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관통도로 공사로 주민피해 '심각'

2005년 3월 14일 | 자연생태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세동마을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에 대한 보수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계룡산관통도로 발파작업으로 집안 곳곳이 갈라진 대전 유성구 세동1통 마을▲

“도무지 사람이 살 수가 없다니까요. 시도 때도 없이 꽝 꽝 터지는데…. 잠자다 말고 놀라서 마당으로 뛰쳐나온 게 한두번이 아녜요.”
“저기 좀 보세요. 대들보가 내려앉아서 받쳐놨는데, 언제 무너질까 무서워서 안방은 아예 사용하지를 않아요.”
국도1호선 두마-반포간 확포장 공사로 인한 주민피해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세동1통 70여가구 주민 180여명은 현재 주택균열, 지붕 누수, 지하수오염, 송아지 폐사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마을은 계룡산국립공원이 병풍처럼 드리운 조용하고 양지바른 마을이다. 그런데 지난 2003년부터 마을과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국도1호선 신설도로가 계룡산을 관통해 지나다 보니 곳곳에 암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건설업체는 수시로 발파작업을 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재작년 여름인가 뒷산에서 갑자기 꽝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집이 우르르 하고 흔들려 무너지는 줄 알고 마당으로 잠자다 말고 뛰쳐나갔다니까요. 그뒤부터 이렇게 대들보가 내려앉았어요.”

▲ 발파진동으로 대들보가 내려앉아 나무로 받쳐놓은 윤종선(70)씨 집.
윤씨는 집이 무너져내릴까봐 안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윤종선(70)씨는 신설된 도로에서 약 60여 미터 아래쪽에 위치한 집에서 살고 있다. 기울어버린 대들보 때문에 언제 집이 내려앉을까 몰라 현재 안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문간 옆 창고를 임시로 개조해 방을 만들었지만 난방이 제대로 되지않아 올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고 한다.
윤씨는 또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가슴이 뛰고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명절에도 집이 무너질까 두려워 자녀들의 고향방문 대신 충북 보은에 사는 아들집으로 옮겨 명절을 보내야 했다.
윤씨와 같은 피해는 마을 집집마다 나타나고 있다. 김종순(71)씨의 피해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의 집은 안채가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 버렸다. 이로 인해 방문이 닫히지 않아 안채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너무 놀라서 청심환을 사다가 먹었다니까요. 집은 쓰러져 가지, 비만 오면 물이 새서 방이며 부엌이며 흙탕물이 흥건해요. 먼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날리고… 아무튼 공사 때문에 살수가 없어요.”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세동감리교회에서도 피해가 확인됐다. 심기태(65) 목사는 “이쪽저쪽에서 갈라져서 물이 새니까 곰팡이가 피고, 벽지가 떨어져 나가고 말도 못해요”라며 “이러다가 마을 어르신 중 한분이라도 사고나 당하지 않을는지 큰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이 교회 역시 2층에서부터 1층까지 곳곳에서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심 목사는 우선 급한 나머지 수십만원의 자비를 들여 누수와 도배 등 공사를 한 상태지만 균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공사장에서 가장 가까운데 살고 있는 황의수(79)씨는 집에 금이 가는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마리에 3백만원이나 하는 송아지가 벌써 세 마리째 사산했기 때문. 황씨는 “자식처럼 키운 송아지가 죽어서 나오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황씨는 현재 33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그 중 암소는 20마리 정도. 소의 임신기간을 감안하면 1년에 못 낳아도 송아지를 10마리 이상은 낳아야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태어난 송아지는 겨우 7마리뿐이다. 아무리 수정을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으며, 또한 겨우 임신했던 소마저 유산을 하고 만 것이다.
황씨는 “공사 한다고 꽝꽝대니까 소들이 음메 음메하고 소리 질러서 몇날며칠을 소와 함께 밤을 지샜는지 모른다”며 “사료 값은 계속 들어가는데 송아지는 안 생기고… 빚만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을 가르는 하천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현재는 물이 거의 말라 버렸다. 뿐만 아니라 마을 위 저수지로 토사가 밀려오고, 오염된 물이 유입돼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부분 노인들인 주민들이 불면증과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심각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처럼 피해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시공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대표 김종우(46)씨는 “현장사무실에 주민들이 몰려가서 수차례의 항의를 했지만 번번이 알았다고만 하고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며 “예전에는 그렇게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람살기가 어려운 동네가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현재 이 도로는 코오롱건설 등 4개 업체가 공동으로 시공을 맡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에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법적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공사측은 부분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한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처럼 야간에 발파작업을 한 사실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진동과 소음에 대해서도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며 “균열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이미 44가구에 대한 피해를 상세히 조사했고,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보수비용을 책정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여러차례 주민들과 보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주민들과 정신적 피해보상에 대한 의견절충이 안돼 지금까지 원만하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4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강환경유역청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다시 실시하고, 주민피해와 환경피해에 대한 조사와 함께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동주민 피해 사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