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금강트래킹

2011년 1월 17일 | 금강트래킹



2011년 첫 금강트래킹, 추운바람이 설레는 마음보다 먼저 살에 닿았다. 하지만 이 추위는 오후에 우리가 맞이할 추위에 비한다면 미풍에 불과했다는! 익산 성당리 마을을 시작으로 서천 신성리와 전주한옥마을을 가는 트래킹 최초로 1박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성당포구를 걷다
성당리 마을은 지난 해 2월에 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냉이가 언 땅을 깨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는데, 이번 트래킹에서는 흰 눈과 대나무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조용한 성당리는 곁을 흐르는 금강과 얼마나 많은 세월 살을 맞닿고 살아왔을지, 그 긴 시간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곳도 익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는 걷는 길 코스 중 하나이다. 전망대에 올라 회원들끼리 1박 2일의 굳은 결의를 다지며 소개를 나누었다. 매서운 바람에도 간식 꼬박꼬박 챙겨먹으며 성당리 금강길을 걸었다. 웅새마을로 나와 버스를 타고 성당리 마을회관에서 소박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서천에 사시는 박희춘 회원이 마중을 나와 귤 한 상자와 따뜻한 마음을 더해주셨다.
서천 신성리와 나포뜰
성당리에서 군산방향으로 가다보면 웅포대교를 만난다. 그 다리를 건너 내성사거리에 닿으면 금강1공구공사현장을 만나게 된다. 언 금강 위를 포크레인이 수놓고 있다. 뭐가 그리고 급한지, 열심히 고개를 처박으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현장을 조금 지나 숲길로 들어선다. 작년에 왔을 때, 발목에 금강이 닿을 듯 찰랑인다해서 ‘발목찰랑길’이라고 이름붙여주었던 그 길이다. 지금은 언 금강이라 찰랑이지는 않지만, 발 밑에 바로 가까이 금강이 있다. 혼자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명상하며 걷기 좋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도 말 거는 이가 없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는데도 연일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먼 곳에서 흙을 퍼올리며 강가에다 억지로 나무를 심을 땅을 만들고, 꽃을 심겠다고 한다. 도대체 왜냐고 물어도 답없는 공사다. 신성리쪽 제방길로 들어서면 저 멀리 갈대밭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때부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은 거세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걸었다.
신성리 갈대밭에서 이상덕 대표가 준비해온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투지(?)로 즐긴다. 추운 바람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회원들 모두 얼굴이 발그레하다. 그래도 맛있는 간식시간이다. 그래, 어쩌면 우리는 먹었어야 했다. 나포뜰을 걷기 위해.
나포뜰길은 강과 나란히 걷는, 정말 우리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길이었다. 원래는 철새들이 겨울에 이동하면서 잠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이지만, 이 추위에 새는 커녕 벌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강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걸어야 했던 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우리의 행렬을 보고 뭐라 얘기했을까 궁금해진다. 가장 추운 날이었다. 스무명의 사람들이 그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웃다가, 소리지른다. 마치 전쟁의 포화를 걷는 사람들 같이 표정은 비장하다. 멀리 강 위에 먼지처럼 쌓였던 눈이 바람을 타고 눈안개를 일으키는 모습이 보인다. 버스가 언제든 탈 수 있도록 우리를 따라왔지만, 우리는 그 길을 다 걷고야 말았다. 볼이 얼고, 다리가 얼어 따갑고, 바람소리에 학을 떼면서도 다 걷고야 말았다. 정말이지, 나포뜰에서 본 것은 철새가 아니었다. 어떤 추위였어도 이겨냈을 녹색연합 회원들이었다. 나포의 용사들.(뒤에 이 길을 걸었던 회원들은 나포동지회를 결성할 예정이랍니다.^^)
군산에서 뒤늦게 합류한 송태영 회원과 함께 15일의 하이라이트, 게장과 꽃게탕을 먹으러 갔다. 나포의 추위와 싸우고 온 터라, 용사들의 허기가 하늘을 찔렀던터. 오늘의 하이라이트 답게 게장과 탕은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다. 추웠던 그 시간이 언제였냐는 듯 말이다.
전주의 향기에 흠뻑
전주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가 되어서였다. 우리는 양사재에 여장을 풀었다. 뜨끈한 한옥 구들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숙소는 차마당. 양사재에서 80m 떨어진 곳인데, 전통찻집으로 뜨거운 난로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곳이었다. 최수경 대표가 만든 2010년 트래킹 영상을 보면서 지난 트래킹의 추억을 나누고, 앞으로의 트래킹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트래킹에 대한 회원들의 깊은 애정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주에 왔으니 막걸리집을 가야한다고, 피곤함도 다 떨쳐버리고 전주의 밤길을 나섰다. 막걸리와 한산 소곡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던 밤이었다.
양사재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한옥마을투어를 했다. 경기전을 시작으로 한옥체험마을, 전동성당, 최명희 문학관, 동락원 등을 문화해설사의 해설과 함께 돌아보았다. 한옥마을의 골목골목마다 피어있는 문화가 한옥과 함께 오랜시간 꽃피워 그 향기를 이 시대, 이 곳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있었다.
전주비빔밥을 점심식사로 먹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회원들 모두 1박2일동안 느낀 것은 동지의식! 나포뜰의 기억은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이틀동안 우리가 걸었던 길은 단순히 목적지에 닿는 길이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에 닿는 길들을 함께 걸었다. 그 길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트래킹에 함께 하는 어느 누구라도 마음을 연다면 이어질 길이다. 그 길이기에 우리는 계속 걸을 수 있다. 2011년 트래킹도, 우리의 마음이 더 깊고, 길게 이어지기를!
글 / 박은영 시민참여국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