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있는 버스 정류장, 여기선 가능합니다

2016년 8월 11일 | 자연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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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39도의 불볕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10일(수) 오후 3시, 석교초등학교 시청각실에 1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셋만 모여도 더운 이 여름에 무슨 일일까.
이날은 주민들의 손으로 만드는 녹색마을버스정류장도서관 주민발표회와 마을 잔치가 열린 날이다. 지난 4월 22일부터 진행된 석교동 녹색마을버스정류장도서관 후보지 투표부터 선정, 마을 조사 등의 활동을 나누고 녹색마을버스정류장도서관에 대한 의견을 보태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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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준비한 주민들의 공연과 간식도 어우러져 흥겨운 자리였다. 마을 주민 100여명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석교동 알짬마을도서관, 대전광역시 버스정책과, 석교동장과 시의원, 구의원이 참석하는 등 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녹색마을버스정류장도서관은 태양지공 프로젝트 6호로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 석교동 알짬마을도서관,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광역시가 머리를 맞대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석교동 일대 녹색마을버스정류장도서관 후보지 투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후보지 투표는 총 투표수가 약 1673여 표에 달했다. 뒤이어 진행한 골목워크샵과 주민설문을 통해서 이 정류장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윤진근 대전시의원은 “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참석한 주민들 또한 “주민의 요구에 맞게 탄생하는 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이 기대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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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잔디, 자전거보관소, 냉장고… 집 같은 정류장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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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지금까지의 경과를 주민들에게 보고하고, 강도영 알짬마을도서관 관장이 골목길 워크샵과 주민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오찬섭 대전광역시 버스정책과 과장에게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이무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살림 대표와 함께 지금까지 도출된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더하기·빼기 워크샵을 진행했다.
이번 주민발표회의 주인공인 마을 어르신, 어린이, 남녀노소 모두 자리에 앉아 정류장에 무엇이 있으면 좋을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 화장실과 식수대부터 시작해 냉장고, 화단, 자전거보관소, 에어컨 등 재미있고 다양한 요구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짧은 시간에 읽을만한 책, 버스 카드나 핸드폰 충전 시설, 편하고 충분히 많은 의자 였다. 주민들은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집 같은 정류장을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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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은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취합해 ‘자주, 잠깐 마을과 책을 만나며 엄마표 마술과 같이 우리를 챙겨주는 정류장’으로 컨셉을 잡았다. 전문가 회의를 통해 “아날로그 방식의, 책을 매개로 주민들과 이어주는 정류장”으로 구체적인 디자인과 시설을 잡아갈 예정이다.
운영과 시설을 조화롭게 묶을 수 있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고려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미디어가 아닌 책과 사람에 집중하게 하고, 책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세부시설들의 위치나 설계를 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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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버스정류장은 이제 착공을 위한 본격적인 디자인과 설계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이후 정류장도서관 자원활동가 구축 등 운영에 대한 고민도 지금부터 대전시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 작은 버스정류장 하나에 마을과 대전시가 오랜 시간을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이 준비한 공연과 먹거리, 이야기로 발표회를 채우는, 색다른 거버넌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은 전국 최초 주민 참여로 만들어진다는 취지에 맞게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협력한 녹색버스정류장도서관은 지역사회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재생을 위한 바람직한 행정 사례다. 이런 사례는 결국 마을과 지역,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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