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셔널트러스트, 금강 세종보 상류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한 장기간 개방으로 수생태 회복
강 흐름 막는 16개 보 전부 개방하여 강 흐르게 하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20일,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작을 발표했다. 금강 세종보 상류를 비롯해 ‘낙동강 백조의 호수와 하늘 연못’, ‘산청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 ‘제주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 등 7곳이 선정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보존 가치가 높으나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공모를 통해 서류, 현장 심사를 거쳐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하고 있다. 역대 수상작으로는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 제주 금오름, 설악산 국립공원 남설악 오색지구 등이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금강 세종보 상류 선정 취지에서 ‘담수가 중단돼 7년 동안 회복된 세종보 상류, 금강 일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시민행동의 실천 활동이 수문개방에 이은 보 철거가 오염된 강의 재자연화를 앞당기는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시켜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자본은 ‘이곳만은 개발하고 말리라.’는 듯이 우리 강산 곳곳을 개발 광풍으로 내몰고 있다. 새만금, 가덕도, 제주, 설악산, 지리산을 비롯해 강산이 가진 아름다움을 ‘이용가치’로 환원하여 훼손하고 있다. 국토부는 개발의 첨병이 되어 온 국토가 제 것인 양 자본에 내어주고, 그 감시자와 제어 역할을 해야 할 환경부는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만은 지키자’는 선언에는 슬픔과 분노가 함의되어 있다. 언급된 대상지 중 어느 하나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곳은 없다.
세종보는 2017년 11월부터 만 7년 동안 개방 상태를 유지하면서, 4대강 본류 구간 중 강의 회복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보를 개방하고 흐르게 하자 강은 빠르게 몸을 회복했다. 녹조는 사라졌고, 모래 자갈 여울이 회복됐다. 수질은 개선됐고 4대강 사업 이후 강을 떠났던 생명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2021년 1월,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분석과 경제타당성 조사, 국민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3년 6개월의 논의를 거쳐 금강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15일간의 서면 회의를 통해 보 처리방안을 무위로 돌렸다.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재가동을 공언하고 나섰다. 우리는 재가동 예정일인 5월 초를 이틀 앞둔 4월 29일, 세종보 상류에 천막을 치고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고, 오늘로 177일 차다. 천막을 치던 날 어미 물떼새가 산란한 아기물떼새는, 장성하여 노래하며 농성장을 날아다닌다. 이제는 가을을 다 지나면서 쇠오리를 시작으로 겨울철새들이 쉴 자리를 찾아 금강으로 돌아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우리 강을 죽음에 이르게 한 4대강 16개 보 중 단 1개, 세종보 하나만이 개방되어 있다.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우리 강은 고스란히 12년 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로 돌아간다.
정부의 자연 파괴와 생명 학살이 이 지경인 마당에, ‘이곳만은 지키자’는 결의는 적당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본의 개발 광풍이 몰아치는 우리의 강과 산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하나의 망루를 더 세우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이곳만은 지킨다.’는 결의를 다진다.
우리는 세종보 재가동을 중단시키고 신규 댐 건설, 대규모 하천 준설 중심의 물정책을 중단시킬 것이다. 또한, 가덕도 새만금 제주를 비롯한 신공항 건설과, 설악산 지리산의 생명을 훼손하는 개발 자본에 맞서 끝까지 지켜낼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더욱 굳세게 연대하여,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이 모든 곳을 지켜낼 것이다.
2024년 10월 22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