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공존의 법, 자연의 권리 생태 컬리지> 강연이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자연의 권리란 생태계가 법적 인격을 가질 권리를 뜻하는데요, 생명들이 태어나 살아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인도와 뉴질랜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등에서 강이나 산, 특정 비인간 생명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하여 이들은 특정 개발 프로젝트나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저하 및 피해를 방어할 수 있는 법 제도를 통해 자연환경을 지키고 있습니다.
<함께 만드는 공존의 법, 자연의 권리 생태 컬리지>는 생명을 죽이는 여러 난개발이 지속적으로 계획되는 대전과 충남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권리를 통해 다른 생명의 존엄을 법과 제도로 지킬 수 있을지 함께 공부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생명의 살아갈 권리를 다양한 전문가의 강의와 예술 워크숍, 현장 방문을 통해 접근하고 있어요.
4강은 장학수 충북공공정책연구원장의 ‘우리 삶 속 생태철학’이었습니다. 서양 중세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생철학의 배경을 알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5강은 김신윤주 미술작가가 ‘퍼블릭 아트와 커먼즈 아트, 그리고 법’을 주제로 강의하였습니다. 인간 중심의 성장주의, 근대적 합리주의가 모든 것을 도구화한 것 등 지금의 위기를 야기한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맥락과 그런 사고를 깨뜨리는 다양한 사유들을 소개해 주었어요. 특히 티모시 모튼의 자연과 인간을 구분 짓지 말기 / 실비아 페데리치(커먼즈 연구 학자)의 세계를 재술화하기(우리가 세계와 끊어져 있던 근대의 이성주의,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연결의 감각을 회복하는 정치적 행위) 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참여하는 활력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신윤주 작가는 이런 전환을 이루기 위해 예술가로 ‘커먼즈 아트’를 지향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공공(혹은 공적인 것, 공공의 것)은 언제든 민영화되어 사적 소유물이 될 수 있기에 ‘퍼블릭 아트’가 아니라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관계망 안에서 새로운 ‘공통의 것’을 구성하는 ‘커먼즈 아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커먼즈’는 탈중심적인 운동으로, 중심 없이 각자의 이야기, 각자의 삶을 중시하여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것을 세계와 연결시키기에, ‘커먼즈 아트’ 역시 사회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참여적 성격을 강조하며 단 하나의 명확한 주체가 있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공공미술은 작가나 행정기관 등 기획자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하는 차이도 있다고 합니다. 공공미술과 커먼즈미술의 차이를 알게 되고, 비인간과 인간의 공동체를 그리는 커먼즈의 확장성, 그것을 예술로 표현하는 방법 등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6강은 안여종 문화유산 울림 대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와 함께 보문산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보문산은 현재 대전에서 자연의 권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가장 최전선의 장소입니다. 예정된 생태학살 앞에서 보문산의 역사와 그곳에 사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직접 발로 걸으며 느꼈습니다.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 ‘자연의 권리’라는 것이 책 속 학자들의 멋들어진 말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의, 생명들의 것임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7강은 ‘법, 권리, 자연의 권리’를 주제로 최정호 서울대 교수가 강의하였습니다. 현대 우리가 말하는 법은 근대 이후의 법인데, 이 법은 개인에게서 모두에게로 권리를 넓히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권리’란 ‘존엄’을 토대에 두고 있고 이때의 ‘존엄’이란 바로 그 자신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자의 자기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권리라고 할 때, 이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법은 올바름을 향한 끝없는 고민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만들고, 사회 전반이 준수하고 지키도록 강제되며, 윤리적 정당성을 갖는 이 법을 생태위기 시대에 올바른 형태로 바꾸기를 고민하는 ‘지구법학’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공존의 법, 자연의 권리 생태 컬리지> 강의는 10강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11월에는 이런 배움을 바탕으로 지역의 예술가들이 참여 시민들과 함께 만든 작품 전시회와 자연의 권리를 담은 노래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