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기록적인 집중호우, 큰 물 휩쓸고 간 대전천 가보니

2020년 8월 12일 | 금강/하천

대전충남녹색연합은 3대하천 도식 관통구간을 걸어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6번째 모니터링 구간인 대전천 중상류 구간을 모니터링한 것을 오마이뉴스 기사로 작성했습니다.
 

▲ 콘크리트 타설된 보 옆으로 거센 물길이 형성되면서 사석보호공과 지반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그야말로 물난리다.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1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8월 8일 중앙안전대책본부 발표 기준) 게다가 아직 태풍과 비 예보가 계속되고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전에서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주택이 침수되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류가 자처한 이 기후재난을, 우리는 막아낼 수 있을까?
큰물이 휩쓸고 지나간 대전광역시의 대전천을 찾았다. 중장비들이 천변으로 들어와 여기저기에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모래를 날라 천변에 난 상처들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장마는 끝나지 않았고 비 예보는 계속되고 있다.

▲ 중장비가 모래를 떠다가 유실된 천변을 메우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천변에 조성된 시설물들은 처참한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체육시설, 안내 표지판, 그늘막과 쉼터, 난간, 교각 등이 모두 꺾이고 부러지고 훼손되었다.

▲ 뿌리 체 뽑힌 운동시설 ⓒ 대전충남녹색연합

 

▲ 모든 표지판이 꺾이고 부러졌다. 하천으로 유실된 시설도 다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발포 우레탄으로 포장된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뜯겨나갔다. 우레탄 덩어리들이 나뭇가지, 교각 등에 걸려 흉측하게 나부라졌고, 조각들이 잘게 쪼개져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발포 우레탄은 초등학교 운동장 트랙으로 주로 시공되다가, 발암물질 등 유해성 논란이 일어 최근에는 사용을 꺼리고 있다.

▲ 자전거 도로에서 뜯겨나간 발포 우레탄 덩어리들 ⓒ 대전충남녹색연합

 

▲ 유해성 논란이 있는 발포 우레탄 조각들이 하천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뿐 아니라, 보도블록으로 시공된 쉼터 등도 벽돌과 자재가 전부 뜯겨나갔다. 하천 흐름에 따라 보도블록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 뜯겨나간 보도블럭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호안도 다수 유실되었다. 거대한 사석으로 보강된 호안까지 뜯겨나갔다. 장마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큰비가 내리면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무너져내린 호안 ⓒ 대전충남녹색연합

하천 횡단시설물은 물의 흐름을 가로막으면서 물길을 기형적으로 만든다. 콘크리트까지 타설된 보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지만, 되려 보 옆으로 더 강한 물길이 형성되면서 침식이 일어나 주변 시설물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 보 옆으로 물길이 만들어지면서 더 심한 침식이 발생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 하천 횡단시설물 옆으로, 산책로 넘어까지 훼손되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최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천에 유입되어 쌓여있는 대부분이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상류 농가에서 사용한 듯한 비료 포대, 하우스 비닐 등이 대다수였고, 그밖에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도 상당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양이 어마어마해서 과연 플라스틱 섬이 만들어지고도 남을만하다.

▲ 하천변에 널려있는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들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시에서 ‘3대 하천 르네상스 및 도시재생 그린뉴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하천관리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대전시가 구상하는 하천은 시설을 늘리고, 탐방로를 가설하고, 수상공연장을 만들고, 스카이워크를 만들고, 고가/지하차도를 건설해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하고. 모두 하나같이 개발, 건설계획이다. 어디에서도 그린뉴딜, 탈탄소,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을 대비한 생태적 관점을 가진 구상안을 찾을 수 없다.

▲ 대전시의 ‘3대하천 그린뉴딜 선도사업 구상안’. 정작 ‘그린뉴딜’은 없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우리 조상들은 약 1100년 전부터 상림을 조성해 홍수조절지로 이용해왔다. 경상남도 함양에 위치한 함양상림은 20만 5842제곱미터 토지에 은행나무, 노간주나무, 생강나무, 백동백나무, 비목나무 등을 심어, 낙동강 지류인 위천에서 발생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되었다.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현재 함양군민들뿐 아니라 전국각지에서도 찾아오는 쉼터로 애용되고 있다. 홍수재해 조절 효과를 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포스트 코로나에 적절한 도시 숲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는 이런 선례를 학습하고 도입할 생각은 없는지.

▲ 함양상림. 홍수조절 효과뿐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기후위기는 인류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과연 이런 집중강우가 올해뿐일까. 시설물을 설치하고, 훼손된 시설을 복구/관리하는데에 예산을 투입하기를 반복하기만 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천의 건강성과 시민의 안전을 분리해서 생각해선 안된다. 하천 시설물의 적합성을 새롭게 판단하고 기후위기 시대, 코로나 등 팬데믹 시대가 요구하는 건강한 생태하천의 관점을 확보하고 시민의 일상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하천을 구상해야 한다.