수 십년된 소나무들이 수 십여그루씩 잘려 나가고 있고 정상에 전망대 설치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산림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부춘산의 옛 궁도장 부지 1119평에는 서산시가 산책로, 인공폭포 등을 설치한 테마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테마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시립도서관, 문화회관, 레포츠 공원, 옥녀봉 등산로 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로를 만들 계획이어서 또 다시 훼손이 우려된다.
부춘산에서 솔개재로 이어지는 고개로는 국도가 통과하고 있다. 국도 서쪽으로는 서산시 종합운동장이 조성돼 있다. 그 반대편 고개에는 66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장 입구에는 ‘서해안 최대 규모’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조성된 부지는 축구장 규모보다도 커 보인다.
솔개재의 북쪽으로는 634번 지방도가 지난다. 고남2리로 들어서니 ‘레미콘 공장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걸려 있다. 마을 중앙부의 산자락에 레미콘 공장을 건설하려하자 주민들이 먼지 피해 등을 우려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
정맥은 솔개재를 뒤로 하고 금강산(316m)과 수량재로 이어진다. 수량재 위로는 서산과 태안을 잇는 국도가 통과하고 있고 양 옆으로는 중장비회사와 석재 전시장, 레미콘 공장 등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