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정기 각종개발로 막힌다.

2006년 3월 21일 | 자연생태계

백제의 정기 각종개발로 막힌다

1. 대장정 첫 발

<정리:김준호 대전일보기자, 도움말:이상희 간사,정기영 간사, 탐사기간:3월15일~17일>

 

일본이 ‘스승의 나라’로 여길 만큼 수 많은 문물과 문화를 전파해 준 백제.

수천년전 일본과 왕래하던 무역선이 머물던 백마강 구드래 나루에서 금남정맥 탐사의 대장정은 시작됐다.

백마강과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부소산은 백제 고도의 진산(鎭山)이면서 금남정맥의 끝자락에 해당된다.

부소산에 위치한 사자루(충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에 오르면 부여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남정맥 부여구간에서는 살아 숨쉬는 백제를 만날 수 있다. 구비구비 금남정맥 산 자락에는 백제의 영화와 슬픔이 배어있고, 이곳에 뿌리를 내린 채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인근에는 백제가 패망할 때 삼천 궁녀가 뛰어 내렸다는 낙화암과 신석기 시대의 옛 움집이 보존돼 있다. 금남정맥을 이루는 흙과 돌과 그 언저리를 맴도는 바람 속에는 오래디 오랜 세월과 역사가 기록돼 있는 것이다. 사자루와 낙화암, 군창지, 영일루 등 금남정맥의 마루금(산마루 즉 산의 능선을 연결한 선)에는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유적이 호젓이 살아 숨쉬고 있다.  

 

부소산을 내려오면 금남정맥 마루금 한 가운데 위치한 부여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인근의 시가지를 지나면 다시 해발 121m에 불과한 금성산으로 이어진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인 금성산 정상 통수대에 오르면 부여 동남리, 가탑리, 쌍불리, 능산리 마을이 그대로 펼쳐져 보인다.

올해 2월부터 금성산 산불감시단으로 활동중인 순남수씨는 “하루 100여명의 주민들이 금성산을 찾을 정도로 이 곳은 마을 주민의 쉼터가 되는 곳”이라며 “금성산과 부여 시가지가 금남정맥의 마루금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여를 지나 공주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바로 벌목으로 인해황폐화된 산림현장이다. 베어진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맨땅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밤 나무 과수원을 만들기 위해 산중턱의 나무까지 베어낸 것. 금남정맥 공주구간은 울창한 숲보다는 밤나무 과수원을 조성키 위해 베어진 나무들과 황량한 산길이 대부분이다.

도로와 공장부지 조성 공사로 훼손된 금남정맥의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공주 이인면 이인휴게소 인근의 구수리 고갯길은 국도 25호선으로 심하게 훼손됐으며 공주유스호스텔과 망덕봉 사이에 들어선 공장부지 조성공사 현장에서는 돌을 깨고 파내는 채석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부여군 구드래나루에 시작된 탐사는 부소산과 금성산, 체마소고개(154.8m), 청마산성, 공주 가척리 돌정이 마을, 가자티고개, 감나무골, 진고개, 공주유스호스텔, 망덕봉, 반송고개, 성황산, 말미고개, 널티를 거치고 ‘충청의 명산’ 계룡산에 진입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기업도시, 충남도청이전 등 각종 개발 계획이 잡혀 있는 충청권은 심한 개발압력으로 인해 지역을 지나는 금남정맥의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호남고속철이 계룡산을 관통할 경우 금남정맥의 핵심 구간인 계룡산의 생태 환경 훼손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희 탐사대장은 “탐사 시작점인 부여에서 금남정맥 곳곳에 새겨진 옛 백제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의 정기가 이어지는 금남정맥의 실체를 모르고 방치하거나 훼손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