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트래킹 참관기~

2009년 9월 25일 | 자연생태계

그 모습 그대로, 조화롭게

글/ 임대중 회원

녹색을 말하는 모임에서 녹색을 체험하고 자연을 체험하는 곳에 간다는 생각에서 내가 생각하는 녹색과 경험 많으신 분들의 생각과의 교감 내지는 공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흥분되었다. 다섯살짜리 첫째 아들은 특히 자연학습 백과사전을 매일 읽으며 질문하기를 좋아해서 동행하자고 제안 했고, 신난다는 반응으로 수락했다. 아침은 분주했다.
간신히 시간에 맞춰 도착한 평송 청소년 수련원에는 벌써 여러분이 오셨다. 평소 잘 다니시던 분들과 처음 오신 분들 포함해서 20여명 정도. 각자 소개를 간단히 마친 후 자원을 아낀다는 취지에서 모두 동승하며 차에 가볍게 올랐다. NGO의 거창한 진지함은 볼 수 없었고 모두들 소풍이었고, 그 소풍에 대한 설레임이었다. 모두들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초면이어서 불편한 나와 아들은 소개과정에서 남는 작은 마음쓰임을 뒤로 한 채, 서서히 도심을 벗어나는데 참여하며, 금강을 연상했다.


▲인공폭포 앞에서 동하와 여진이 @임대중


▲호탄리의 금강에 서서@ 최수경

목적지는 충청남도 금산자락을 지나 도 경계지점을 느끼고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호탄리 일대에 가는 것이었다. 금강 줄기를 길옆으로 맞이하며 유유히 줄기를 따라 가면서 이것이 금강인지, 이것이 지류에 해당하는 무슨 천인지하는 그들의 이름을 잊어본 적도 많고, 그들이 가끔은 보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더욱 큰 것은 그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일생을 살면서 얼마나 좁은 부분을 보면서 살고, 얼마나 내 중심적으로 바라보는가를 자책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보살필 것들은 너무 많다. 잊혀져 있던 존재들에 대한 그들의 의미의 이해와 존재이유 들. 그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자기의 역할을 소금처럼하고 있는가를 깨닫는 것이 정말 중요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녹색연합의 최수경 대표께서 여러 가지 보아야 할 것들과 일정 등에 차분하고 정연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자연을 감상하는 것 즉 금강의 멋진 자태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은 개인들에게 남겨주셨다. 가끔은 생태학적이기도 하고, 가끔은 분류학적인 것으로 느낄 만큼 많은 식물과 동물들에 대한 분류지식도 가지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우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강의 물살은 그리 빠르지 않아 호수처럼 보였다. 평지여서 물은 얕고 넓게 흐르는 것이었다. 물의 양의 많지는 않아 많이 퍼지지만, 범람을 막기 위한 둑은 멀찌감치 자리하고 있으므로 둑에서 바라보면 작은 갈대숲과 물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숲을 지나서 잔잔히 흐르는 고즈넉한 호수는 평화로워 보였다.


▲여울건너기@임대중

강을 거슬러 다리를 건너자 강을 따라서 차들이 다닐만한 자갈길들이 나타났다. 그곳은 강물을 따라 강둑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위에서 바라보았던 갈대와 나무들, 그리고 강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길이었다. 길은 거의 곧았지만, 강물은 우리를 배려하기라도 하듯 굽이쳐 흘러 때로는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나무들에게나 갈대들에게는 양보하듯 멀리 달아나 있기도 하였다. 갈대도 크게 자라지 않아 사람을 덮지 않았고, 나무들도 주변 갈대들과 함께 있어 튀어 나온 곳이 없었다. 안에 들어가서도 전체를 볼 수 있는 것 같은 그곳이어서 마음이 더 편했다. 물가를 만난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떼와 다르지 않았다. 다슬기는 다소 작았지만, 아이들이 잡았다가 놓아주기 놀이는 깊은 물속으로 가게 하기도 하였고, 아들은 물에 코가 들어가는 지 모르게 잡는데 열중하기도 하였다. 물은 깨끗하여 가재들이 주변에서 놀고 있기도 하였고, 우리는 바지를 적신 채 강을 건너는 일을 하여도 차라리 젖어 들고 싶은 것 같았다. 모두들 그렇게 몸과 옷을 적셨다. 겉보기와는 달리 중간의 물살은 빨라서 아들을 안고 넘어가는데 조금 다리가 휘청하듯 밀렸다. 그러나 그것도 스릴이 있었다. 한 동안을 다슬기 잡는데 열중할 수 있어서 아들에게 더 없이 좋았다. 다른 분들이 다른 전망대를 돌고 오시는 동안 마음 놓고 물고기 구경과 다슬기 잡고 놓아주기 놀이에 빠질 수 있어서 스케줄이 마음에 들었다.


▲수두리 마을로@ 최수경


▲수두리 마을 소나무@ 임대중

유난히 눈에 뛰는 것은 역시 자연스럽고 평화롭고 과하게 개발되지 않은 모습들이었고, 그것을 모두 사진에 담을 수 없는 넓게 퍼져 종합적으로 자극하는 조화로운 모습인 것이다. 식사시간도 전원주택과도 유사한 곳에서 앞 뒤의 문이 개방된 채, 코스모스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곁들이는 청국장과 숭늉 한 그릇은 내 마음속에 자연이 찾아온 것처럼 싱그로웠다.


@임대중


▲가시박이@임대중


▲가시박이로 뒤덮인 하천가@임대중

그러나, 모두가 아름다울 수는 없다. 외래에서 넘어온 호박잎 같은 식물 하나 “가시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놈은 마치 식물계의 황소개구리였다. 그 위세는 웬만한 큰 나무도 쉽사리 덮어 버려 죽게하는 위력을 가진 놈이었다. 마치 장막과도 같이 뻗어 올라 자신의 넓은 잎들로 햇빛을 받아 자신이 밟고 올라간 나무와 야생초들을 하나씩 죽여나가고 자신의 왕국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 영역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가끔은 사람들이 일부러 해놓은 양 멋있는 것처럼 착각시키기도 한다. 원래 예쁜 모양의 소나무를 장막으로 뒤덮어 전체적으로는 예쁜데 그 예쁜 모습의 근원을 생각해보면 전혀 예쁘지 않은 상황들이 연출되는 것이다. 마치 자연의 허파에 콘크리트를 부어 예쁜 아담한 집을 지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인 것이다. 간혹 눈에 띄이는 황토빛 건설현장. 그곳에 집을 예쁘게 짓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와서이다. 식물들의 진화의 방향은 어쩌면 인간을 닮기인지도 모르겠다. 민물 속에서 움직이는 철사와 같은 기생충이 시선을 끌었다.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가 인간에 위협을 가하는 우리시대. 그리고, 그들은 왜 그런 전략을 선택하였을까? 외래에서 넘어왔다는 말은 검역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그 근원적인 문제는 역시 인간의 소행인 경우가 많다. 원래 없이 잘 지내던 우리나라의 식물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인간이며,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든, 인간이 만든 배이든, 인간이 적응시킨 생물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존재의미를 잘 찾지 못하며 생각하던 끝에 우리는 식물 즉 녹색이라는 거대한 생산자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는 사용자였다. 우리의 눈이 과거 소비자 중심의 생산자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일까? 식물과 녹색을 바라보는 마음이면, 사회의 생산노동자들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알아야 하며, 그들의 묵묵한 나무와 같은 인생의 모습이 얼마나 우리환경에 소중한지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돌아가 생산자인 식물들이 그들 자체로 아름다운 것 역시 그것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운 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금강@임대중


▲강가를 걸으며 @최수경

인간은 두뇌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다. 지구의 위대한 생산자를 위해 우리의 두뇌를 사용하는 방식은 그 생산자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느냐에 그 근본이 있다고 하겠다. 그로부터 우리는 생산자가 주는 식량과 멋과 아름다움에 도취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잠시 그 도취의 기분으로 편하게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들면서 행복한 체험을 꿈꾸게 되었다.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2-2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