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환경의 날, 대전시는 반환경의 날.

2003년 6월 4일 | 자연생태계

대전시는 대전천을 죽음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가?

녹색연합은 지난 3월 31일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 문제있다’는 성명을 통해 대전천의 하도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중단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에 대해 우리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두가지이다.
첫째, 대전시는 생태적 관점에서 3대하천 정비 계획을 다시 세우고 이 계획에 의거하여 하천정비를 하라는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진영은 지난 10여년간 대전시가 이수와 치수적 관점에서 3대하천을 정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도심 하천생태계에 많은 악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하상 골재채취 과정에서 각종 비리사건이 터져 담당공무원이 구속되는 등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 왔고 2002년 대전시는 이런 문제제기를 적극 수용하여 2억8천7백여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도심생태하천 학술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오는 8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도심생태하천 학술용역은 단순한 용역이 아닌 지금까지 대전시가 추진해 온 하천정비계획을 수정하고 하천의 생태적 복원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미 계획되어 있는 각종 하천정비 계획은 전면 중단되어야 하며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하천생태계 파괴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대전시는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하상 가운데에 포크레인 등 작업차의 이동을 위한 길을 만들어 정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호안블럭을 친환경적 소재로 교체하여 이전의 하천정비 계획과는 차별적인 것처럼 선전하지만 친환경적 소재의 호안블럭을 교체하기 위해 물과 물고기, 각종 생물들의 길을 흙으로 덮고 그 과정에서 탁류가 하류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최근 하천정비작업에 사용되는 소재가 기존의 것보다 좀더 환경친화적인 것이 개발되어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소재를 환경적인 것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차적인 문제이며 작업과정이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은 대전천 생태계를 죽이기 위한 작업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전천은 죽어가고 있다.
3개월째 진행된 하도정비사업으로 인해 대전천에는 누런 흙탕물이 흐르고 있고, 새와 물고기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또한, 녹색연합의 요구로 인해 형식적으로나마 만들어 졌던 오탁방지막은 갈갈이 찢겨져 흉물스런 모습으로 남아 있어 탁류를 막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하천의 중심부에는 하도정비사업과정에서 생긴 토사와 철근 콘크리트가 쌓여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으며, 수생생물들은 하천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자리를 포크레인과 건설기계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난 4월 10일 진행된 생태하천 연구용역 중간발표회에서 대전광역시 도시건설주택국장은 대전천 하도정비사업에 관한 녹색연합의 문제제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대전천은 계속 파헤쳐 지고 있다.

생태하천 연구용역은 또다른 하도정비사업계획의 연장이다.
또한 5월 30일 진행된 생태하천 연구용역 시민공청회를 보면서 우리는 이번 용역의 목적이 대전의 3대하천을 생태적으로 건전한 하천으로 복원하자는 것인지 ‘생태’라는 덧칠을 한 기존의 하천정비를 계속하자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전천의 경우, 대전천 생태복원의 현안인 홍명상가 복개철거와 하상도로 철거에 대한 계획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으며 대전천의 또다른 현안인 하천유지용수 확보방안이 하천의 생태적 복원을 통한 근본적 처치보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해결책 등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비교적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어 있는 유등천과 갑천 상류를 보전하기 위한 명확한 제시도 나와 있지 않았다.

더구나 중간보고회와 공청회에서 보여준 도시건설주택국장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시건설주택국장은 중간보고회에서 지금 진행되는 하천 정비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논의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막상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자리에서는 빠졌으며 공청회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대전시가 대전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3대하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생태하천 연구용역은 3억원에 가까운 시민들의 혈세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도심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은 친수공간을 몇 개 건설하고, 재료 몇가지를 친환경적 소재로 사용하는 정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역사․경제․환경 등의 전방위적인 검토에서 출발하여야 함을 지적하는 바이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대전시 반환경의 날로 선포한다.
내일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대전시는 시청본관에서 대대적인 환경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전시는 환경의 날을 기념할 어떠한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역곳곳에서 반환경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는 대전시의 환경의 날 기념식은 그야말로 겉치례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대전시 당국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 현재 진행중인 대전천 하도정비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 대전시는 공사가 진행중인 대전천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하여, 더 이상 대전천이 망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라.
– 생태하천 연구용역에 대해 재검토하고, 생태하천 복원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라.
– 대전시장은 무분별한 하도정비사업에 대해 대전시민에게 사죄하라.

만약, 우리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녹색연합은 3대 하천을 사랑하는 회원, 시민등과 함께 직접 행동에 나서 하천생태계를 파괴하는 무계획적인 하도정비사업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2003년 6월 4일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김규복 김병미 한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