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인, 박경화 씨

2004년 7월 12일 | 자연생태계

▲아름다운 지구인, 박경화 씨

김경아 기자 / 해피인뉴스
웰빙(well-being)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사람들이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잘 지내는 법’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그리고 유행처럼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로 떠날 꿈을 꾸고 있다. 이에 환경생태운동가인 박경화작가를 만나 ‘도시탈출‘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녹색연합 환경생태운동가이자,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의 저자 박경화(32)씨는 “도시의 숨 막히는 생활이 싫다고 모두 시골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생존 터인 도시에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책으로 공개했답니다.” 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경북 예천 시골출신이다.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생활의 일부라 여기며 지냈던 것. 학교 숙제보다는 농사일에 매달렸고 곳곳에 널려 있는 나무, 꽃 이름은 다 외며 자랐다.

자연친화적인 삶은 운명이었던 것일까? 대학졸업 후, 취업한 곳은 바로 유기농 회사였고 화학비료의 나쁜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계기가 됐다. 환경에 눈을 돌리면서 인연이 닿은 곳은 녹색연합 본부. 면접 때 쟁쟁한 실력가들을 물리치고 시골출신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직원으로 채용됐다.

서울 생활은 시작됐지만 그녀의 습관까지 도시 스타일로 바뀌지는 않았다. 산 아래 작은 집을 얻어 숲 속에 사는 분위기를 연출했고 자연의 포근한 온기는 늘 함께 했다.

박씨 혼자만의 생활방식에 입각해 “도시인들 누구나 생태적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월간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 것. 그리고 그들을 통해 지혜와 작은 실천만 있으면 삭막한 도시생활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후부터는,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 어렵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하찮게 보이는 것은 물론 아주 사소한 실천을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고 자신 있게 답하는 그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베란다를 활용해 보세요.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한 화분으로 가꿔주면 푸른 정원이 생긴답니다.”

어디 그뿐이랴. 집안 곳곳 적당한 곳에 행운목, 아디안텀, 관음죽 등의 식물을 비치하면 공기청정기가 따로 필요 없다. 이는 대표적인 공기정화 식물로 실내에 두면 공기를 맑게 해주고 우리 정서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생태적이란 말은 친환경적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생태적으로 사는 것은 더불어 환경보호운동에도 동참하는 격이다.

그녀가 근무하는 녹색연합 본부 사무실, 주방에는 항상 넉넉한 젓가락, 숟가락이 준비돼 있다. 점심시간, 중국집에 음식을 시킬 때 “나무젓가락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해도 꼭 챙겨 오기 일쑤. 그럴 때마다 일주일 치를 고스란히 모아서 되돌려주곤 했다. 그러기를 한 달 동안 반복하고 나서야 중국집을 길들일 수 있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법 알려드릴까요?”

그녀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회용품’ 사용에 반기를 든다. “재료를 사올 때 담아준 스티로폼을 차곡차곡 모아서 가게에 도로 갖다 줍니다. 그럼 주인아주머니가 ‘별난 사람 다 본다’며 저를 기억해서 나중에 서비스가 후해지더라고요.”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생태적으로 사는 방법 중에 하나. ‘시간 절약, 할인혜택’을 내세워 일주일에 한번 씩 날 잡고 마트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묶어서 팔고, 덤으로 팔고 어느새 카트 안은 의도하지 않은 물품들로 꽉 차는 것. 냉장고를 가득 메운 음식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모두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녀는 ‘좀 느긋한 마음으로 생활습관을 하나씩 바꾸면 내가 바뀌고, 가족이 바뀌고, 이웃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또한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녀에게는 하나의 바람이 생겼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이 책내용을 보고‘이미 우리집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 이라고 말하는 그 날, 바로 제 책의 가치가 없어지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