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월요일입니다. 일주일의 시작을 어떻게 시작하셨을지 궁금하네요.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기사에 일기예보 앱을 켜서 확인하니, 수요일을 제외하고 다음 주까지 비 소식이 있더군요. 겨울, 봄 내내 가물더니 그렇게 이제 비만 내리는구나 싶어 비가 지겹게 내리던 2020년 여름이 떠오르기도 하고, 산불이 났던 지역은 이르고, 길어진 장마로 인해 산사태 우려가 있다는 기사 내용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이런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21세기의 사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성인이 되기 얼마 전 새천년을 맞이한 밀레니엄 세대인 제가 상상한 21세기는 조금 더 반짝이고 쾌적한 모습이었는데, 2025년 현재 실제로 맞이한 것은 그때보다 심해진 더위와 폭우와 산불과 같은 기후재난이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최근 환경영화제 온라인 상영으로 <불타오르다>라는 캐나다 산불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지난봄, 신록의 자리를 가득 채웠던 검은 나무들의 모습이 자못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피난을 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돌아왔을 때 불타버린 자신의 숲과 나무, 집을 보며 느끼는 슬픔 등도 마음에 와닿았지만 제게 가장 큰 정동을 불러일으킨 것은 불을 피해 피난을 갈 때 떠나지 않겠다고 버텨 그곳에 남은 돼지와 불탄 숲을 달리다가 만난 구조하는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사슴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지 않길 선택한 돼지는 화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는데, 다 타버린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돼지의 모습에 위로를 받는 장면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맺는 관계의 상호성을 생각하게 했어요. 불로 가꾸던 숲의 나무들이 죽고, 집도 다 타버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무얼 어쩔 줄 모르는 이들에게 농장의 한쪽, 자기 집에서 여전히 흙 위를 뒹굴고 사과를 먹는 돼지의 변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안정감은 괜찮다고, 우리는 여전히 같이 있고 다시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위로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비인간 생명이 주체적인 존재로서 우리 곁에서 관계를 맺을 때 그것이 인간에게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런 관계맺음이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함께 만드는 공존의 법, 자연의 권리 생태 컬리지>는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이 자연이 주체성을 가지고 태어난 그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비인간 생명이 가진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것을 억압하지 않고 인간이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 법과 예술, 철학을 통해 배우고 예술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있어요. 현재 5강까지 진행했고, 6월 28일에는 우리 지역에서 자연의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현장인 보문산에 깃들어 사는 생명을 만나러 갈 예정입니다.
보문산에서 하고 있는 또 다른 활동인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이하 구생없)>도 자연의 권리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구생없>은 대전오월드에 갇혀 있는 동물원-야생동물이 자신의 존엄함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동물원이라는 곳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힌 야생동물들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올해 초 활동을 위해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그때 모인 회원 및 시민들과 매달 1회 동물원-야생동물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동물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러 가면서,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알려고 노력하면서 태어난 대로 살아갈 자연의 권리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주체성을 갖고 사는 것이 인간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인간이 모르는 비인간 생명의 마음이 있다는 것. 이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자주 합니다.
그리고 그 자연의 권리에 저 역시 포함되어 있음을 생각합니다. 비인간 생명이, 강이, 대지가, 산이 자연의 권리를 가질 수 있을 때 그 자연의 일부인 저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로워질 수 있음을요.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부정하며 자연의 권리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녹색연합 활동가로 있음을 되새기는 6월의 가운데. 회원님들도 그런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권리를 생각해 보시는 달이 되길 조심스레 권합니다.
송송이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