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금강트레킹

2011년 5월 27일 | 회원소식나눔터

매월 셋째주 일요일만 되면 금강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도 성별도 인생관도 각각인 사람들이 모여서 단 하루 금강이라는  그릇에 녹아든다
금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매달 구간별로 나눠서 남녀노소 뒤섞여서  추우나 더우나 부지런히 하루종일 걸으며 금강을 만나고 온다
얼핏보면 가이드도 없는거 같고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수다떠느라 바쁘고 그러면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걷다 잠깐 쉴라치면 그 짬에 별별 간식을  우르르 쏟아내서는 시원한 막걸리부터  따끈한 원두커피에 아침 일찍 에둘러온 동네 떡,과일등등 그날 첨본 사람끼리도 간식을 정답게 나눠먹는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배낭을 메고 거친 강변길을 걷게 하는걸까
더러는 4대강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금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한사람도   있고 아니면 가족끼리 오붓하게 하루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등  저마다 각각의 이유야 있겠지만 그렇게들 꾸준히 오시는걸 보면 나름대로 특별한 속내가 있지 싶다
나는 왜 금강을 걷는걸까
처음엔 강을 지켜보려 뭐라도 해볼까 시작한 일이
오히려 강이 나의 삶과 마음을 지켜주고 다독여 주는것 같다
꼭 강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도시에서의  여러 규칙과 계산에 부대끼다가 하루만이라도 강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분위기가 좋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다녀온 금강코스는  장수군 천천면 가막리 죽도
이름대로 굽이굽이 긴 물길과  물 숨구멍 여울이 많아 아름다운 곳이다
거기에 강을 끼고 길게 늘어선 암반 절벽이 맑은 강과 어우러져 무주 방우리 코스와 더불어 금강 트레킹의 백미로 꼽힌다
죽도는 용담댐 상류에 있는데  다른곳과  달리 우리가 가고 싶다고 갈수 있는것도 아니고 최수경 대표님 표현을 빌리자면 물길이 열려야 되는데 다행히 물이 빠져서 아슬아슬하게 허리춤만 빠지는 정도로  건널수 있었다  
트레킹내내 물길을 대 여섯번 건넜는데 미끄러운 강돌에 넘어져 물살에 쓸릴까봐  다들 손에 손잡고 기우뚱하며 건너는 모습이 재밌었다
오늘 첨 만났건 어쨌건 안 잡아주면 못 건너는 곳이니까
그러면서 금세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그게 죽도 트레킹의 숨겨진 묘미인거 같다
바닷가나 가야 즐길수있는 백사장이 동요의 가사처럼 바로 눈앞에 금모래로 펼쳐져 있고
그위에 어렴풋이 찍혀있는 이름모를 새발자국, 방금 전까지 목을 축이다 인기척에 달아났을거 같은 선명한 고라니 발자국,  구석풀 언져리엔 어느 생명의  분비물도 살짝 보이는 그런곳이다
걸을땐 때론 힘들어도 다녀와선 문득 그날 그 풍광 그 사람들이 그리워져 다음 트레킹을 기다리게 되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객지에서 간이쎄고 자극적인 식당 밥 먹다가 오랜만에 고향집에 가서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랑 김장 김치에 흰쌀밥 먹고 온 느낌이랄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푸근하고 먹고나면 살로 갈거 같은 느낌 ^^
이래서 자연을 어머니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다음달 무주 방우리 트레킹이 벌써 기다려진다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5-30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