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멍들고 아파트개발에 신음

2006년 5월 2일 | 자연생태계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탐사>

쓰레기로 멍들고 아파트개발에 신음

6. 금북정맥 칠장산-취암산

<글:이 용 대전일보 기자, 도움:정기영 간사, 탐사기간:3월15일~27일>

금북정맥이 시작되는 칠장산(492m)은 칠장사와 주변의 울창한 숲으로 유명하다. 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칠장사는 조선 명종때 임꺽정이 승려인 병해와 10여년간 머물었던 사찰이다. 국보 296호인 오불회괘불탱과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488호) 등 보물과 문화재들이 많다.
금북정맥은 칠장산과 나란히 붙어 있는 칠현산(516m), 덕성산(519m), 서운산(547m)을 지나 충북 진천군, 경기 안성군, 충남 천안시 등 3도의 분기점인 엽돈재에 다다른다.
본격적인 탐사는 엽돈재를 조금 지나 금북정맥 충남쪽 산줄기의 첫 봉우리인 위례산(523m)에서부터 시작됐다. 위례산은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길이 950m의 위례산성이 있다. 위례산성은 천안 입장면과 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부수문이고개에서 2km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는 산성의 유래를 담은 안내판과 정상석이 있다.
정맥은 우물목고개를 거쳐 정상에 공군부대 기지가 자리한 성거산(579m)에 이른다.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이 산을 보고 신령이 있다며 성거산이라고 부르고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이야기가 내려 오지만 지금은 공군부대가 정상에서 산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거산성도 있지만 성곽이 파괴돼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성거읍 쪽으로 능선을 타고 조금 내려가면 오층석탑과 마애불 등의 문화재가 있는 만일사(晩日寺)가 나온다.


▲산을 깎아 만든 공장부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개발에 의한 파괴와 오염은 금북정맥도 예외는 아니다. 성거산 자락의 일명 신방고개 또는 도촌고개를 오르는 길의 오른쪽으로는 산을 깎아 만든 4000여명의 공장부지가 방치돼 있다. 안내 표지판에는 공장 준공 예정일이 지난해 말로 돼 있지만 터만 조성된 채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걸마고개와 유왕골고개를 차례로 지나면 태조봉으로도 불리는 태조산(421m)이다. 천안의 진산(鎭山)으로 고려 태조가 이 곳에서 군사를 양병했다고 해서 태조산이다. 산자락에는 각원사(覺願寺)가 자리하고 있다.
각원사 넘어 유왕골도 훼손과 오염이 심각하다. 이 계곡은 여름철 사람들의 휴식처로 각광받는 곳으로 미처 치우지 못한 생활쓰레기와 인근 음식점들이 설치한 각종 시설물들로 본래의 계곡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계곡 중간에는 3-4층 높이는 음식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계곡 곳곳에 마련된 간이화장실에선 악취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금북정맥은 다시 유량리고개를 지나 취암산으로 이어진다. 유량리고개 옆에는 독립기념관이 내려다 보이는 흑성산(519m)이 있다. 흑성산 정상에는 천안지역의 고대 산성중 유일하게 기록으로 전해 오는 흑성산 성터가 남아 있지만 군사시설과 방송국 중계소 등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어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풍수지리상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으로 여겨지면서 독립기념관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유량리고개는 금북정맥의 성거산과 취암산을 잇는 고개이지만 목천면과 천안시내를 잇는 도로가 개설돼 정맥이 단절된 상태다. 특히 유량리고개 바로 아래에는 남양유업 천안신공장, 가스안전교육원, 국제평화대학원 등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 있어 과연 이 곳이 정맥의 산줄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개발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유량리고개 바로 옆에도 공장 신설을 위해 1만여평의 고개마루가 파헤쳐진 채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유량리고개는 일제시대때 일인들이 정맥 단절을 노려 쇠말뚝을 박아 놓았던 곳이기도 한다.


▲유량 지하차도▲

취암산(229m)도 국도 21호선이 지나면서 두 개의 터널로 뚫려 있는 상태다. 취암산 산자락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고 1만평 규모의 전원주택단지가 기반공사만 끝낸 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이번 탐사 구간중 개발로 인한 파괴한 훼손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금북정맥은 충남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유일한 정맥이다. 특히 칠장산에서 취암산까지의 구간은 금북정맥의 도입부로 옛 역사의 숨결과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맥 탐사 결과처럼 개발과 훼손, 오염에 의해 원형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금북정맥이란
백두대간의 충북 보은군 속리산 천황봉에서 경기 안성군 칠장산에 이르는 한남금북정맥은 다시 두 개의 산줄기로 갈라진다. 칠장산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김포시의 문수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한남정맥이고 칠장산에서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금강의 서북쪽을 지나는 산줄기가 금북정맥(錦北正脈)이다.
한반도 13정맥의 하나인 금북정맥의 길이는 약 240km로 충남의 또 다른 정맥인 금남정맥(전북 무주군 주화산-부여 부소산 조룡대, 118km)보다 두 배나 길다.
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충남의 성거산과 차령고개, 광덕산, 국사봉 등 천안, 연기, 공주에 이르는 충남을 가로질러 청양의 백월산에 이른다. 다시 서북으로 뻗어 오서산, 보계산, 수덕산, 가야산에서 숨을 고른 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팔봉산, 백화산, 지령산, 안흥진에서 맥을 다한다.
금북정맥은 곳곳에 백제와 통일신라, 고려 등의 불교문화유적들이 분포돼 있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나지막한 능성이 이어져 금남정맥과는 또 다른 향토색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