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각자도생 아닌 함께 만들어야

2021년 8월 1일 | 대기환경, 메인-공지

* 이 글은 중도일보 오피니언 2021.8.1 자에 게재되었습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용자전거로 출근하는 사진과 이를 기성세대와 다른 젊은 세대 정치인의 행보로 언급하는 기사를 봤다. 사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동수단으로 자동차만 선택하지는 않는다. 개인 이동수단이(PM, Personal Mobility)이 확대되면서 대학가나 거리에서 (공용)자전거,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은 시민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일상이기도 하다.

그 중 자전거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오랫동안 시민들의 발이 되어왔다.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해 주차 걱정이 없고 유지비도 많이 들지 않는데다 건강도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탄소제로 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주행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 자동차에 비하면 탄소배출 제로에 가깝다. 미세먼지 배출도 하지 않는다. 자동차에 비해 많은 공간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동차 1대 주차할 곳에 자전거 10대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은 자동차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공용자전거를 제외하면 사실 출퇴근이나 이동수단으로서 개인 자전거 이용은 크지 않다. 제4차 대전광역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대전시 수단통행량 중 자전거를 이용한 통행의 비율은 1.7%였고,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승용차를 제외한 택시, 버스, 자전거 등의 수단이용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획의 전체 내용을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나 교통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것,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취약한 것, 가장 기본적으로 도난, 보관의 문제도 자전거 이용에 영향을 준다고 보여졌다.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지난 5월 8일부터 7월 4일까지 두 달간 시민들과 함께 대전의 22개 지하철역 주변 자전거 거치대 모니터링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도난 방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출퇴근과 통학, 일상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이용이 되지 않는 이유 중 도난문제, 자전거 거치대와 보관시설 현황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대전은 인구 1000명당 자전거 거치대 수가 5.65대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14번째에 해당한다.

시민들과 조사한 모니터링 결과 지하철역 주변에는 총 3298대의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었었다. 그 중 비가림막이 있는 자전거 거치대는 전체의 69%인 2260개였지만 실내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가림막 시설은 자전거 일부만 보호받을 수 있게 되어있어 눈, 비에 취약하다. 거치대 자체가 관리를 수시로 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야외 주차를 꺼리게 되거나 애초에 타고 나오지 않게 된다. 거치대마다 오랫동안 방치된 자전거도 적지 않았다.

자전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결과도 있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보관 및 활성화와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15명 중 65.1%인 14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의 자전거 도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도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자전거를 대개 집에 보관하거나 자물쇠 구입 등의 비용을 더 썼다고 응답했다. 대전 지하철역 주변에는 도난 방지 장치가 부착되어 있거나 CCTV가 설치되어있는 자전거 거치대나 실내 자전거 주차장은 하나도 없었다.

시민들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도로의 위험한 요소들을 개선할 것’을 가장 많이 요구했고, ‘자전거를 우대하는 교통 운영’이 그 뒤를 이었다. 단순히 도로의 정비가 아니라 대전시 전체 교통정책 안에서 자전거를 이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묻는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대전시 자전거 관련 예산은 96억 정도로 해당 부서인 건설도로과 예산의 9.3%에 불과해 자전거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것부터 시급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내용 중 ‘탄소중립 정책에 자전거가 대우 받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78.3%가 자전거가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 대전시가 세운 미세먼지 저감계획, 그린뉴딜, 지역에너지계획 등의 예산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전기차, 수소차 보급에 쏠려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오히려 자전거와 같이 에너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이동수단 활성화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탄소제로에 기여하는 자전거가 왜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보다 대우받지 못하는가. 우리 세금으로 만든 도로를 왜 자동차 타는 이들만 누리는가. 이제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가 대우받는 거리’를 경험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우리는 각자 알아 조심하며 자전거를 타야 하는 ‘각자도생의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체계를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자전거는 기후위기 대응의 충분한 대안이자 탄소중립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