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 이후 펄밭으로 뒤덮인 국가명승 고마나루
환경부 공주시 국가유산청 직무유기를 규탄한다
국가유산청은 고마나루를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 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솔밭이 금강 및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곳으로,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고마나루는 지난가을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로 넓게 펼쳐진 백사장은커녕, 10cm가 넘는 펄에 뒤덮인 채 방치되어 있다.
작년 10월, 공주시와 환경부는 백제문화제 진행을 위에 배다리와 유등, 돛배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구실로 보 운영 민관협의체의 합의를 5번째 어기고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행사장 인근에는 녹조가 발생했고, 보를 개방한 이후에는 고마나루에 펄이 가득 쌓였다. 뿐만 아니라, 설치된 시설물들이 가을 강우로 인해 유실되면서 유등과 돛배 등의 파편이 인근 금강 변에 널부러져 있다. 또, 총 65억의 예산을 들여 고마나루에서 제민천까지 나무데크로 연결한 ‘백제문화이음길’은 공사도 완료하지 못하고 공주보 담수로 금강에 수몰되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망가져 출입이 차단된 상태다.
고마나루에 펄이 쌓여 모래사장이 훼손되는 것과 가을 강우로 인한 유실이 매년 반복되면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주시와 환경부는 어김없이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문제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20년 수명 보장을 호언장담하던 65억짜리 ‘백제문화이음길’ 수몰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공주시 행정에 있다.
이와 같은 문화재 훼손과 예산낭비 행위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8년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통해 수문을 개방하고 수년에 걸쳐 가까스로 회복된 고마나루를, 단 10여 일의 문화제 개최 명분으로 훼손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환경부와 공주시는 2019년부터 보 운영민관협의체에서 보 개방상태에서의 문화제 개최를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주시는 보 개방상태에서도 문화제 시설물 설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정략적인 이유로 공주보 담수를 환경부에 제안했다. 그리고 환경부가 민관합의를 묵살하고 공주시의 요구를 승인하면서 매년 이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펄 퇴적 시, 사후 원상회복을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공주시는 재작년과 작년 연이어 가을 강우로 시설물이 유실되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책임과 대책 없이 공주보 담수를 강행하고 있다. 또한 강우는 물론, 공주보 담수 시 수몰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백제문화이음길 나무데크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문화재 보호를 핑계로 출입구를 봉쇄했다. 해당 사업에 투입된 65억의 혈세 낭비는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백제문화이음길’로 이름을 붙이고, 국가명승 문화재를 훼손하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정신분열적 행정의 전형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재 관리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고마나루를 뒤덮은 펄을 제거하는 시민단체에는 현상변경허가신청을 받도록 했음에도, 공주시와 환경부의 수문 운용에 따른 고마나루 훼손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이로 인해 고마나루는 연중 대부분 펄이 뒤덮여있고, 식생이 자리 잡아 백사장의 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회복된 고마나루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산책했던 시민들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면서 진보했던 물정책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파탄으로 내몰았다. 공주시와 환경부의 자의적 판단이 가져온 물정책의 후퇴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로 이어져 금강을 죽이고 있다. 문화재 보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의 직무는 내팽개치고, 매년 망실되는 시설물 설치를 고집하는 공주시와 환경부, 정부의 저의가 궁금하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심판과 더불어, 물정책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4월이 되면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가 산란을 위해 고마나루를 찾는다. 지금의 고마나루에는 둥지를 틀 모래와 자갈 대신 펄만 가득하다. 환경부와 공주시, 국가유산청은 고마나루를 원상복구하고, 금강과 고마나루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국민 공동의 자산인 강과 문화재와 야생생물 서식지의 관리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25년 3월 4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