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 자전거순례 마지막날

2003년 8월 4일 | 갑천자전거순례

3일째
오늘은 아침 7시에 기상을 했다. 일어나고 보니 너무 잠이 왔다.
그리고 세수를 하고 어제 야영추적을 한 줄에 달려 있는 죽은 다람쥐라는 것을 보러 갔다.
우와 실망 실망 대실망…
어젯밤에 야간추적을 할 때 눈을 가리고 줄을 잡고 가는 걸로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줄에 죽은 다람쥐가 있다고 해서 너무 무서웠다.
오늘 탈지면을 보니 너무 허탈했다.
내가 그깟 탈지면을 무서워했다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맛난 아침밥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다.
가다가 흑석리에서 습지 체험 및 탐구를 했는데 부들도 직접 보고 물속에 사는 식물의 줄기 속을 봤는데 칸칸이 공기 주머니가 있었다. 식물은 사는 곳에 따라서 그 구조도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이 습지가 오염이 되었다면 지금 이러한 것을 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타다가 선생님께 지금 어디 가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어류를 전공하신 홍영표 박사님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 곳에 도착하니까 그 넓은 곳에서 안여종(이 갑천순례에서의 총 대장님)단장님께서 계속 원을 그리라고 하였다. 우리는 계속 원을 그리다가 어류를 전공하신 홍영표 박사님께서 오셔서 다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이야기 중에 내가 질문한 버들치가 사는 곳의 물의 급수는 몇 급수인가를 질문하자 재미있는 퀴즈를 내주셨다. 그 퀴즈는
Q:제주도는 화산섬이었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버들치는 거기서 살았다. 왜일까?라는 질문이었는데,
뭐 사람들이 비행기로 날랐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버들치가 화산현상으로 날라갔다는 아이도 있었는데 선생님의 정확한 정답은…
A:제주도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빙하기가 있었는데 그 도중 23도 이하의 온도에서만 사는 버들치가 빙하기에 차가운 물을 타서 제주도로 왔다고 하셨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 다른 말씀이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대전에서 가장 오래 산 느티나무를 보러 갔다. 630년이된 느티나무였다.
인간은 살아봤자 100년이 조금 넘는다고 했는데, 인간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했었던 나무가 600년 이상을 살았다니 그 위엄에 기절해 자빠질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그 위대한 느티나무 아래서 ‘갑천지킴이 느티나무에게 약속하는 갑천 생명 권리선언 작성 및 약속’을 했다.
그 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느티나무와 갑천을 잘 지키기로 약속을 하고 다시 도시쪽으로 갔다.
갈 때 지금까지 제일 심한 길을 갔다.
자갈밭에다가 물 웅덩이가 한 5평(?) 정도가 20개 정도나 있어서 너무 짜증났다.
그래도 다시 가서 그 곳에 있는 산과 강 들판, 그리고 습지가 있어서 정부가 여기를 ○○…라고 지정한다고 했다. (양흥모부장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시 가르쳐주세요)
이 지겹고 지겨운 코스를 뒤로하고 이젠 포장도로로 가게 됐다.
난 비포장도로보다 포장도로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은게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들은 편하다고 비포장도로를 포장도로로 만드는데 포장도로가 자연에게 주는 나쁜 영향이 많이 생기니까 나는 되도록 이면 사람들이 포장도로보다는 조금 많이 덜컹거려도 자연적인 비포장 도로를 많이 두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
꼭 밀림을 가는 느낌이었다…/
밀림의 웅덩이를 지나 거칠고 거친 자갈밭을 지나서
쓰러진 경고 표시판을 깨끗이 치우고 말끔히 세워서 모든 사람들이 보게 했고
또 여러가지 신기한 곤충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특징을 찾는 것도 했고 (꼭 소설처럼(?) 쓰이네..) 아무튼 나는 오늘 여러 가지를 엄청나게 했다.
갑천 자전거순례가 다 끝나 가고, 어머니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나고 힘차게 이번 캠프를 마치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기분이 좋다.
내가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을 보고 만지고 느낀 것이 너무 기쁘고 내가 조금이나마 우리의 생태계에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같은 생명을 갖고 있고, 서로 같은 권리를 갖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계속 나쁜 짓만 반복하는 것 같다. 루사같은 태풍 몇 개만 불면 우리 인간들은 끝인데 말이다.
나는 갑천 자전거 순례를 통해서 우리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고, 우리 인간과 자연은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인간이 자연에게 나쁘게 행패를 한 것처럼 자연도 우리에게 똑같이 해준다는 것을 이 캠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갑천 상류에서 본 동식물들은 갑천 하류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다. 갑천 하류에는 동식물의 종류가 많이 없다. 원래 하류로 갈수록 동식물의 수가 더 많아져야 되는데 우리 인간이 갑천을 곧게 만들고 둔치도 없앴기 때문에 종류도 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캠프가 더욱 더 많아져서 우리의 갑천, 더 크게 나가서는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져서 지금보다 더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곽용주 선생님께서 내게 “녹색어린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과연 “녹색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
양흥모부장님, 안여종 단장님, 최선득선생님….. 좋으신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난 행운아이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