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기념 지천탐사) 과례천에서 만난 사람들

2017년 3월 23일 | 녹색생태투어, 대기환경

대전충남녹색연합 20주년 기념 회원 소환 프로그램,
‘대전지방하천 따라 걷기’ 그 첫 번째 모임이 3월 21일(화)에 과례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대전은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을 모두 합하면 116곳의 하천을 보유한 하천의 도시입니다. 앞으로 10개월 동안 매월 셋째 주 화요일마다  대전의 지방하천을 따라 걸으며 대전하천보전운동의 역사를 돌아볼 계획입니다. ‘대전지방하천 따라 걷기’는 (사)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로 계신 안여종 운영위원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20주년 기념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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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반, 한밭도서관 앞으로 하나 둘 참가자들이 모여듭니다. 우리 산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참여하신 분, 대전둘레산길과 하천을 수없이 걸었던 베테랑 등 대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분들이 오늘의 걷기 동무로 참석하셨습니다. 일행은 물길에 최대한 가까이 따라가고, 도저히 안되는 경우 우회해서 걷는다는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과례천 발원지라고 추정되는 보문산 고촉사 계곡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과례천과례천(果禮川)은 시의 중앙부 남쪽 중구 보문산에 있는 청년의광장 부근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문화동의 과례마을을 거치고 오류동 태평동을 지나 수침교 윗부분에서 유등천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화동의 옛이름인 과례리(果禮里)에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전지명지』에는 고려시대 노거재 우징복이 보문산의 문필봉 아래 서당을 열고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차례를 잘 지키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여 이후 마을에서는 모든 제사에 정성을 쏟는 습관을 갖게 된데서 과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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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촉사 계곡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고촉사 약수터입니다. 보문산에는 수질검사를 하며 약수터 표지를 달고 있는 약수터가 30여곳이 있다고 합니다. 선덕여왕의 피부병이 나았다는 석교동 둘레길의 보석천 약수터도 보문산에 있습니다. 예부터 산세가 좋고 수량이 풍부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문산 둘레에 모여 살았다고 합니다. 대전 중구 대사동을 비롯 11개 동에 걸쳐있는 보문산은 그야말로 대전의 보물같은 명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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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례천 발원지를 찾아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 고촉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촉사 나한전에 들러 바위 동굴에 모셔진 자비로운 불상을 만나며 숨을 돌렸습니다. 물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를 둘러싼 산천의 이야기와 사람살이를 알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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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문산 가장 높은 봉우리인 시루봉까지 올랐습니다. 이쯤에서 숨 한번 고르고, 파이팅하고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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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물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이르렀습니다. 발원지라하면 강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으면서 물이 상시 나오는 곳을 일컫습니다. 그렇기에 과례천의 발원지를 청년광장이라는 통설에 의심을 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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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례천의 발원지로 보이는 지점입니다. 고촉사 깊은 계곡에서 과례천이 시작되는 물줄기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이 물길을 따라 천천히 따라가 볼까요? 과례천 따라 걷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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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례천 상류지점은 영화 속 비밀의 숲처럼 신비와 고요에 쌓여있습니다. 곤줄박이 한 쌍이 때마침 날아오르지 않았다면 그 고요함에 넋이 빠질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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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촉사 계곡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가 산 중턱에 닿아선 제법 넓은 소를 이루고 있습니다. 30년 전만해도 수량이 더 풍부해서 멱을 감고, 빨래를 하던 곳이라고 안여종 운영위원이 추억을 더듬습니다. 도롱뇽 알과 산개구리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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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까지 밭을 일구며 여기저기 울타리를 쳐놓아 일행은 물길을 놓치고 잠시 도로 위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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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물길이 복개도로에 이르렀습니다. 과례천 물줄기는 이제 어쩔 수 없이 어둡고 음침한 도로 밑으로 제 몸을 숨겨야만 합니다. 따라오던 물고기도 산새들도 더 이상 함께 갈 수가 없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성급하게 쌓아올린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살아있는 하천을 멍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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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학생체육관을 지나 물길을 따라서 옛 보급부대에 자리한 센트럴파크아파트까지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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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아파트 담장 밑의 ‘문화교’ 표지석만이 이곳이 과례천이 흘러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옛 지도의 파란 물줄기를 더듬어가며 과례천이 흐르는 복개도로 위를 다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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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이로 쭉 뻗은 길은 과례천이 아스팔트 아래에서 숨죽이며 흐르고 있는 복개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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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위에 서서 발 밑에 흐르는 과례천의 물소리를 잠시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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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오류시장을 지나고, 서대전역을 지나고, 태평시장을 지나니 어느새 유등천이 성큼 가까이에 다가왔습니다. 유등천 쪽으로 휘어진 물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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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과례천과 유등천의 합수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보문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문화동의 과례마을을 거치고 오류동, 태평동을 지나 드디어 유등천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시가지가 발달하더라도 복개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미 복개된 하천들도 복원을 통해 생태하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하천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서식처를 보전하는 것이며, 자연하천의 수질정화 기능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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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례천을 따라 걸으며 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환희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노래가 도심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유등천까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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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기에 함께한 길동무들과 유등천을 뒤에 두고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의 김인수 사무처장님과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의 이주진 상임이사님 함께 하셔서 과례천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방하천을 걷기 위해 10개월의 긴 여정을 계획한 것은 아마도 지역에서는 처음일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발이 내디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2월까지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진행합니다. 4월18일에는 탄동천으로 출발하오니 함께 하실 분들은 대전충남녹색연합으로 신청바랍니다.

문의 : 253-3241 육정임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