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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금강 선언>
금강 순례를 시작하며
우리 순례단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몸으로 걷고, 다시 죽어가는 영산강과 새만금 갯벌을 지나 장장 2,000리 길을 걷고 걸었습니다. 순례 71일째인 오늘 마침내 북상하는 봄기운을 따라 금강 순례를 시작합니다.
지난 2월12일 김포 애기봉전망대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영하 15도의 한파 속에서도 한강, 남한강, 낙동강, 영산강, 새만금을 모시며 연인원 1만3천명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간절한 참회의 기도를 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생명의 강들과 불과 2년만에 거대한 공동묘지가 된 새만금을 바라보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으며,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위험한 정치놀음을 하는 ‘이명박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허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우리는 다시 하구둑으로 항문이 막힌 채 시름시름 죽어가는 금강의 아프디 아픈 몸으로 순례를 시작하며, 죽음의 그림자로 떠오르는 ‘금강운하’의 실체를 낱낱이 확인할 것입니다.
우리 순례단은 수시로 바뀌는 정치적이고도 기만적인 논리의 ‘대운하 구상’이라는 유령의 춤판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생명의 강을 모시고 살리는 마음으로 온 국민과 함께 참회의 기도를 할 것입니다.
금강이라는 이 거대한 거울을 통해 우리는 지금 대체 어디로, 왜 가는지 되물으며 생명과 평화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입니다.
우리의 100일 순례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명평화의 세상을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현실화하면서 대운하 전면 백지화의 그날이 올 때까지, 생명의 근원인 강과 산과 바다가 맑고 푸르게 되살아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오늘 우리 모두가 처한 생명 위기의 시대를 문명 전환의 대기회로 삼아 범 국민적인 생명평화 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갈 것입니다.
마침내 금강 하구둑을 넘어선 봄기운이 금강을 따라 북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순례단도 이 환한 봄날의 꽃피는 속도로, 유장한 강물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따라나서겠습니다.
2008년 4월22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