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꽤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 맞이하는 농성장의 겨울은 기러기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추운 바람을 가르고 V자로 길고 넓게 퍼지는 모습을 보면, 생명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과 규칙으로 이 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을, 온 감각으로 느끼게 됩니다. 자기 존재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활짝 열린 품이 경이롭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우리와 함께하는 생명에 대한 많은 질문을 세상에 던져왔습니다.
물론 세상은 그 질문에 답이 없거나 답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요. 분명히 공존하는 생명의 자리에 대한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는 말로 비난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방식과 규칙으로 공존해 온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결국 우리를 구원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자본이 그 욕망으로 인간을 짓밟는 것을, 기후위기도 결국 인간을 비롯한 생명들이 위태로운 것을 우리는 돈이나 기술, 어쩌면 운으로도 이겨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나 존중이라는 이 추상적인 것이 이제는 우리에게 실제 필요한, 너무나 절실한 현실적 조건이 된 것 같아요.
2026년,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금 선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끈질기게, 우리가 생명에 대해 가져야 할 사랑과 존중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풀밭에 몸을 스치우며 나타나 우리를 쳐다보는 고라니의 눈, 강의 자갈과 모래를 작은 발로 걸으며 세대를 이어가는 검은등할미새의 뒷모습이 바로 그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해요.
내년에도 녹색은 질문하고 투쟁하고, 회원님들과 사랑의 연대를 나눌 겁니다.
그 자리에 모두 회원님들을 초대하겠어요. 몸 만들고 계셔요^^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이 지어서 나누어요.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