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성장 중독 통합이 아니라 평등을 향한 연합이 필요하다
<충남대전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를 반대하며
작년 12월 초,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을 언급한 이래, 전국 각지에서 광역행정통합이라는 묻지마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4년간 20조원을 지원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잡으라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매수 발언이 이 광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체 왜 통합을 하려는 것인지, 현재의 통합 방안이 적절한 것인지,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해도 되는지, 차분히 따져 묻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해 국민의힘이 대전충남 통합법안을 발의했을 때 무시하고 넘어간 정부 여당이, 지난 주(2월 3일)에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한 달만에 본회의까지 통과시켜 6월 지선에서는 통합시장을 선출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행정통합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은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당연히 통합의 여부, 방향, 속도 그리고 쟁점들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사회적으로 토론할 기회조차 부족하다. 갑작스런 현수막과 차량 방송, 그리고 형식적인 관변 토론뿐이다. 윤석열 내란 막아낸 광장 민주주의가 배신당하고 있다.
단지 절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여당이 이 엄청난 조정을 통해 지향하려는 바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민주당의 법안을 살펴보면, 수도권 집중화 해소와 지역소멸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핵심가치들을 외면한 채, 성장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를 또다시 경제성장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즉, 정부 여당은 “규제완화, 기업활동의 자유(을) 최대한 보장”하여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해 산업경제를 활성화”하고 “친환경 탄소중립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다른 부정의와 불평등, 착취와 소외, 지속불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심화시키는 문제가 될 것이다. 지역격차 뿐만 아니라, 심화되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속에서 삶을 걱정하는 대전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항공우주산업 특화단지”, “반도체, 방위산업 및 치안클러스터”, “미래 모빌리티 특별도시”, “드론특별자유화구역”, “디스플레이 국가전략거점”, “국방산업혁신클러스터”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과 자본에 대한 특혜와 특권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시민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지구와 뭇 생명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통합시장이 승인하거나 의견을 준 개발사업에 대해서 44개 법률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제79조)을 비롯해, 법안 곳곳에 착취와 파괴의 덫들이 숨겨져 있다.
지난 1월 초, 대전의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그리고 시민들은 체제전환운동포럼을 함께 개최하면서,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맞서, 생태, 평등, 평화 도시의 꿈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선언하였다. 한계 끝으로 내몰린 지구와 뭇생명과 공존하며, 함께 사는 이들이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든 필요한 삶의 조건을 보장받기를 요구하고, 전쟁과 착취로부터 이익을 얻는 일로부터 해방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정의롭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시민들의 이 아름다운 꿈으로, 대전충남 통합법안이 담긴 특혜와 특권, 탐욕과 헛된 공상으로 가득찬 악몽을 고발하고 거부한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희생당하는 팔레스타인인과 같이 무고한 이들을 살해하고 파괴하게 될 무기를 생산해내는 “국방산업혁신클러스터”가 우리의 꿈에 담길 수는 없다. 서울을 대신할 지역의 성장 거점을 자처하며 다른 농촌 지역을 식민지로 수탈하고 이를 가속하는 자리를 희망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의 진짜 책임자인 부유층과 대기업을 규제하고 시민들의 삶을 보호하지 않은 채, 탄소포집기술, 수소, 재생에너지 기술에만 매달라는 ‘탄소중립도시’가 우리가 지향하는 도시일 수 없다.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특권에서는 인심이 넉넉하며,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약속 한마디가 없는 도시에서 안심하며 살 수 없다.
우리는 <충남대전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한다. 졸속적이고 비민주적인 절차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이 목표로 하는 맹목적인 경제성장과 이를 위한 특혜와 특권 조항들을 용납할 수 없다. 314조에 달하는 방대한 법안의 어딘가를 일부 수정보완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여당은 이 법안을 철회하고, 시민들과 함께 수도권 집중과 지역 격차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희생을 야기하더라도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의 독주를 멈춰 세우고 이에 결합되어 있는 ‘중앙 권력’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광역행정통합의 광풍에 맞서려는 대전과 충남의 시민들, 그리고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싸워, 정부 여당을 비롯해 보수 정치세력들에게 이점을 깨닫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성장 중독에 매달리는 통합이 아니라 평등을 위한 연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할 것이다. 나아가 생태, 평등, 평화의 꿈을 함께 꾸는 이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정치를 펼쳐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