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두 바퀴 네 바퀴 멈추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충청투데이는 2007년 신년을 맞이해 고유가와 교통문제, 대기오염 등으로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녹색교통 수단인 자전거 교통의 활성화 대책을 적극 모색하는 공동기획 ‘대전 자전거 도시를 꿈꾸다’를 마련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인천녹색연합, 광주전남녹색연합의 활동가와 자전거 소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자전거유럽연수단’이 지난 2006년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인 네덜란드의 그로닝겐, 암스텔담, 독일의 뮌스터, 프라이브르그를 직접 돌아본 생생한 현장 소식과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인천일보, 광주드림 등을 통하여 인천시민과 광주시민들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편집자
독일은 자동차의 본고장이고 세계에서 자동차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 중 하나다. 벤츠, 폭스바겐, BMW, 아우디가 모두 독일산 자동차들이다. 하지만 독일 도시들이 자가용보다 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독일 도시 중에서도 자전거교통이 활성화되어 있는 뮌스터와 프라이부르크를 녹색연합자전거연수단이 직접 소개한다.
▲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 뮌스터 대성당 인근 거리.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은 ‘사람이 주인인 거리’를 만들었다.▲
독일최대 자전거도시 뮌스터
뮌스터는 인구가 27만 명, 자동차 보유대수는 17만대 정도의 크지 않은 도시지만 자전거 보유대수는 30만대를 넘고 자전거 수송률은 35%가 넘는 독일 최대의 자전거 도시다.
무엇보다 뮌스터의 자전거 정책은 ‘효율적인 도심기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도시 기본정책과 매우 긴말하게 연결되어 추진되고 있고 체계적인 정책과 행정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자전거연수단은 우선 뮌스터 자전거교통정책을 마련하는 뮌스터시 교통정책연구원 스테판 뵘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뮌스터에서 자전거가 활성화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1970년대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과 녹색당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시내에서 자동차를 위한 차도를 넓히는 것보다 소음, 매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전거를 선택하고 자전거도로건설에 투자하게 되었고 점차 자전거이용인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뮌스터시의 자전거교통수송분담률이 35%인데 앞으로 45~50%를 목표로 친환경적인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자전거시설의 확충과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이 되도록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뮌스터시의 자전거 정책의 방향을 설명해 주었다. 뮌스터의 교통정책 및 자전거 교통에 대한 철학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뮌스터시의 행정과 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자전거연수단은 독일 최대 자전거단체인 ‘알게마이네 자전거 클럽’ 일명 ADFC의 뮌스터지부를 찾아 갔다. ADFC는 자동차가 고장나면 어디든지 달려가 수리해주는 유명한 자동차 서비스업체인 ADAC를 빗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자전거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자전거 교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단체다. 지역조직이 100개 이상이고 독일 전체 회원이 10만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보통 큰 조직은 아니다.
우리는 ADFC 뮌스터지부 대표인 하조 게르데만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뮌스터가 그냥 독일 최대의 자전거도시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뮌스터 시민과 시당국의 도시에 대한 애정과 노력의 성과이다. 자전거 도시 나름의 비법은 ‘자전거 교통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한가’이다. 뮌스터에서 자전거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교통수단인 것이다.
오히려 뮌스터에서는 자전거 통행으로 보행자들의 안전 및 보행권이 침해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자전거의 소통은 아주 원활하다.
▲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주차건물 ‘모빌레’의 주차시설. 이 건물은 주차기능 외 대여·홍보·수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프라이부르크 자전거 정책의 상징이 되고 있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자전거 교통도 모범
독일의 환경수도로 알려져 있는 프라이부르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자전거 교통도 매우 모범적이다. 2002년의 통계자료를 보면 자가용이 30%, 자전거가 28%, 도보가 24%, 대중교통이 18%순이다. 이것은 20년 전인 1982년의 자료와 비교하면 자가용은 9%가 감소하고, 자전거는 13%가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성과는 과연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우선 프라이부르크의 관문인 중앙역 일대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중앙역 일대의 교통시스템은 철도와 전차, 자전거를 아주 편리하게 연결하고 있다. 철로를 가로 지르고 있는 두 개의 육교는 노면전차와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용이다.
특히 자전거가 주로 다니는 육교 옆에는 자전거주차건물 모빌레가 있는데 자전거 바퀴 모양의 건물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그 기능은 더 대단하다. 모빌레의 1층은 자동차 함께 타기 ‘카쉐어링’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동차 주차공간이고 2층은 동시에 1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며 3층은 자전거클럽 사무실, 판매 및 수리점, 여행 안내소 등이 있다. 옥상에는 태양열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모빌레는 자전거 주차기능만이 아니라 안내, 대여, 홍보, 수리, 관광 등 자전거 교통과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프라이부르크 자전거 정책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 건물은 1999년 9월 9일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운동단체인 BUND와 VCD(독일교통클럽), 프라이부르크자동차협회 등이 공동 출자해 지은 것이다.
중앙역 일대 교통체계는 자전거와 철도, 전차와 철도의 환승을 아주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반면 자가용은 중앙역 일대 철로를 바로 건너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가야 만들어 놓았다. 철저하게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 중심이다.
이러한 교통정책은 중앙역 일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앙역 일대에서 멀지 않은 뮌스터 대성당 일대는 대부분 자가용 이용이 금지되어 있거나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전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거리의 주인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차 걱정 없이 넓은 거리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쇼핑하고 관광한다. 한 도시의 교통정책이 관광객을 불러오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매우 활기차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자전거에는 장바구니와 서류가방을 넣을 수 있는 가방케이스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고 유모차트레일러에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주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전거 타기가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자전거연수단은 시내에서의 비싼 자동차주차요금과 ‘웬만하면 자전거를 이용하라’는 글귀가 적힌 주차보관증에서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선택하도록 하는 독일의 교통정책을 엿 볼 수 있었다. 독일은 자전거를 통해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인터뷰]ADFC 뮌스터지부 하조 게르데만 대표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에 의한”
– ADFC(Allgemeiner Deutscher Fahrrad Club)는 어떤 단체인가.
“브레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알게마이너 독일 자전거 클럽’은 각 도시별로는 지부가 있으며 여러 지부를 담당하는 광역단위의 지국이 있다. 본부에는 10명의 상근활동가, 지국에는 3명, 각 지부에는 1명 정도의 상근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뮌스터지부는 ‘뮌스터 지역에서 자전거를 어떻게 문제없이 이용하느냐’와 관련 연구 및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 ADFC뮌스터지부는 언제 창립됐나.
1970년 말 오일쇼크 이후 ADFC가 본격적으로 발족하기 시작했고 뮌스터지부는 1987년 발족하였다. 주로 자전거 도로를 확장하는데 참여하였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힘썼다. 또한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 연장을 빌려주고, 부속품을 싼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뮌스터지부의 회원은 2400명이다.”
– 뮌스터가 자전거 도시가 된 이유는?
“언덕이 없이 평평하고 대학교가 많아 젊은 사람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전거가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빠르고 편리하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네덜란드에 가까워서 유행을 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시의 정책과 홍보도 적극적이었다.
– ADFC가 보기에 자전거운동에 문제점은.
“자전거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상가나 빌딩 앞에 무단으로 주차된 자전거는 건물 주인들에게 골치 덩어리다. 또한 자전거도로에 보행자나 차가 통행해 안전성 확보가 안 되고 있다.”
/정리 :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도시국장,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자연생태부장, 홍상미 광주전남녹색연합 간사
/사진 :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도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