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특별 연재 기사④] 연구용 시신에도 나온다는 '이것', 당신의 옷 속에도 있다

2020년 10월 23일 | 기후위기/에너지

영국 BBC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에서 한 달 동안 버려지는 마스크가 1290억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필터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부직포는 다양한 종류의 합성섬유나 천연섬유로 만들 수 있지만, 마스크에 사용되는 부직포는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로 만들어진다.
마스크 하나를 5그램 정도로 계산한다면, 코로나 국면에서 일회용 마스크로만 한 해 75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배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전염병 확산과 위생에 대한 우려로 배달음식 소비와 인터넷 쇼핑 이용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했다.
최근에는 마스크 끈을 잘라서 버리자는 캠페인이 등장했다. 사용한 후 버려진 마스크의 끈 때문에 송골매나 갈매기의 발이 얽힌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다른 이미지들도 연상하여 떠올리게 된다. 코에 빨대가 박혀 피 흘리는 거북이, 플라스틱 재질 고리에 몸이 끼어 기형적으로 자라버린 거북이, 죽은 새의 배 속에서 나온 크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에 의한 피해는 새와 거북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태평양 한가운데의 거대 쓰레기 섬이 가장 크고 가장 많이 알려졌긴 하지만, 오대양 모두에 비슷한 거대 쓰레기 섬들이 존재한다. 유럽 대도시에서 120km 이상 떨어진 피레네 산맥 청정지역에서도 대도시 수준에 맞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고, 사람이 닿지 못하는 심해저도 이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어패류는 물론 소금에서도 발견되었고, 생수와 맥주, 심지어 내리는 비에서도 발견되었다. 지구의 모든 곳이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었고, 생태계 순환을 거쳐 사람의 몸 속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구용 시신의 조직샘플 47개에서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인류가 지질학적 시간을 거슬러 땅 밑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화석연료들이 있다. ‘검은 진주’로 불리기도 했던 석유가 지상으로 끌어올려지고 난 후 여러 경로를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형태가 바로 이산화탄소와 미세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과 처리 현황

 21일 오전 광주 북구 재활용품선별장에서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배출량이 증가하자 쓰레기 처리 상황 등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  지난 8월 21일 오전 광주 북구 재활용품선별장에서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배출량이 증가하자 쓰레기 처리 상황 등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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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과 관련된 국내통계를 살펴보자. 2017년도 통계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하루에 발생된 플라스틱 계열(합성수지, 발포수지 등 포함) 폐기물은 약 2만3천 톤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을 훨씬 웃도는 양이 사업장에서 배출되었다.
폐기물 발생원에 따라 분류할 때 재활용률이 가장 떨어지는 것은 생활폐기물이다. 가정과 사업장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이 이에 해당한다. 분리배출과 혼합배출을 통틀어 하루 5963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생활폐기물로 배출되었는데, 이 중 분리배출량은 40.5%(2,416,1톤)로 여전히 혼합배출량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혼합배출량 중 일부가 재활용되고 분리배출량은 모두 재활용되어 재활용률은 48.5%로 확인된다. 많은 시민들이 분리배출에 동참하며 플라스틱 제품·포장재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고 있지만, 불행히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 재활용률마저 명백히 잘못 관리된 통계의 과장된 결과다.
통계상으로는 분리배출 폐기물이 모두 재활용되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절반 이상이 재활용에서 탈락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에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한 데 섞어서 배출하거나, 이물질을 세척하지 않고 혹은 비닐 라벨 등 재질이 다른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내놓는 등 시민들의 부주의와 잘못된 분리배출 상식이 존재한다. 또,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분리배출 기준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전으로 시선을 좁혀보면 또 다른 문제의 특징들이 드러난다. 2017년도 생활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대전이다. 1인당 연간 52.9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였는데, 그 뒤를 대구와 부산이 잇는다. 1인당 발생량이 가장 적은 인천에 비해 2.2배, 비슷한 인구 규모의 광역시인 광주에 비해 1.4배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종량제 혼합배출 비율은 40.7%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서울, 제주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다시 말하자면,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가장 많지만, 시민들의 분리배출 참여도는 세 번째로 높았다는 이야기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전체 재활용률은 59.3%로 나타나는데, 이는 혼합배출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처리 없이 분리배출 폐기물에 대해서만 재활용률 100%를 달성한 결과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분리배출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통계의 오류를 감안한다면, 대전시의 실질 재활용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통계값 기준으로 대전에 비교할 만한 인상적인 도시가 하나 있다. 광주시는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광역지자체 중 세 번째로 낮다. 종량제 혼합배출 비율은 59.1%에 이르러 대전에 비해 분리배출 참여도는 훨씬 낮게 나오는데, 혼합배출 폐기물의 75.8%를 재활용해, 전체 재활용률이 85.7%에 달하는 결과를 보인다.
결국, 대전의 시민들은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도시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플라스틱프리 실천 활동과 대안
2018년 4월에 발생한 수도권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은 전국의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대전지역에서도 수거업체들이 수거 중단 입장을 밝혔으나,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큰 어려움은 피할 수 있었다. 같은 해 5월 환경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개선을 위한 우선적 조치로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규제 정책을 내어놓았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의 확산 국면 앞에 일회용 컵 규제도 무효화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부의 일회용 컵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홍대 인근에서는 공용 보틀의 세척 및 재사용을 지원하는 ‘유어보틀위크’ 캠페인이 등장하기도 했고, SNS 상에서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이어졌다. 대전에서는 관저동 마을공동체가 참여하는 ‘1회용품 없는 관저마을 만들기’ 활동이 펼쳐졌다.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분리배출 및 업사이클링 교육·체험이 진행되었고, 마을 조사를 통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카페와 패스트푸드 매장의 다회용품 사용을 이끌어냈다. ‘1회용품 없는 축제’를 통해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새로운 축제의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협동조합 세상속의과학과 시민참여연구센터는 지난해 리빙랩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해법을 찾는 활동을 진행했다. SNS를 활용하여 분리배출 실태를 공유하며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했고, 분리배출 평가를 통해 제품들의 개선점을 탐색했다. 공동의 경험을 기반으로 문제요인을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통해, 시민·학생 교육과 마을 실천활동, 벌크매장 확대, 공동 분리배출 시설 디자인, 생산자 책임성 강화 방안 등을 도출했다.
실천활동으로서 한살림대전과 함께 진행한 아이스팩 회수 활동에서는 7개월간 3.5톤의 아이스팩을 수거·재활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시민워크숍에 참여했던 시민들 중 일부는 시민기획단을 결성하여 지속적으로 플라스틱 소비개선 실천 활동과 시민의 인식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유성구의 탄동천 단풍길 걷기 한마당에서 홍보·체험 부스를 운영하여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시민기획단과 함께 제과점 케이크 종류에 기본 제공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빵칼 수거 활동과 제과점 대상의 빵칼 미제공 캠페인을 지자체 행정기관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또 미세플라스틱의 주범 중 하나인 담배꽁초 무단투기 현장 커뮤니티매핑과 수거 캠페인을 시민참여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개인적·공동체적 참여 활동을 넘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대응 개선과 정부의 대응정책 확대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궁극적 해법

 미세플라스틱 종류
▲  미세플라스틱 종류
ⓒ 에코오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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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에 5분, 분해에 50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이제서야 인류가 깨닫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은 분해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 어딘가에 남을 뿐이다. 미세플라스틱마저 온전히 분해되어 사라지는 데에는 대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인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분명한 해법은 하나다. 더 이상의 인공적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것,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은 가급적 재사용·재활용하고 미세플라스틱은 회수하여 물질 재가공을 모색하는 것. 그러나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소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재가공이 어려운 것은,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제품이 너무도 다양한 색깔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복합재질 문제 해결과 재활용성 개선을 위해 비닐 라벨 없는 투명 생수병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소주병 규격화와 색상 통일을 통해 재사용률을 높일 수 있었듯, 플라스틱 제품도 크기와 색상의 규격화가 필요해 보인다.
폐기물 수거는 지자체가 책임지지만, 재활용의 책임은 영세업자들의 몫으로만 떠넘기는 관행도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공영제 또는 준공영제 지원체계의 도입이 시급하다.
그런데 더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다. 인류에게 가장 가까운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바로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합성섬유 의류이며, 우리가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옷에서 떨어져나가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활용 섬유를 이용한 의류 제품의 등장이 그나마 플라스틱 재활용 관점에서 부분적인 해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방법으로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극복하기는 힘든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