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금강트래킹 후기>이은실 회원

2011년 3월 30일 | 금강트래킹

자연과 어울리는 하루를 보내며~~~

이은실 회원

주말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저와 아이들은 트래킹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걱정입니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밤새 비는 내리고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주차할 곳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서 시내버스를 기다렸지만, 비가 와서인지 버스도 늑장을 부리고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습니다.
다행히 출발지에 일찍 도착해서 관광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모를 빗물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빗살무늬를 새기며 여전히 버스 창문에  주룩주룩 내립니다. 비가 내리는 소리는 버스가 달리는 소리에 밀려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멀미도 잊고 즐겁게 갈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날씨였다면 한 시간 반의 버스여행이 긴 시간이었겠지요.

우비를 입은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마을을 따라서 좁은 골목을 지나고 동네 강아지에게 반갑게 인사도 건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먼저 올라가 어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 나뭇가지처럼 생긴 연가시를 발견한 작은 아이는 신기한 듯 연가시를 진짜 나뭇가지로 만져보고 있습니다. 저도 연가시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우비를 쓰고 산행을 했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등산로가 진흙탕입니다. 아이들 운동화뿐만 아니라 바지까지도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황토색으로 물들었습니다.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뜨다(날다)봉황=날아가는 봉황]이라는 팻말은 드디어 우리가 목적지에 왔음을 알려줍니다. 이름 그대로 물이 나누어지는 곳 수분리에 발을 들였습니다. 비단의 강이란 뜻을 지닌 금강, 마을의 이름은 수분(水分)마을. 수분은 물이 갈라진다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도 이곳이 물이 갈라지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마을 이름도 수분리라고 지었나봅니다.  뜬봉샘에서 물이 솟아서 수분리에서 물이 갈라져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이고,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지붕에 비가 오면 북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금강물이요, 남쪽으로 떨어지면 섬진강물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내려오는 산중턱에서는 수증기가 앞을 가려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땀이 뒤범벅이고 숨도 찼지만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뜬봉샘에 대해 미리 아이들과 인터넷을 찾아서 공부를 했지만 실제로 입구에 도착해서 보니 인터넷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르게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샘물은 많지 않지만 가물거나 큰 비가 오거나 항상 일정한 양의 물이 솟는다고 하네요.
근처에 샘물을 먹고사는 엽새우는 1급수에서 낙엽 뒤에 숨어서 낙엽을 갉아먹고 산다고 합니다.  엽새우를  처음 만나는 기회였습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뜨끈뜨끈한 뚝배기한우갈비탕 한 그릇입니다. 오전 내내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해서 한기를 느낀 몸이라 갈비탕 한 그릇이 몸을 녹여줍니다. 아이들도 금세 한 그릇 뚝딱합니다.
다음 코스로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에 올라갑니다. 데미는 이 고을 말로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왔다고 합니다.
데미샘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엔 아직 겨울눈의 흔적이 보이고 미끄럽기도 합니다. 옆에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졸졸졸 들립니다.
오후의 산행은 화창한 해가 길을 터주네요. 데미샘은 뜬봉샘보다 올라가기가 수월하지만 (갈비탕 한 그릇을 먹고 난 뒤끝이라서요..) 아이들에 뒤쳐져 올라갔더니 큰아이가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물 한바가지 떠다 줍니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몸의 피로가 싸~악 가십니다.

트래킹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비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가 가장 걱정이었지만,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뜬봉샘에 걸어 올라간 녹색연합 활동가 선생님과 더불어 우리 아이들과의 추억을 나중에 끄집어 낼 이야깃거리로 삼을까 합니다.
오전엔 차가운 비속을 걸어 뜬봉샘을 오르고, 오후엔 화창한 햇빛을 받으며 데미샘에 오르고, 하루 종일 자연과 함께 어울려 보는 즐거운 나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