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정 회원
여유로운 토요일 밤! 사과 따러 함께 가자고 친구들에게 알려 주기위해 녹색연합 홈페이지를 찾았다.
앗, 이게 웬일 내일 신입회원들 대상으로 갑천 체험행사가 공지되어 있었다. 신청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신랑에게 솔직히 말하면 ‘다음에 또 기회는 있어’할 테고, 한참을 고민한 후에 애들 핑계를 댔다.
진우한테 아주 좋은 체험학습이 있는데 내일이네 우리 한번 가볼래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 “그러지 뭐.”
오호호, 드디어 일요일 아침 행여나 자리 찼다고 안받아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 다행히 받아주셨다.
인상 좋아 보이시는 여러 녹색연합 관계자님들 인사가 끝나고,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 주시는데,
아~~ 내가 대전에 살면서도 참 모르는 게 너무 많았구나 싶었다.

▲야실마을에서▲
이름도 정겨운 야실 마을 도착!
“이곳은 대둔산에서 시작된 벌곡천과 계룡산 두계천이 만나 대전의 갑천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최수경(갑천생태문화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엑스포 과학공원앞에 흐르는 하천이
갑천인줄만 알았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 시작했다.
필드스코프를 통해 철새를 열심히 관찰하는 애들 덕분에 나도 내키지 않는 맘으로 눈을 댄 순간!!
백로가 물고기를 꿀꺽 삼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우와 오늘 내게 좋은 일이 있으려나보다.
신기해~ 정말 신기해~ TV로 자연 다큐멘타리 볼 때 와는 정말 느낌이 다른걸.

▲백로가 보인다~▲
이제 다음코스 노루벌로 출발!
물도 맑고. 모두들 물수제비 만드느라 다를 바빴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자니 마음속 시름도 흘러가고,
돌멩이를 너무나 재미있게 물속으로 던져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그래 자연이 정말 가장 좋은 장난감이구나’ 싶었다.
대전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내년 여름 되면 또 오자는 말로 아이들을 달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노루벌에서▲
추수한 논길을 지나며 벼 이삭도 줍고 아이 숙제인 낙엽도 모으고, 구봉산도 바라보면서
두시간 정도를 걸었다.
에구 에구 나중에는 너무 지쳐서 걸을 힘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렸을 적 한없이 부모님 따라
시골장에 걸어가던 생각이 난다.
가족끼리만 갔다면 쉽게 포기 했을텐데, 가며가며 삼형제풀 이야기도 듣고, 헤엄쳐 가는 물뱀도 보고,
또 가장 중요한 우리의 갑천을 끝도 없이 봤다는 것이다.
지금도 갑천의 물소리가 들리는것만 같다.
도중에 물을 막아놓은 보를 봤는데 정간사님이 시멘트 보의 문제점을 말해주자
큰아이가 보 때문에 물고기가 너무 불쌍하다며 가슴아파했다.
ㄹ 자로 물길만 내도 훨씬 덜할텐데 몇몇 사람들로 인해 생명에 위협 받는 물고기에게 새삼 미안했다.

▲괴곡동 느티나무▲
또 한참을 걸어 65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구경하고 나서 식당에 도착했다.
한참을 걸었더니 역시밥맛은 꿀맛!
슬슬 낮잠이 몰려오는데 갑천과 숲이 만나는 월평 공원으로 간댄다. 이제 그만 집에 가면 안될까요?
그러나,안가면 후회 했겠다.
그곳을 보고 자연하천과 인공하천을 확실히 구별 할 수 있었다.
갈대와 억새 버드나무 어찌보면 무질서 해보이지만 갑천은 그곳에서 생명을 다시 찾고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곳이 내년이면 아파트 분양으로 없어질지 모른다니…
이곳에 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정간사님 말씀이 가슴으로 와 닿았다.

▲자연하천구간▲
사실 이 근처 길은 자주 지났지만 이쪽으로 눈길을 준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또 하나의 개발 예정지였을 뿐인데—
이곳을 지켜 내기위해 녹색연합에서도 많이 애쓰고 계신가보다.
혹시 이런 기행을 시의원이나 구의원 같은 분들게 제공한다면 효과가 있을텐데, 아냐 바쁘다고 안 오겠지?.
그럼 그들의 부인이나, 자녀, 보좌관이라도 그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알아야
갑천의 모습을 지켜 내는데 효과적 아닐까?
에구 이런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하루 동안의 갑천기행였지만 오랜만에 진짜 살아있는 공부를 한 느낌이었고,
신랑은 회원 가입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애들은 좋은 체험학습에 대한 감사의 일기로 나를 감동 시켰다.
음 이제 한밭 생협에 들어가 볼까? 그곳 세제를 써야 갑천도 덜 아파하겠지—

▲New Start!! 새로운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