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가치 높은 산 완전히 두동강
3. 금남정맥 대둔산 구간
<글:이상희 간사,정기영 간사, 김준호 대전일보 기자 탐사기간:3월15일~17일>
“대둔산은 각종개발 등으로 인한 환경, 생태파괴의 전형을 보여주는 ‘종합선물세트’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계룡산을 넘어 호남고속도로가 보이는 덕목재 구간은 평균 600-700미터의 높고 험한 산세가 펼쳐진다.
덕목재부터는 본격적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자연환경이 대체로 잘 보전돼 있어 생태다양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전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등천, 갑천의 발원지이기고 하다.
문제는 덕목재를 지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무분별한 개발현장.
생태계 단절은 물론 심각한 산림훼손을 가져온 논산시의 대책없는 도로 건설현장이 눈에 거슬린다. 사전 준비없이 무턱대고 산을 잘라놓은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논산시 벌곡면 덕곡리 68번 국도에서 양촌면 반암리 구간을 잇는 시도 4호선 공사는 물한이재에서 영은사를 조금 지난 지점까지는 1차 포장공사만 완성된 상태며 나머지 덕곡리 구간까지는 예산 부족과 토지 사유자의 거부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대규모 절개지로 산사태 위험성이 있고, 금남정맥의 주 마루금은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멀리서도 물한이재의 시뻘건 맨 땅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이곳은 적막감이 감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구간을 차량 출입제한 구간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차량 유입이 간간이 있는 상황이고 절개지도 제대로 관리해 놓고 있지 않아 대규모 산사태로 인한 사고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조만간 2차 도로 포장과 낙석방지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하지만 공사 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정기영간사는 “관광도로로 명시된 이 도로가 과연 실효성과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인데다 관리 및 자연훼손·복원에 대한 후속조치도 명확치 않다”며 “논산 시도로 4호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 도로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대둔산 도립공원.
충남도가 지난 1980년 5월에, 전북도가 1977년 3월에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주말과 휴일에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2만~3만 명에 이른다.
충남 논산시와 금산군, 전북 완주군까지 이어지는 대둔산은 크지는 않지만 기암괴석과 수목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대둔산은 충남과 전북의 경계에 위치하다보니 통합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훼손상태가 심각하다. 예를들어 마천대에서 낙조대로 내려가는 등산로 등 케이블카가 지나지 않는 구간은 관리소홀로 훼손이 심각하지만 양 자치단체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충남지역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정해진 등산로 외에 등산객들이 어떠한 길로 다니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며 관리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탐사대가 대둔산의 정상인 마천대(878m)에서 낙조대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확인해 본 결과 곳곳의 등산로가 1m 이상 파여져 나무뿌리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심지어 진흙과 나무뿌리가 엉켜 등산로 여부도 구분 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길도 보인다.
등산로는 자연보전을 위한 주요시설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등산로를 관리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히 이용 시설로만 생각한다.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등산로 시설은 등산로 인근 식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자연생태계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등산로가 넓혀진다거나 경로가 많아지면 숲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등산객의 안전도 위협하게 돼 큰 문제다. 등산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자연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관리 구역이 불명확해지면서 발생되는 문제는 비단 등산로만이 아니다.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를 오르자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곳곳에 눈에 띈다.
대둔산도립공원 전북지역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등산객이 많이 찾는 주말은 온통 쓰레기 천지”라며 “비수기 때는 일주일에 1t 트럭 한대 분량이지만 성수기에는 3-4대 정도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낙조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낙조 산장은 이미 주인 없이 방치된 지 오래다.
먼지 쌓인 건물 뒤로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추정되는 폐기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도립공원 대둔산이 쓰레기와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심지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관리와 대책이 소홀한 실정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관리구역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와중에 대둔산 도립공원은 버려진 쓰레기와 관리되지 않은 등산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의 젖줄이 금강이라면 대전의 젖줄은 갑천.
길이 62.8km로 대전에서 금강으로 합류하는 지천 중 가장 크며,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전의 중요한 하천이기도 하다.
왜가리 집단 서식지는 물론, 수달과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갑천은 대둔산 장군약수터에서 시작 대덕구 금고동에서 금강과 합쳐진다. 대둔산 장군약수터에서 시작하는 갑천은 최상류지역인 논산시 벌곡면 도산리에 위치한 에딘버러 골프장 인근서 심각한 오염위기를 맞는다. 갑천 최상류 지역은 심한 녹조가 발생해 주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충남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 붐은 지역환경과 주민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금남정맥 구간에는 현재 유성C·C와 계룡대 C·C, 에딘버러 C·C 등이 정맥의 주요구간에 조성됐으며, 금남정맥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또 금북정맥도 행정도시와 충남도청 이전 발표 등으로 천안시 일대 및 가야산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개발과 파괴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 지역의 핵심 생태축인 금남정맥과 금북정맥 주요 구간이 골프장 건설 계획 및 운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우리 지역 정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이 매우 시급한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