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내가 과연 녹색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

2003년 8월 5일 | 자연생태계

글 / 백동훈 회원 (갑천자전거순례 참가자, 초등6학년)

첫째날

8월 1일, 오늘은 대전충남 녹색연합에서 주최하는 자전거순례를 떠나는 날이다. 오전 8시 20분에 정석이와 인제를 만나서 자전거로 KBS앞 둔치까지 갔다. 땀이 났지만, 갑천을 탐사한다는 생각을 하니 신나고 즐거웠다.
갑천 둔치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도 계셨고, 동민이도 있었다. 출정식에서는 안여종 단장님의 말씀이 있고 나서 녹색연합의 공동대표이신 김규복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자전거는 트럭에 싣고 우리는 차를 타고 대둔산으로 향하였다. 320살 먹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그 곳에서 모둠 이름과 모둠짱을 뽑았다. 우리 조는 2조인데 모둠 이름을 윤정석이 제안한 ‘열목어’로 정했고, 우리 조의 모둠짱은 내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수락계곡으로 갔다.
경찰의 호위를 받고 가니 내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긴급상황 발생! 약 80cm정도 되는 깊이의 도랑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많이 다치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손톱 밑에 있는 살 부분이 다 까졌다. 그리고 오른 팔 팔꿈치도 많이 까졌고 손바닥도 조금 까졌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코올을 솜에다 묻혀서 내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발라주셨다. 엄청 아팠다. 그 광경을 카메라 선생님께서 다 찍으셔서 조금 싫었다. 나는 차에 태워졌고, 다른 친구들은 자전거로 달렸다.
차가 멈춰서 내려가 봤더니 아이들이 수락계곡에 도착해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이 노는 곳에 갔을 때 인제, 정석, 해철이가 안부를 물어 줘서 너무 기뻤다.


사진 : “열목어”모둠

양산교 아래서 안여종 단장님과 임천규(바퀴벌레조)선생님께서 왜개연꽃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람들이 강에다 콘크리트를 깔아서 옛날에는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하셨다. 선생님들이 말씀을 들으니 나도 안타까웠다. 이런 곳을 잘 보호하고, 둔치도 그냥 자연히 두면 스스로 정화하여서 깨끗하고 예쁜 왜개연꽃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인데 편리에 의해서 알면서도 스스로 파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쁜 왜개연꽃을 뒤로 하고 다시 차를 타고 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손을 보니 상처가 많이 나았다. 그래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 정도 상처에 포기할 내가 아니지…..
드디어 화암사 절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조의 그림을 그렸다. 우리 조는 개성있게 진짜 광어 (미칠 ‘광’ 고기 ‘어’) 처럼 그렸다. 그리고 나서 곤충을 전공하신 곤충박사님께서 오셔서 밤에만 다니는 곤충들을 보여주셨다.
곤충박사님께서 가지고 오신 기계는 2∼3킬로미터 밖에서도 곤충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뱀잠자리, 불나방등 내가 몰랐던 그런 곤충이 많았다. 곤충박사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텐트로 갔다. 아! 이제 자야지….


사진: 물싸움

둘째날
4시 반에 일어나서 산책을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정신이 어리벙벙하고 몸이 많이 피곤하였다. 집에서는 이 시간에 일어나 보지 않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아침의 공기를 다 느낀 후 세면, 식사를 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느티나무로 갔다.
듬직해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 알아보기’를 했다. 우리 조와 1조는 미림이 마을조사를 했다. 우리 조는 백무현 할아버지네 댁을 찾아갔다.
안여종 단장님께서 만나는 분께 이러이러한 질문들을 하라고 하셨다. 먼저 미림이 마을은 언제 생겼는지, 최고령의 할머니는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 이 마을의 전설이 있나, 미림이 마을이나 용촌동 이름의 유래가 있나, 이 고장의 특산품은 무엇 무엇이 있나, 약 몇 가구가 있나, 약 몇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나,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정도 되는 아이들은 몇 명이 있나,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무엇인가등 많은 것을 질문하라고 하셨다. 미림이 마을은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셨다고 하셨고, 최고령의 할머니는 백무현 할아버지의 어머님으로 91세라고 하셨고, 이 마을에 얽힌 전설은 없다고 하셨다. 용촌동은 정자 옆에 있는 돌이 꼭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촌동이라고 하셨고, 고장의 특산품은 없다고 하셨고, 약 20가구가 있고, 50명이 살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또래는 4∼5명정도 있고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조와 1조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댁에서 운이 좋게 수박도 얻어먹고 다른 조 아이들에게 실컷 자랑도 하였다. 각 조의 조사한 내용을 말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사진: 중대백로 발자국

점심을 먹고 나서 오침을 했다. 그런데 우리 조는 노루벌에서 부모님께 보여드릴 갑천문화제를 준비하려고 잠을 많이 자지 못하고 연습을 했다. 우리 조는 연극을 준비하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산에 올라갔는데 아들이 옹달샘을 보고 나서 아들이 왜 이렇게 더러우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우리가 한 연극의 소재는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를 이야기로 바꾸어서 꾸민 것이었다.
부모님들이 많이 오신 것 같지는 않았다. 1조(네잎클로버조)는 인간과 돌고기가 결혼을 하는 모습이었다. 3조(도요새조)는 환경을 주제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차력을 보여주었다. 콧김(생명)으로 쭈그러진 페트병을 다시 돌려 놓는 것이 재미있었다. 4조(대나무조)는 갑천을 주제로 한 삼행시를 지었고, 5조(바퀴벌레조)는 토끼가 폐수를 흘려보냈는데 그것을 용왕이 알아차려서 혼내주는 것이었다. “우루사~”라고 소리지르는 부분이 가장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모두 힘을 합쳐서 준비하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잘 끝마쳤다.
어른들도 우리처럼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싸우지 말고 서로 대화로 잘 풀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연극이 끝나고 나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까 어느 구석은 만족, 어느 구석은 좀 부족이라는 얼굴 표시가 났다. 이야기를 할 때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잠도 많이 못 자고 연습한 것을 조금은 부족하지만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사진: 갑천문화제

갑천문화제가 끝나고 “야간추적놀이”를 하였다. 눈을 가리고 줄을 잡고 혼자서 걷는 것이다. 줄에 걸려 있는 다람쥐시체가 너무 무서웠다. 줄을 잘 못잡고 듬성 듬성 잡았더니, 오히려 그렇게 잡고 가는 것이 더 무서웠다. 하지만 그 다람쥐 시체의 정체는 내일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다하고 내려와서 몸을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잠을 잤다. 야간추적이 제일 땀을 많이 나게 하고 ‘실감+무서움’이었다. 나는 다른 때는 별로 안 무서웠는데 오늘 야간추적이 상당히 무서웠다. 겁을 많이 타는 편이기 때문이다.
오늘 ‘갑천, 느낌의 날’은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찾아주셔서 우리의 공연을 봐주신 부모님께 고마웠고, ‘느낌의 날’이란 말이 하나도 안 어색하게 정말로 갑천의 소중함과 자연의 감사함을 느껴서 내 마음이 무언가 꽉 찬 느낌이 드는 둘째 날이었다.

마지막날

오늘은 아침 7시에 기상을 했다. 일어나고 보니 너무 잠이 왔다. 세수를 하고 어제 야간추적을 한 줄에 달려 있는 죽은 다람쥐라는 것을 보러 갔다.
그러나 실망, 실망, 대실망…어젯밤에 야간추적을 할 때 눈을 가리고 줄을 잡고 가는 걸로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줄에 죽은 다람쥐가 있다고 해서 너무 무서웠는데, 탈지면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너무 허탈했다. 내가 그깟 탈지면을 무서워했다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맛난 아침밥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다. 가다가 흑석리에서 습지 체험 및 탐구를 했는데 부들도 직접 보고 물속에 사는 식물의 줄기 속을 봤는데 칸칸이 공기 주머니가 있었다. 식물은 사는 곳에 따라서 그 구조도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이 습지가 오염이 되었다면 지금 이러한 것을 볼 수 있었을까?


사진: 습지관찰

다시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타다가 선생님께 지금 어디 가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어류를 전공하신 홍영표 박사님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 곳에 도착하니까 그 넓은 곳에서 안여종 (갑천순례의 총대장님)단장님께서 계속 원을 그리라고 하였다. 우리는 계속 원을 그리다가 어류를 전공하신 홍영표 박사님께서 오셔서 다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이야기 중에 내가 질문한 버들치가 사는 곳의 물의 급수는 몇 급수인가를 질문하자 재미있는 퀴즈를 내주셨다.

그 퀴즈는,
“제주도는 화산섬이었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버들치는 거기서 살았다. 왜일까?”
라는 문제였는데, 뭐 사람들이 비행기로 날랐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버들치가 화산현상으로 날라 갔다는 아이도 있었는데 선생님의 정확한 정답은…..

“제주도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빙하기가 있었는데, 섭씨23도 이하의 온도에서만 사는 버들치가 빙하기에 차가운 물을 타서 제주도로 왔다” 고 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대전에서 가장 오래 산 느티나무를 보러 갔다. 630년이 된 느티나무였다. 인간은 살아봤자 100년이 조금 넘는다고 했는데, 인간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했었던 나무가 600년 이상을 살았다니 그 위엄에 기절해 자빠질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그 위대한 느티나무 아래서 ‘갑천지킴이‘ 느티나무에게 약속하는 ‘갑천생명 권리선언 작성과 약속’을 했다.

그 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느티나무와 갑천을 잘 지키기로 약속을 하고 다시 도시쪽으로 갔다. 갈 때 지금까지 제일 심한 길을 갔다. 자갈밭에다가 물웅덩이가 한 5평(?) 정도가 20개 정도나 있어서 짜증났다. 이 힘든 코스를 뒤로하고 이젠 포장도로로 가게 됐다. 사람들은 편하다고 비포장도로를 포장도로로 만드는데 포장도로가 자연에게 주는 나쁜 영향이 많이 생기니까 나는 되도록 이면 사람들이 포장도로보다는 조금 많이 덜컹거려도 자연적인 비포장도로를 많이 두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 꼭 밀림을 가는 느낌이었다. 밀림의 웅덩이를 지나 거칠고 거친 자갈밭을 지나서 쓰러진 경고 표시판을 깨끗이 치우고 말끔히 세워서 모든 사람들이 보게 했고, 또 여러가지 신기한 곤충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특징을 찾는 것도 했고… 아무튼 나는 오늘 여러 가지를 엄청나게 했다.


사진: 물웅덩이

갑천 자전거순례가 다 끝나 가고, 어머니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나고 힘차게 이번 캠프를 마치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기분이 좋다.
내가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을 보고 만지고 느낀 것이 너무 기쁘고 내가 조금이나마 우리의 생태계에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같은 생명을 갖고 있고, 서로 같은 권리를 갖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계속 나쁜 짓만 반복하는 것 같다. 루사같은 태풍 몇 개만 불면 우리 인간들은 끝인데 말이다.

나는 갑천 자전거 순례를 통해서 우리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고, 우리 인간과 자연은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인간이 자연에게 나쁘게 하면 자연도 우리에게 똑같이 해준다는 것을 이 캠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진: 순례단해단식

갑천 상류에서 본 동식물들은 갑천 하류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다. 갑천 하류에는 동식물의 종류가 많이 없다. 원래 하류로 갈수록 동식물의 수가 더 많아져야 되는데 우리 인간이 갑천을 직선으로 만들고 둔치도 없앴기 때문에 종류도 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캠프가 더욱 더 많아져서 우리의 갑천, 더 크게 나가서는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져서 지금보다 더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곽용주 선생님께서 내게 “녹색어린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과연 “녹색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

양흥모 선생님, 안여종 단장님, 최선득 선생님….. 좋으신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난 행운아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여했으면 좋겠다. <끝>

갑천자전거순례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greendaejeon.org/sub/board_bicycle.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