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특별 연재 기사③] 온실가스 줄이고 친환경? 그런 전기차는 대한민국에 없다

2020년 9월 24일 | 기후위기/에너지, 대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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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줄이고 친환경? 그런 전기차는 대한민국에 없다

[연속기고-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 기후위기 걱정된다면 자전거를 타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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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저탄소경제로 전환’을 비전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3개 부문 8개 과제로 구성된 그린 뉴딜을 위해 2025년까지 총 75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에는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보급 등에 총 36조 원을 투입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그린뉴딜 사업비의 절반이 전기차 구입 지원에 사용되는 셈이다.
전기차 확대공급정책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면서 그 대책으로 2019년에 약 7천억 원, 2020년에는 약 1조5천억 원이 전기차 등의 구입 예산으로 편성되었다. 지난 9월 7일 ‘제1회 푸른 하늘의 날’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에서도 전기차가 강조되었다. 한 마디로 미세먼지, 저탄소, 기후위기 등 모든 환경이슈에 전기차는 만능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기차 중심의 대책은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눈앞의 작은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기차 미세먼지 발생량은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없다

 미세먼지대책별 감축효과

전기차는 아직까지는 친환경차라고 말하기 어렵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전기차는 가솔린 및 경유차와 미세먼지 배출총량이 비슷하다.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총미세먼지 중 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나머지 90%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에서 나온다(그림 1 참조). 타이어의 경우, 교체할 때 신품 대비 평균 5kg 정도 무게가 감소되어 있는데, 마모된 타이어의 일부는 미세먼지 형태로 배출된다.
특히, 전기차는 통상 동급 차량에 비해 300kg정도가 더 무겁다. 요즘 인기가 있는 테슬라의 모델3는 1645kg인데 비슷한 크기의 아반떼는 1185kg이다. 국내 시판되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40% 정도 적게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배터리의 무게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성인 5~6명을 상시 태우고 다니는 무게이니, 타이어 및 브레이크에 부하가 더 걸리고 이로 인해 배기가스 감소분마저 상쇄하고 마는 것이다.
국회 예산처에서도 전기차가 미세먼지 감축효과 면에서 다른 정책에 비해서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주로 도로 물청소를 의미하는 ‘도로재비산먼지 저감’에 비해 예산효율성이 1/17수준이라고 분석했다(그림 2 참조).
우리나라에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적다

 교통수단 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  교통수단 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렇다면, 온실가스는 어떨까? 좀 낫긴 하지만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전기차의 온실가스는 유정에서 주행까지의 전체 주기(Well to Wheel)를 봐야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이나 차량제조과정에 따라 배출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자사 차량을 비교해서 화제가 된 폭스바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사 경유차 ‘골프’와 전기차 ‘ID3’가 거의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142g/km vs 140g/km)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독일의 전력생산구조와 제조과정을 반영하여 분석한 것이다.
통상 석탄화력발전과정에서 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890g으로 본다. 연비(5.5㎞/㎾h)를 감안하면 ㎞당 161g정도 배출하는 셈이다. 독일의 석탄화력 비율은 30%, 재생에너지비율이 47%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석탄을 포함한 화력발전이 전력생산의 66%(석탄화력 40%)를 차지한다. 재생에너지원은 5%에 그치고 있다. 정부에서 감축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화력발전 비율이 높고, 재생에너지원은 1/10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낮아지는 이유다.
전기차를 목표한 만큼 보급하면
교통부문 이산화탄소 감축목표의 3.5% 감축

그린뉴딜의 전기차 보급목표 113만 대를 달성했을 때,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109만tCO2eq다. 약 40조 원을 투입해 2030년 통상배출량(BAU)의 0.12%를 줄이는 것이다. 국가온실가스배출 기본 로드맵 수정(2018)에서 정한 2030년 수송부문 감축량 3100만톤의 3.5%다. 300만 대를 보급해도 나머지 90%가 남는다.
전기차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

전기차가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적어도 우리나라 전력생산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여러 대안 중 감축효과가 크고 비용이 적게 들고, 지속가능한 대안부터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력생산의 2/3를 화력에 의존하고, 그 중의 절반 이상을 석탄화력에 의존하는 국내 전력생산구조를 고려할 때, 이산화탄소 저감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유럽의 전기차정책과 출발부터 달라야 하는 이유다. 유럽에서는 이미 전력생산 구조조정을 했고 친환경 교통수단의 활성화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고 성과도 거두었다. 근본적 구조조정과 효과적인 정책을 먼저 시행했다. 이런 정책들 다음에 선택한 정책수단이 전기차다.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기후위기, 유럽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
작년에 유럽연합에서는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우리의 그린뉴딜과 다른 점은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목표로 ‘실질 탄소배출 제로(Zero)’, ’90년 대비 90% 감축’을 내세웠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에서 탄소를 얼마로 줄이겠다는 목표치는 없다. 113만 대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도 우리와는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교통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영국에서는 자전거 부문에 집중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클린 에어 전략(2019)’를 발표했다. 무려 170억 파운드(한화 25조 원)를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같은 기후위기 대책인데, 우리나라의 대책에 자전거는 없다. 같은 목표 다른 방법인 셈이다.
기후위기 교통정책의 핵심은 ‘억제와 장려’
국가온실가스배출 기본 로드맵에서 수송 부문 할당량은 30%다. 에너지소비량이 19%인 것에 비하면 할당량이 많은 편인데, 대체 가능성이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교통부문의 기후위기 전략은 ‘억제와 장려(Push and Pull)’로 요약된다. 즉, 승용차는 억제하고, 친환경수단인 자전거,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것이다. 방법은 3단계 ‘회피-전환-개선’으로 구분한다.
최우선 단계 ‘회피’는 통행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재택근무, 직주근접, 도시외곽 개발 억제 등이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전환’시키는 것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활성화를 통해서 승용차로부터 전환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개선’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자동차 통행을 해야 하는 경우 연비개선, 친환경차 보급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친환경차 보급은 마지막 단계 정책이다. 효과는 적고 비용은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자전거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이 곧 기후위기 대책

 의령군 화정면 상일제 남강 자전거도로.
▲  경남 의령군 화정면 상일제 남강 자전거도로 모습.
ⓒ 의령군청 제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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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100만톤을 줄여야 한다면, 살펴본 바와 같이 전기차로는 목표에 근접하는 것도 어렵다. 전기차는 에너지원 대부분이 대체연료일 때 의미있는 이야기다. 통행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텔레워킹으로 통행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었다. 결과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감소가 아닌 증가였다. IT발달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다고 하여도 교통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승용차 통행을 자전거, 대중교통 등 친환경수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교통부문 기후위기 대책 중 효과가 가장 크고 비용이 작으며,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1%가 자전거로 전환되면
연간 137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자전거는 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은 ㎞당 20g 미만이다. 어떠한 효율 좋은 전기차보다 효과가 크고 저비용 정책이다. 우리나라 통행 인구의 1%만 자전거로 전환한다면 연간 137만톤(1통행당 3km기준)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전거수단분담률은 1.5%수준이니 유럽이나 일본의 10% 수준까지 간다면 2030년까지 1300만톤은 무난하지 않겠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감축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자전거로만 감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전거는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인류의 개발품이다. 우리 사회의 이슈인 기후위기, 에너지, 도시경쟁력, 건강,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모두 껴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자전거다.
40조 원을 투자해서 100만 톤을 감축할 것인가? 4000억 원을 투자해서 137만 톤을 감축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자전거, 버스, 트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은 전기차보다 최소 10배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다. 반면, 투자효과는 10배에 이른다. 결국, 1/100의 투자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쉽고 빠른 길, 그 것은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