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6명의 여성성직자 순례

2003년 6월 19일 | 기후위기/에너지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해 3보1배에 이어 6명의 여성 성직자가 길을 떠납니다.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전북이 사는 길입니다.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
– 삼보일배에 이은 여성 성직자들의 수행 –
– 기 간 : 2003년 6월 20일(금) ~ 7월 1일(화)
– 순례여정 : 서울에서 부안 해창 갯벌까지 약 300km
(서울 명동 – 퇴계로 – 장충공원 – 한남대교 – 양재 – 성남 – 용인 – 평택 -천안 – 공주 – 논산 – 강경 – 익산 – 김제 – 부안 – 해창)
– 순 례 자 : 4개 종단 여성 성직자 6명
단 장 – 오영숙(수녀, 새만금 생명평화연대 집행위원장)
천주교 – 김현옥(수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무국장), 김근자(수녀, 성심수녀회)
불 교 – 혜 성(스님, 조계종 대원사) / 원불교 – 양영인(교무, 유린교당)
개신교 – 박후임(목사, 기독여민회 회장)
– 목 적 : 3보 1배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성 성직자들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과 교만을 참회하며, 전북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다함께 잘 살게 되기를 기원함
-방 법 :
1. 순례 중에 묵언으로 기도하며 숙박은 종교시설을 이용하며, 식사는 스스로 취사
2. 동참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녀 구별없이 참여할 수 있으나 숙식은 스스로 해결해야 함(문의 : 오영숙 수녀 (018-735-3335)).
3. 진행과정은 www.3bo1bae.or.kr를 통해 매일 간략히 공지함.
– 출발 : 2003년 6월 20일 오전 10시 ~ 10시 30분, 명동성당 들머리
<편지>
새만금 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 순례를 떠나며
생명과 평화를 위해 열정과 노고를 바치시는 이들과 한마음으로 기도순례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길을 나서려는 저희들에게 많은 이들은. 삼보일배로도 막지 못한 일을 그 걸음으로 어찌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의미가 있는지. 가능성은 있는지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더불어 살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겠다는 종교인의 약속된 삶이 저희들의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두고 벌여왔던 그 많은 갈등과 고뇌, 간절한 소망들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보다 나은 내일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 갯벌이 삶의 터전인 이들은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새만금 간척을 통해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새만금이 황금의 땅으로 변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의 문제는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의 세월을 이고 있습니다. 이 긴 세월동안 우리는 서로의 가슴에 굵은 대못을 치며 걸어왔습니다. 무엇이 더 소중하고 훌륭한 결정이었는지 후대에 가면 자명하게 밝혀지겠지만 우리 서로 평화와 사랑의 마음을 모은다면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이 저희들을 새만금 갯벌로 다시 떠나게 했습니다. 귀를 막고 서로의 입장을 외면할 게 하니라 손을 부여잡고 가슴을 열고 더 먼 미래를 기대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면 우린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을 가슴에 깊숙이 오래 품고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또한 새만금 갯벌의 파괴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욕심과 오만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에 그 잘못을 참회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시작한다는 네 분 성직자들의 정신을 이어 대립과 미움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구하기 위해 우린 서울에서 새만금으로 다시 떠나고자 합니다.
새만금 갯벌과 전북민들을 가슴에 품고 떠나는 기도순례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온 생명과 우주만물 허공법계가 한 포태이며 한 근원임을, 우리 모두가 부처님이요, 하느님이라는 가르침을 몸으로 기도하자는 뜻입니다. 여성수도자, 성직자들이 어머니인 땅이 생명을 되찾기 위해 함께 걷는다는 것은 새만금 갯벌의 아픔과 전북민의 아픔을 어머니 마음을 껴안고 싶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걸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지향을 지닌 이들과 더불어 걸을 것입니다. 소리없이, 보는 이 없이 조용히 그러나 푹풍 같은 힘을 지닌 평화의 마음을 가진 채 우리는 한발 한발 걸을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소망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눈에서 눈으로… 걸음에서 걸음으로… 전해지길 희망합니다.
서울에서 부안까지 800리 길이라 합니다. 더운 여름 길고 긴 여정이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정책적 성과는 약속 할 수 없지만, 평화와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열과 노고를 바치는 이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되살아나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우리가 심는 생명의 씨앗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환경파괴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고 뭇 생명의 어머니인 갯벌이 살아나서 전북 도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길 간절히 원합니다. 하느님! 부처님! 사은님! 그 길에 함께 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먼길 다녀오겠습니다.
2003년 6월 20일
서울에서 새만금 갯벌까지 기도 순례의 길을 떠나는 기도순례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