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이 시작되어야 할 때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기후위기 시민활동가 양성과정’

그린뉴딜 강의 중인 이유진 대표 3강 그린뉴딜과 지역사회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
▲ 그린뉴딜 강의 중인 이유진 대표 3강 그린뉴딜과 지역사회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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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7년 3개월. 지구 온도 1.5도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에서 준비한 ‘기후위기 시민활동가 양성과정’ 두 번째 시간에 이유진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공동대표가 ‘기후위기와 지역 그린뉴딜’ 강의를 열며 한 말이다.

지난 100년간 산업 문명은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의 온도를 1도 상승시켰고 과학자들은 1.5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말한다. 1.5도를 넘지 않으려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에는 한계가 있고 세계 추세대로면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시간은 이제 7년 정도 남아있다.

멀고 먼 넷제로 한국

이유진 대표는 ‘한국의 넷제로를 향한 걸음은 멀어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30년 안에 거의 온실가스를 내보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47%가 늘어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별 에너지전환지수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57.7%로 세계 48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2개 선진국가 중에 31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 대표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화석문명에서 탈출하는 탈탄소 사회 전략을 위해 정부의 예산과 인력, 제도개혁을 꾀하는 정책인 ‘그린뉴딜’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문제를 발생시키는 석탄화력과 같은 인프라를 태양광과 같은 그린인프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 즉 빈곤과 노동의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유럽은 그린 딜 일환으로 2021년 하반기 탄소국경조정(BCA: border carbon adjustment)을 실행한다고 전했다. 자국의 탄소감축 노력으로 국내 산업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비용 만큼 국경을 넘는 수입상품에도 부과하고, 국내상품 수출 시 탄소 감축 비용을 환급해주는 조치다. 즉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를 계산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말이다. 더불어 석탄발전에 투자를 철회하는 기후금융,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내연기관 생산판매 금지)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지 6월 22일자에 올라간 지면광고 광고는 석탄발전소 굴뚝 매연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배경으로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 (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Green New Deal?)”라는 문구를 배치.
▲ 워싱턴포스트지 6월 22일자에 올라간 지면광고 광고는 석탄발전소 굴뚝 매연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배경으로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 (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Green New Deal?)”라는 문구를 배치.
ⓒ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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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대표는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말을 언급하며 ‘이런 대통령의 말은 국제사회가 한국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의 여러 단체가 워싱턴포스트지에 지면광고를 통해 한국의 그린뉴딜 의지를 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린뉴딜이 등장하며 계속 뭔가 새로 해야한다고 말하는 요즘의 상황을 꼬집으며, 뭔가 ‘새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호히 안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과 같이 끝에 눈에 보이는 좌초인프라, 좌초일자리를 단호히 거부하고 과감하게 다른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방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큰 숙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린뉴딜은 FM이 없다

그린뉴딜의 방향 이유진 대표 강의자료 중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설명 일부 발췌
▲ 그린뉴딜의 방향 이유진 대표 강의자료 중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설명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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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대표는 ‘그린뉴딜은 FM이 없다’며 ‘기후위기를 막는 모든 일, 기후위기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모든 일이 그린뉴딜’이라고 말했다. 그린리모델링 사례와 가꿈주택을 소개하며 ‘지역 기반의 그린 뉴딜은 사람과 공간이 중요하다’며 ‘아이템 각각을 어떻게 기획하고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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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진정한 그린 뉴딜 구현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먼저 그린뉴딜과 에너지문제에 대한 교육, 고민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다양성과 특성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고민과 연결되고, 그린뉴딜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업이 계속 되야 함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린뉴딜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세금과 예산이 투여되어 실질적 실행과 효과가 동반되어야 함도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전환을 준비하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한 대전의 기초지자체는 어디이고, 환경교육비상선언에 참여한 시도교육감들,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참여한 기초지자체 5개구의 이후 계획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물어봐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노력들이 올바른 방향의 그린뉴딜을 만들어가는 시작임을 강조했다.

선진노동자 토니 마조치의 정의로운 전환

선진운동가 토니 마조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토니 마조치
 (사진자료 : 김현우 연구위원 강의자료 중 발췌)
▲ 선진운동가 토니 마조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토니 마조치 (사진자료 : 김현우 연구위원 강의자료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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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노동을 주제로 두 번째 강의에 나선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소개한 인물에 참가자들은 눈을 반짝였다. 미국의 선진노동자라고 칭한 토니 마조치(Tony Mazzocchi)는 에너지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산업재편 속에서 노동현장과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고, 보다 노동친화적인 대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인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라고 김현우 위원은 소개했다.

토니 마조치가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조(Oil, Chemical and Atomic Workers; OCAW)에서 활동하며 1980년대 후반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Superfund for Worker’s)’와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직무훈련을 제안했는데, 이는 향후 지속가능한 경제에서는 화학, 정유, 원자력 노동자들이 일할 여지가 없어질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일자리의 ‘정의로운 전환’의 배경을 소개했다. 또 환경운동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 최초의 노조지도자로 1960년대 중반 석면방지캠페인 등 작업장 환경을 위한 활동에도 앞장선 인물임을 전했다.

김 위원은 한국사회에서 환경과 일자리는 상반된 개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비전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예로 캐나다 노총(CLC)은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고용주와 노동자, 그 산업에 의존하는 공동체를 정당하게 처우하는 ‘공정함(Fairness)’, 전환 과정에서 임금, 혜택, 노동기간 손실없는 ‘재고용 또는 대체고용(Re-employment or alternative employment)’, 고용의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정당한 ‘보상(Compensation)’,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프로그램(Program)’ 등을 제시했다.

미 상원의원이었던 버니 샌더스는 청정 에너지로 전환 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미국의 청정 에너지 노동자 정의로운 전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운동, 루카스 플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 루카스플랜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녹색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과 논의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례다.
 (사진출처 : 강의자료 중 발췌)
▲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 루카스플랜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녹색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과 논의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례다. (사진출처 : 강의자료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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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위원이 소개한 ‘루카스 플랜’ 또한 흥미로웠다. 1970년대 초, 영국 루카스 항공사는 군용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이 예고되자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 운동’인 루카스 플랜을 제시했다. 군용 부품 대신 재생에너지 설비인 풍력터빈이나 가정용 신장투석기 등 유용한 생산을 하자는 취지였고 일부는 시제품으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결국 정치적, 내부적 여건의 변화로 실현할 수는 없었다.

김 위원은 루카스 플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적’ 이라고 설명했는데 사회전체의 이익이 되며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정의된 ‘유용한 생산’의 의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기술이 이점을 살리고, 지역사회에 이득이 되는 개발, 직원과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 거기에 천연자원 수요 최소화, 환경의 질 개선 등을 더했다. 루카스 플랜이 비록 전설이 되었다 해도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녹색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과 논의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례임은 틀림없었다.

디아블로캐년 원자력발전소 모습 14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이 곳은 8년-9년동안 연장을 결정하고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자료 : 강의자료 중 발췌)
▲ 디아블로캐년 원자력발전소 모습 14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이 곳은 8년-9년동안 연장을 결정하고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자료 : 강의자료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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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가동을 시작한 미국 캘리포니아 디아블로캐년 발전소 사례도 흥미로웠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14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이 곳은 지역 환경단체의 안전성 우려와 연장 운전시 경제성 하락과 정부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사측의 우려로 면허 갱신이 어려울 전망이었다. 2016년, 노동조합은 대화에 나섰고 가동중단 시 보상과 함께 사측이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설비를 구축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들은 직업 훈련을 통한 전환을 준비하는 것을 합의한 사례가 있다.

김 위원은 많은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지만 한국의 그린뉴딜 시작으로 녹색일자리로의 전환이 시작되야 함을 전했다. 그리고 ‘1기가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연간고용수를 비교하면 태양광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화석, 원자력보다 고용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뉴딜 등 정책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태백과 정선에 광산이 사라지면서 복합리조트와 카지노를 선택했지만 고용불안과 지역피폐가 계속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기후위기 시대, 지역에 산업변화가 요구 되었을 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후회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4강 기후위기와 노동문제에 대한 강의 모습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강의 모습
▲ 4강 기후위기와 노동문제에 대한 강의 모습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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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의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과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그림을 조금씩 그려나갈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산업과 노동계가 먼저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한 가능한 영역들을 연결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출발선에 이제야 섰고, 뛸지 멈출지를 가늠하고 있다는 이유진 대표의 말처럼, 정의로운 전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제대로 디자인 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좋은 사례들을 만들며 나서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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