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개발로 생태계 복원 불가능

2006년 4월 13일 | 자연생태계

석산개발로 생태계 복원 불가능

4. 금남정맥 주화산,운장산

<글:정기영 간사,김준호 대전일보 기자 탐사기간:3월15일~17일>

“산 속에 숨어있는 채석장은 복원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금남정맥의 원형이 무참히 훼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산에 들어서면 완만한 경사의 산들이 능선을 잇는다. 강과 낮은 산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금산을 포근히 안고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다.

금산군 진산면에 위치한 서낭당고개를 지나 인대산으로 가는 길에 굴삭기의 굉음소리가 들린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임도를 따라 가니 대규모 석산개발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작나무 수 백 그루가 쓰러져 있는 사이를 비집고 보이는 오항동 석산개발현장.
석산에서 만들어진 분진이 바람을 따라 마을로 날아든다. 깨끗한 청정마을이 대도시 못지 않게 대기와 생태계의 오염이 심각해진다.
오항동 석산개발 현장은 개발 후 복원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산을 깎아 놓았다.
산을 절단해 금남정맥이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나무를 심어 다시 복원하기가 거의 불가능 할 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이나 서식도 어렵다.
전라북도 지역에 들어서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조릿대 군락지다.
진안군으로 들어서자 조릿대들이 쉴 새 없이 탐사대를 반긴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생강나무와 노랑제비꽃, 조릿대, 노각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태평봉수대에 오르자 백두대간의 마루금인 향학산과 민주산, 덕유산이 한 눈에 보인다. 백두대간과 금남정맥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대불리와 무릉리 그리고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접경의 성재 봉우리(830m)에 위치한 태평봉수대는 지난 1977년 12월 전라북도기념물 36호로 지정됐다. 삼국시대에 태평산성과 전주감영에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축조된 봉수대는 임진왜란 후인 1595년에 보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크고 울퉁불퉁한 천연 암석 위에 4-5m의 석축을 쌓아 올린 것으로 비교적 보전이 잘된 상태다.
싸리재를 지나면 봉수대 한 곳이 더 발견된다. 이곳은 전혀 관리가 안 돼 봉수대 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원형복원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육백고지를 지나면 진안군 초입에 들어서게 된다.
해발 700m 이상 되는 높은 산이 즐비한 주천면 일대의 능선은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인해 시뻘건 흙 천지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산림으로 30ha를 벌목해 놓았다.
군청 관계자는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한 벌목”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보육작업을 통해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벌목으로 인해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이 우려된다.
연석산에서 6.5km를 더 내려가면 26번 도로와 만나는 보룡고개에 접어든다.
이 고개는 트럭을 비롯 많은 차들이 매우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린다. 중앙분리대가 있어서 금남정맥을 종주하는 산악인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구간. 인간도 이리저리 눈치를 살펴가며 건너는 고개를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이동을 하고 있을까?
금남정맥의 중앙을 반듯하게 자르고 만들어낸 도로. 인간도 건너기 힘겨운 도로를 야생동물이 건너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야생동물이동통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가끔 만들어 놓은 곳도 야생동물의 습성이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인간들의 잣대로 엉뚱한 곳에 길을 만들어 놓고 동물들이 안전하게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금남정맥을 단절해 만든 도로로 인해 산들은 하나의 작은 섬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단절된 곳에서 동물들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고,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road kill)을 당한다.
문명과 생명의 가치가 본말전도된 현장. 이곳 보룡고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에서는 단절된 자연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기 위해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확대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동통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의 야생동물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금남정맥의 끝자락이자 금남호남정맥과 연결되는 주화산에서는 묘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전북 진안군에서는 지난 2004년 6월부터 2005년 6월까지 부귀면 세동리 1340번지 인근 13필지 3만5815평에 43억여원이 소요되는 공동묘지 사업을 허가했다.
해발 565m로 그리 높지 않은 주화산은 백두대간에서 호남정맥, 금남정맥이 분기되고 또 금남호남정맥을 통해 백두대간을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생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산이지만 진안군에서는 허가 당시 그 의미와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귀면 지역 주민 3000여명이 반대서명과 집회, 군수면담을 통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금남정맥의 시작인 주화산에 대규모 공동묘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만 할 따름이다.
녹색연합의 정기영 간사는 “금남정맥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개발행위와 불법행위들을 확인했다”며 “시민과 행정당국, 지역 언론, 시민단체들과 함께 구체적인 금남정맥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