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대전지역 273인 시국선언문>
불법 비자금 수수에 따른 대통령 측근의 구속과 한나라당의 SK불법비자금 100억 수수와 방탄특검 주장,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형식적 사과, 민주당과 우리당의 대선자금 저질 폭로 공방은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심각한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폭로와 구속, 형식적인 정치적 해결을 통해 유야무야로 넘어가는 것을 반복했던 정치권은 이번에도 그런 정치적 악순환의 관행을 답습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이런 구시대적 정치행태의 반복을 더 이상 국민은 묵과할 수 없다.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국민이 나서는 것은 정치권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의 주범인 정치권에게 정치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보다 강력한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1. 정치권은 대선자금 진상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
정치권의 대선자금이 형식적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불법 비자금 수수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대선자금 논란은 ‘정치공방’의 사안이 아니라 ‘정치개혁’의 사안임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불법비자금을 수수한 정치권의 폭로식 정치공방은 몰염치한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대선자금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이 없다면 정치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혁신을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 그 출발이 대선자금 진상공개와 국민 앞에 진실로 고백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먼저 고해성사하고 솔선수범하고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국민들은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대선자금 문제가 정치권에서의 정략적인 해결을 통해 흐지부지 된다면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들 앞에 설자리가 없음을 밝히는 바이다.
2. 정치관계법 개정을 비롯한 정치개혁에 과감히 나서라
불법비자금 조성은 정치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인한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에 있다.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내역이 허위로 보고되고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선관위의 권한이 전무한 상황에서 음성자금의 정치권 유입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권은 지역구도의 혁파, 정치자금의 투명화, 정당의 민주화, 선거에서의 기회균등과 유권자의 참여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개혁은 정치권의 흥정대상이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국민의 준엄한 요구임을 자각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과 대선, 촛불시위에서 알 수 있듯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와 자발적인 참여는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독 정치권만이 변화된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정치개혁은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낡고 부패한 정치풍토를 근절하고 새롭게 태어나 국민에게 심판받겠다는 용기가 절박한 시기이다. 총체적 위기에 몰린 나라를 생각해서라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치개혁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3. 의원과 외부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
정치개혁 대상인 정치권에게 정치개혁을 맡기는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요, 어불성설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임에도 보수적인 인사가 대부분이고 이것도 모자라 선거구 확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정치개혁 논의의 태생적 한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는 여야 국회의원과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등 각계각층의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여야 합의를 전제로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약속한 바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논의 없이 정치공방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는 차제에 정치개혁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외부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또한 이 기구에서 합의된 정치개혁안을 국회가 별도 논의 없이 입법화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4. 정치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빨간장미 물결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빨간장미는 정치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대전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들의 시국선언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 정치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관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수요일엔 빨간장미 거리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진행 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정치개혁을 상징하는 빨간장미 배너를 만들어 회원과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확산하는 ‘빨간장미 바이러스 전파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다. 2003년 11월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대전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빨간장미 물결을 만나게 될 것이다.
5. 정치개혁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의원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오늘 우리들의 시국선언은 멀게는 2000년 낙천낙선 운동과 가깝게는 지난 10월 22일 개혁입법을 촉구하는 우리지역 의원 밀착감시행동 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다양한 부문에서 민주주의와 개혁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정치권만은 후퇴와 지체라는 악순환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총체적 부실의 주범인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개혁과 사회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의원직에 연연하며 기득권에 집착할 것인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정치부패를 근절하고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는 길에 용기 있게 나설 것인지, 정치권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만약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정치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망국의 길로 나라를 이끈다면 남은 것은 국민들의 심판뿐이다.
오늘 우리들은 허탈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자살 공화국’ ‘분신 공화국’ ‘이민 공화국’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언제까지 짊어지고 살아야만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들고 있다. 이 부끄럽고 슬픈 대한민국 자화상의 주범은 정치권임을 스스로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낡고 부패한 정치와는 단절하고 정치개혁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절박한 용기가 없는 사람은 정치권을 조용히 떠날 것을 권고한다.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바램을 철저히 외면하는 정치인이 정치권이 남아 있는 한 우리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실천은 계속 될 것임을 국민들 앞에 약속드리는 바이다.
2003년 11월 4일(화)
대전정치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