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속보(1)

2003년 6월 12일 | 기후위기/에너지




성명서 및 보도자료



 

  [속보] 4공구의 숨통은 막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진 않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4공구 방조제 공사현장을 걸어 나왔습니다. 아마 우리가 걸어나오던 그 순간을 기다렸다듯 바위들을 바다로 무너뜨릴 겁니다. 그렇게 4공구 방조제 공사는 마무리될 겁니다. 내초도 앞바다는 그렇게 막히게 됩니다. 생명의 숨통이 완전히 조이게 됩니다. 그 바다가 품었던 생명들의 목숨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바다가, 갯벌이 품었던 수천년의 이야기는 사라지게 됩니다.

9일 오후 공사진행상황을 보러 배를 타고 4공구 현장에 갔던 새만금간척사업즉강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의 주용기 실장은 불과 며칠전까지 500미터 정도 남았던 공사 구간이 며칠 사이에 3-4미터로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부안, 전북의 활동가들과 함께 공사현장에 내려 맨몸으로 공사를 저지시켰습니다.

서울에서도 연락을 받고 급히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항의시위를 하였습니다.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각계에서 새만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그 시기, 네 분 성직자의 3보1배가 진행되었던 그 시기에 농업기반공사는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강행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논의,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 두려워 청와대에 허위보고까지 하며 서둘러 공사강행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9일밤 녹색연합(정연경, 정명희, 김형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9명은 공사현장으로 내려왔습니다. 10일 새벽 배를 타고 공사현장으로 들어가 밤을 지샌 전북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바다를 메우기 위해 가져다 놓은 바위들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3-4미터의 간격, 그 틈이 바로 내초도 앞바다의 숨통이었습니다. 그 간격으로 바닷물은 빠르게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보강공사 없이 서둘러 방조제를 잇는 공사를 한 흔적이 여실히 보입니다. 공사현장의 관계자들은 며칠동안 잠도 못 자고 일을 했다 합니다.

날이 밝아지면서 덤프트럭들이 돌을 싣고 계속 들어왔습니다. 전북사람들의 오두희 님께서 달려나가 덤프트럭 뒤에 드러누웠습니다. 뒤이은 덤프트럭을 활동가들 한사람 한사람이 나가 모두 막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공사 관계자은 농업기반공사에 가서 말하라, 우리는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들은 알 겁니다. 지금껏 청와대부터 농업기반공사까지 전국의 시민들에게 어디 안 다녀본 데가 없다는 걸, 호소하지 않았던 데가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 겁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공사를 막고 있어야 했는지 그들도 알 겁니다. 여러번의 실랑이 끝에 트럭들의 이동이 중단되었습니다.



  ▲ 공사 관계자들은 농성단에게 험악한 말을 퍼부으며 위협하고있다.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날이 완전히 밝자 계화도의 어머니들이 음식을 갖고 들어오시고 전북의 여러 시민단체 분들이 배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기자들이 왔다 가고 경찰들이 들어옵니다. 문규현 신부님께서도 급히 오셨다 가십니다. 청와대에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내려온다는 소식을 전해 주십니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새만금추진협의회 소속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확성기를 들고 방조제 주위를 돌며 우리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몇 사람이 내려 계속 우리를 협박합니다. 배에서 내리려던 활동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경찰은 그들과 우리의 마찰이 우려된다며 자리를 뜰 것을 권했습니다. 새추협의 사람들은 방조제로 이어지는 섬의 주민들입니다. 그들에겐 방조제 공사가 섬을 육지로 만들어지는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순히 그 희망만으로 그들이 저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압니다. 그 안에는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하며 정치적 경제적 욕심을 챙기는 이들의 매수가 있습니다.



  ▲ 새추협의 난동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새만금 사업단의 4공구 소장이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몇분이 자리를 뜨고 새추협 사람들의 소란도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농성현장을 정리하며 모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사이, 갑자기 긴 죽창을 들고 방조제 뒤편으로  새추협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방조제 돌무더기 위로 올라갔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죽창으로 위협하고 돌을 던지며 그들은 방조제를 넘어와 활동가들을 밀쳐냈습니다. 현수막을 찢어내고 가방과 침낭 등을 바다로 던지며 욕을 하며 활동가들을 위협하였습니다. 경찰은 우리와 그들을 분리시켰습니다. 새추협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분도 있었습니다. 둘러싸고 욕을 하던 그들 속에서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들 역시 어민들입니다. 우리 이웃들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이렇게 만든 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삼보일배를 하신 성직자들을 들먹이며 욕보이고 우리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하며 사람들에게 죽창을 휘두르게끔 하는 마음을 생기게 한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새만금 간척사업. 이 사업으로 도대체 이 분들이 어떤 이득을 얻는 걸까요? 왜 실제 사업을 하여 이득을 챙긴 이들은 나타나지 않고 이 주민들이 우리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게끔 하는 걸까요?



  ▲ 현장공사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뺏고 농성단을 밀어내려고하자 이에 저항하고 있다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욕심과 어리석음 화를 여의라고 네분은 65일간 고행을 하셨습니다. 주민들을 맞닥뜨리며 다시 네분 성직자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싸울수는 없었습니다. 마음 속에 화가 치솟지만 그 마음을 눌러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방조제에서 나오기로 하였습니다.

걸어 나오는 그 순간에도 주민들은 뒤따르며 돌을 던집니다.

트럭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무겁기만 합니다.

어젯밤 오늘, 그리고 몇년간의 모습들이 스쳐갑니다.

지난해 해창석산에 매달렸던 활동가의 모습도 떠오르고

2000년 방조제 강행 결정이 난 뒤 계화도 어머니들이 청사에 매달려 울부짓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새만금 전시장 앞에서, 공사현장에서, 서해안의 갯벌을 따라 걸으면서, 국회 안에서, 해창 갯벌에서, 전국 곳곳에서 할 수 있는 온갖 방법들로 새만금 공사를 막기 위해 벌였던 싸움이 떠오릅니다. 네 분 성직자의 삼보일배도 떠오릅니다.

그래도 공사는 계속 강행되었고 오늘 4공구의 숨통은 막혔습니다. 2공구의 3.5킬로 미터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막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진 않을 겁니다.

우리의 걸음 뒤로 방조제가 메워지고 4공구는 이어지겠지만 그렇게 끝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닫힌 숨통을 다시 틔우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움직일 겁니다.

내일, 모레, 한달 뒤 1년 뒤에도 우리는 계속 움직일 겁니다.

막힌 방조제라면 다시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움직일 겁니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야 하고 갯벌은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게 참이다 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활동가들이 토석을 쏟아부으려는 대형 덤프트럭 뒤에서 버티고 있다.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글 : 시민참여국 정명희 02-747-8500 greennews@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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