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금강의 물고기는 죽어있었다

2016년 5월 23일 | 자연생태계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금강의 물고기는 죽어있었다

[현장]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초대형 모래무지 퍼포먼스 시도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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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 위해 CD를 연결하여 초대형 모래무지를 만들어 참석자들이 물가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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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여울과 소가 어우러진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흐름을 멈췄다. 구불구불한 강 길은 고속도로처럼 곧은 길로 변했다. 금모래와 자갈, 고운 입자를 실어 나르던 강물은 녹조, 이끼벌레, 실지렁이와 깔따구만 옮겨왔다. 비단강(비단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답다)의 명성은 썩은 악취에 묻혔다.

산란기 물고기 떼의 오름도 보에 발목을 잡혔다. 금모래 밭에서 살아가던 모래무지와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하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던 웅어는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강하굿둑이 막히기 전 군산과 서천의 어민들은 금강을 오르는 실뱀장어잡이로 한 달 만에 자식들 학비를 마련했다고 할 정도로 풍족했다. 그러나 지금 어부의 나룻배는 포구에 묶였다.
‘물고기 이동의 날’… 보를 허물어 강의 건강성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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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 위해 CD를 연결하여 초대형 모래무지를 만들었다. 공주보를 가기 위해 물이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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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뉴질랜드 북동 연안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란 도시에서 처음 열린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World Fish Migration Day)’은 53개 환경단체가 참가해 273개의 이벤트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회귀성 어종의 중요성과 생태계 문제를 함께 되돌아볼 수 기회가 됐다. 이번 ‘제2회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엔 세계 1500개 단체가 350개 이상의 행사와 퍼포먼스를 겸한 캠페인을 벌인다. 21일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국내 행사는 녹색연합이 주관했다.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행사는 ‘강의 하굿둑 중 한 곳을 열어보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16개의 보 중 한 곳이라도 흐름을 만들어보자’ ‘우리의 ‘물고기 이동권’을 통해 건강한 강과 물고기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공존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공주보 수상공연장에선 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마이크로버블기가 숨 가쁘게 돌아가며 물속에 공기 방울을 토해낸다.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와 회원, 공주민주단체협의회, 지역주민, 미술작가, 사진작가, 예술인 등 100여 명이 모였다. 공연장 잔디밭은 엄마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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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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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웅어는 금강 하류의 하굿둑에 가로막혀 강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모래무지는 금강의 중류인 공주지역에서 흔하게 보던 물고기인데 4대강 사업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웅어와 모래무지뿐만 아니라 강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반듯이 하굿둑과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철거를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대형 모래무지… 마름 때문에 찢겨나갔다
“엄마 물고기가 죽었어요.”
“엄마, 엄마 또 죽었어요.”
“들어가면 안 돼, 병 걸려”

대전에서 왔다는 한 아이는 엄마 손을 붙잡고 물가로 향한다. 배가 불룩한 상태로 죽어간 붕어에는 파리가 잔뜩 달아 붙어 있다. 엄마는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손을 놓지 않는다. 혹시라도 물에 손을 넣을까 전전긍긍한다.

행사장 주변 수상공연장은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강물은 탁하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물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밀려왔다. 물가에 다가갈수록 악취에 미간이 찌그러들고 두통이 밀려왔다. 물속은 늪지 식물인 마름이 촘촘히 뒤덮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금강 물고기야 잘살고 있니?’란 주제로 티셔츠에 금강 물고기 그리기, 물고기 페이스 페인팅, 수채화 그리기, 모래무지와 웅어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얼굴과 손등, 팔, 티셔츠에 다양한 물고기 그림을 그려나갔다.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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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일리아갤러리 대표의 진두지휘로 진행된 모래무지 만들기는 강 대표가 밑그림을 그리고 참석자들이 CD 하나하나를 접착제로 연결해서 10m 정도의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 위해 CD를 연결한 것으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국민 성금으로 제작된 투명카약에 연결하여 공주보를 향해 들어갔다.

소 오줌처럼 탁한 물빛 속에서 무성하게 자란 수생식물인 마름이 조형물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모래무지 작품은 찢겨나갔다. 애초 공주보 수문까지 조형물을 끌고 가서 퍼포먼스를 벌일 계획은 무산됐다. 떨어진 조형물 하나하나를 수거하여 밖으로 나왔다.
한편 하굿둑이 막히기 전 금강에서 살아가는 어종은 다양했다. 금강의 서식 어종으로는 ▲ 천연기념물, 무대장어, 여름치, 황쏘가리, 꼬치동자개, 미호종개 ▲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 감돌고기, 흰수마자, 얼룩새코미꾸리, 미호종개, 꼬치동자개, 퉁사리 ▲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돔상어, 모래주사,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둑중개, 한둑중개 ▲ 포획금지 야생동물 자라와 쏘가리, 잉어, 붕어, 뱀장어, 가물치, 참게, 빙어 등 다양한 수산동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흐르는 여울에서 살아가는 종들이 사라지고 담수화 어종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배스와 부르길 등 외래어종이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