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리마을 산허리마다 송전탑 박혀

2006년 5월 16일 | 자연생태계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탐사>

청수리마을 산허리마다 송전탑 박혀

9. 금북정맥 금자봉-백월산

<글:이 용 대전일보 기자>


▲홍성군이 까치고개 옆에 새로 조성중인 위생쓰레기매립장▲

청양 운곡면의 금자봉(325m)에서 남서쪽으로 문박산(337m)-여주재-천마봉(422m)-오봉산(498m)을 차례로 거쳐 금북정맥의 가장 남쪽 봉우리인 백월산(571m)에 이른다.
백월산에서 숨을 고른 금북정맥은 다시 힘차게 북진한다. 보령 청라면과 청양 화성면의 경계를 따라 스무재-은고개-가루고개를 거쳐 올라가면 금북정맥의 최고봉인 오서산(790m)이 내륙과 해안을 굽어보듯 위용을 자랑한다.
오서산을 지나면 지금까지의 불쑥불쑥 솟아오른 산세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홍성 광천읍 수리고개부터 홍성읍 살포쟁이고개까지의 10여km는 말그대로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야트막한 능선이 이어진다. 살포쟁이고개를 넘어서야 홍성의 진산이자 산다운 산인 백월산(394m)을 만난다.
금북정맥의 수난은 금자봉-일월산 구간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산업단지 조성, 도로 개설, 쓰레기매립장 공사 등으로 대규모 훼손이 이뤄진 상태다.
탐사는 금자봉에서 다시 시작됐다. 금자봉에서 96번 국도를 건너면 청양 운곡면과 비봉면의 경계에 서있는 문박산이 나타난다. 문박산의 아랫마을인 효제리에는 10여개 공장이 입주해 있는 운곡산업단지가 있다.
문박산을 지나면 학당고개다. 청양과 예산을 잇는 29번 국도가 개설된 학당고개에는 장례식장이 버티고 있다. 학당고개 옆으로 금북정맥이 지나는 청수리에는 한국전력의 청양전력소가 자리하고 있다.
청수리 마을에 들어서자 마을 위로 고압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송전탑들이 산허리마다 박혀 있다. 금북정맥 탐사중 이처럼 많은 송전탑과 고압선로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국도 36호선이 통과하는 여주재에서 보이는 구봉산 산자락에는 대규모 축사가 조성돼 있다. 여주재를 지나면 오봉산과 공덕재를 지나 금북정맥의 가장 가장 남쪽에서 우뚝 버티고 선 백월산이다. 남양면에서 산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을, 청라면에선 산 위로 달이 뜨는 모습을 늘 보아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백월산(白月山)이다. 현지 주민들은 월산이라고 부른다.
산에는 지금은 폐광된 탄광이 있었다. 월산사라는 사찰도 있었지만 탄광 때문에 물줄기가 끊기면서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다.
여주재를 통과한 국도 36호선은 백월산 너머의 스무재로 다시 통과한다. 스무재 옆으로는 1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화성농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은고개와 위수고개를 지나면 금북정맥이 최고봉인 오서산이다. 스무재부터 오서산까지의 야트막한 능선은 두 개의 지방도로 단절돼 있다.
오서산은 보령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예로 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오서(烏棲)란 이름이 붙여졌다. 정상에 서면 서해안의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서해의 등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고려시대에 승려 대운이 창건했다는 정암사가 있다.
오서산은 비교적 훼손이 없는 상태다.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어 평일인데도 찾는 이들이 많다. 명대계곡으로 들어서자 때묻지 않은 천연림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봄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인다.
오서산을 지나면 홍성으로 들어선다. 광천읍의 수리고개를 넘어서면 이제부터는 비산비야다. 산도 들도 아닌 능선이 홍성읍까지 펼쳐진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정겹다. 모판을 돌보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아쉬운 점은 능선과 능선 사이로는 지방도 등 각종 도로들이 어지럽게 개설돼 있어 금북정맥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야산의 곳곳엔 대규모 축사들이 자리하고 있어 가는 곳마다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다.
비산비야가 끝나가는 지점엔 장항선 철도가 통과하는 신성역이 있다. 금북정맥을 탐사하는 산악인들은 이 곳에서 철길을 건너야만 산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신성역에서 남서쪽으로 구항농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홍성읍으로 들어서면서 금북정맥은 다시 대규모 수난이 시작된다. 해발 130-140여m의 꽃조개부터 수리고개는 홍성 남부순환도로 개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산이 절개되고 터널이 뚫리고 있다.
꽃조개에는 예식장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고 고개를 타고 국도 21호선이 통과하고 있다. 그 위로 교각을 세워 남부순환도로가 교차, 통과한다.
꽃조개-수리고개 산 절개 터널 뚫어
까치고개 18만㎥ 쓰레기매립장 조성
남부순환도로는 금북정맥의 산자락을 타고 하고개의 국도 29호선으로 이어진다. 하고개도 국도 29호선의 우회도로 개설공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있었다. 꽃조개-수리고개-하고개에 이르는 2-3km의 구간이 개발행위로 인해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맥은 하고개를 벗어나면서 다소 한숨을 돌린다. 살포쟁이고개, 홍성의 진산인 백월산까지는 비교적 훼손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월산을 지나 까치고개에 다다르면 개발과 보존의 조화라는 명제가 얼마나 지켜지기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이 곳에는 까치고개 옆으로 홍성군이 대규모 위생쓰레기매립장을 새로 조성하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기존 매립장이 포화상태애 도달하면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 조성되는 매립장은 매립 용량이 17만9198㎥로 홍성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9년간 매립할 수 있는 규모다. 까치고개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입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백월산에서 홍동산(309m)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의 산줄기의 계곡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