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만개한 대동천을 걸으며…

2017년 6월 22일 | 녹색생태투어, 시민참여

6월 20일(화), 접시꽃 만개한 ‘대동천’에서 지방하천걷기 네 번째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20주년을 맞이해 대전문화유산울림과 공동 진행하고 있는 이번 행사는 안여종 운영위원이 전체 진행을 맡아 애써주고 계십니다. 녹색 10년지기이며 20주년준비위원으로도 활약하고 계신 이병연 회원이 대동천 걷기에 참여하여 고운 글로 후기를 담아주셨습니다.  이병연 회원과 함께 대동천을 만나보시죠~ ^^

글_ 이병연 회원

사진_ 김인수 님(대전둘레산길잇기 사무장)

판암역 1번 출구로 나가는 버스 정거장은 외곽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늘 복잡하다. 주름이 깊은 어르신들이거나 배낭을 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 틈에 우리 일행이 있다.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 탓에 취소한 사람이 여럿 있단다. 단출하게 5명이다. 가까운 가게에 들러 목장갑과 쓰레기봉투를 사고 식장산의 개심사로 향했다.
KakaoTalk_20170622_102243487
대동천은 약 8km로 식장산 기슭에서 시작하여 판암동, 신흥동, 대동을 거쳐 삼성동에서 대전천과 만난다. 개심사가 대동천의 발원지인 것은 아니지만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선택이다 싶다. 중턱이라 대전 시내 조망이 위압적이지 않고 좋다. 잘 가꿔진 개심사 경내도 군더더기 하나 없다. 요란하게 짓는 개와 개를 다루는 스님의 능숙한 몸짓(빗자루 들고 째려보기), 자동장치에 의해서 울리는 종소리는 폭소를 일으켰다. 개심사는 봄에 철쭉 필 때가 장관이고 지금은 황금낮달맞이꽃이 만개했다.
KakaoTalk_20170622_102001331 KakaoTalk_20170622_102219360
KakaoTalk_20170620_135731169KakaoTalk_20170620_135735565개심사를 둘러보고 차로 한지병이마을의 보호수 느티나무로 이동한다. 300년 가까운 시간 같은 곳에 서 있는 나무가 무어라 말하는 것 같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나무 앞을 지나 가오동으로 향하는 길 옆은 온통 포도밭이다. 아직은 초록인 포도송이가 참 탐스럽다.
KakaoTalk_20170620_135548823
KakaoTalk_20170622_101936903
판암의 옛 이름은 너더리이다. 널빤지로 다리를 놓아 대동천을 건너다녀서 생긴 이름으로 널다리가 너더리, 판교리(板橋里)가 된 것이다. 이 대동천의 본격적인 탐방은 신흥역과 판암근린공원 정거장 사이쯤에서 시작한다. 불행히도 더 위쪽의 대동천 모습은 복개되어 볼 수가 없다. 마을사람들의 생활터전이었고, 개구쟁이들의 놀이터였으며, 또 언젠가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지나기도 했을 대동천. 지금은 대전천에서 끌어오는 물 덕분인지 가까이 가고 싶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노랑어리연, 이제 막 봉오리가 올라오는 연, 새끼를 돌보는 흰뺨검둥오리 가족, 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접시꽃. 모두 대동천의 주인이다.
KakaoTalk_20170620_135535263 KakaoTalk_20170620_135541232 KakaoTalk_20170622_100554463 KakaoTalk_20170622_101833861
KakaoTalk_20170622_100533008
대전역 가까운 소제동에서는 둔치에 있는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의 내용으로 보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버린 것은 아님에 틀림없다. 하상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버린 것으로 보인다. 많은 경우 그렇듯 오래 머무는 사람보다 잠시 다녀가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
KakaoTalk_20170620_135127666
KakaoTalk_20170620_135025892 KakaoTalk_20170620_135118341 KakaoTalk_20170620_135022503
이번 대동천 탐방은 마동님이 운전하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한때는 북적였을 도깨비시장, 일제강점기부터 불러온 이름 제1·2치수교, 다리에서 벗어난 다리 표지석, 고쳐 쓴 돌장승의 글씨, 낡은 흑백사진 속 미군 헌병 앞의 대동천 제방, 강제로 물길이 바뀐 가양천, 사라진 소제호. 그리고 소제호 방죽에 있던 대전의 자존심 삼매당과 기국정.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이라는 큰 변화를 겪은 대동천이 소환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
KakaoTalk_20170622_101905409 KakaoTalk_20170620_135421994
KakaoTalk_20170622_100546137 KakaoTalk_20170622_100601443 KakaoTalk_20170622_100618156 KakaoTalk_20170622_101840765
그래도 대동천을 걸으며 희망을 본다. 소제호를 증언해줄 연꽃이 많아지고, 발로 강바닥을 휘저어 물고기 잡는 백로가 있고, 어린 새끼들에게 걸음마 가르치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여럿이다. 가고 싶은 대동천을 넘어 이제는 놀고 싶은 대동천을 상상해본다.
KakaoTalk_20170620_134935188 KakaoTalk_20170620_135014641
조금 아쉬운 것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대전천에 가까울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공사를 많이 한 곳이다. 우안에 있는 데크도 굳이 필요할까 싶다.
KakaoTalk_20170620_134934273 KakaoTalk_20170620_135017099
걷는 동안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끊임없이 먹을 것을 챙겨주고, 기억의 한계를 넘을 기록을 남겨주고, 유쾌한 수다를 나눴던 분들께 감사드린다. 하늘도 구름과 바람으로 더위를 물려준 것을 보면 오늘 운이 참 좋다.
KakaoTalk_20170620_134928398
KakaoTalk_20170620_134925315
 
7월 18일(화)에는 덕진천, 관평천을 걷습니다. 덕진교부터 동화울수변공원을 지나 관평교까지 아름다운 물길을 찾아 떠납니다. 함께 하실 분은 전화로 신청 바랍니다. 
 

– 신청문의 : 육정임 간사(253-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