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 고개를 흔드는 곰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다

2025년 1월 23일 | 메인-공지, 자연생태계

‘엄마, 곰이 고개를 흔들어!’

‘어, 노래가 신나니까 춤추나 보다’

대전 오월드를 모니터링하던 불곰을 보던 어린이와 부모의 대화를 듣던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대전충남녹색연합 전시동물 동물권 운동 프로젝트명. 이하 ’구생없‘)’ 멤버들의 표정이 복잡해졌습니다. 고개를 흔드는 곰의 행동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사육장 바로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노래와 좁고 시멘트로 된 열악한 사육 환경 등으로 인한 정형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전시동물 동물권 운동 프로젝트인 구생없 멤버들은 지난 11월부터 대전 오월드의 사육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대전의 공영동물원인 대전 오월드의 생태동물원으로서의 전환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 14일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대전 오월드는 먹이주기 체험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동물의 생태를 반영하지 못한 사육시설과 단순 먹이주기 관람으로 끝나는 생태설명회 등은 여전히 그대로 진행 중이었습니다. 특히 자의식이 있는 동물로 갇혀 있을 때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불행감을 느끼기에 동물원 전시동물로 적합하지 않은 침팬지와 코끼리***등을 여전히 전시하며 이를 알리는 어떤 안내나 설명도 없는 등 적합한 동물 생태교육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모든 사육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설명문에는 원 거주지와 번식 시기 등만이 적혀 있습니다. 동물들이 있는 사육장 안의 모습은 원 거주지의 모습과 전혀 닮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수달 역시 물기를 닦아내고 말릴 잔디나 흙 등이 필요한 생태적 특성이 있지만, 대전 오월드의 수달 사육사는 시멘트로만 되어 이런 공간이 전혀 없어 계속 몸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을 말리지 못하면 곰팡이가 생겨 무척 가렵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이 있는 사육장 바로 앞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종의 생태적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육환경, 동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이 구생없 멤버들 모니터링의 공통된 내용이었습니다.

대전 오월드의 이런 모습은 같은 공영동물원인 청주동물원과 비교가 됩니다. 청주동물원은 2018년과 2019년 웅담 채취 농가로부터 구조된 반달가슴곰을 보호하기 시작한 이후 구조된 토종 동물 전시와 다쳐서 자연으로 복귀가 어려운 동물 전시로 변화하였습니다. 청주동물원의 보호 동물은 모두 68종, 290여 마리로 대전 오월드의 97종, 782마리에 비해 수는 적지만 동물을 ‘전시물이 아닌 주체적 생명체로’ 인식하는 동물원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국내 최초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되며(2024년 5월 10일) 국내 동물원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2024년 청주동물원 성인 관람객 수가 2022년 대비 20~30% 증가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의 통화에서(2025년 1월 14일) 대전 오월드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의 유예기간인 2028년까지 기준에 맞는 동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개선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전 오월드 역시 각 종의 서식 요건에 맞는 사육환경 조성과 동물 개체수를 늘리지 않고 보호와 구조에 힘쓰는 생태동물원으로의 전환을 고민해 보길 기대합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앞으로도 꾸준한 대전 오월드 모니터링과 다양한 캠페인 및 활동을 통해 전시동물의 동물권을 위한 동물원의 운영 방향 전환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이런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전시동물 동물권 운동인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의 활동은 얼마 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콘크리트 사파리>에 나오기도 하였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KBS <콘크리트 사파리> 보러 가기

1부 https://youtu.be/aVJ44GooBWg?feature=shared

2부 https://youtu.be/cC1TlByCd0c?feature=shared

* 정형행동 : 동물들이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목표나 목적이 없는 행동.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정형행동의 강도가 세진다. 종마다 다른 형태(끊임없이 같은 공간을 뱅뱅 돌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등)의 모습을 보인다.

**2024년 11월 27일 김청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 2024년 12월 15일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보고서> 저자 최혁준 작가

***KBS 뉴스 ‘침팬지∙코끼리를 가둬선 안 되는 이유’, 2015년 11월 14일

****뉴시스 ‘사연 있는 동물들, 안식처가 돼주니 관람객도 늘더라… 청주동물원 르포’ 2024년 6월 12일

사진들 : 특성에 맞지 않는 사육환경과 정형행동을 보이는 대전오월드의 동물들 모니터링 사진

사진들 : 관람객에게 동물원의 갇힌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상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리는 교육을 하고 있는 청주동물원의 안내문과 전시공간과 동물원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동물들을 기리고 생명으로 존중하는 교육의 역할을 수행하는 추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